장기화되는 파업으로 조합원들은 아르바이트와 파업 참가라는 '투 잡(two job)'을 하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하 연맹의 납부율 저조로 약속했던 생계비 지원마저 난관을 겪으면서 파업에 참가했던 조합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 재취업하거나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가 하면, 파업에 동참해도 차비가 없어 파업 집회에 못 나가는 조합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 정규직 조합원 많을수록 납부율 저조
지난 8월 2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은 이랜드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9월부터 12월까지 두 노조 조합원들에게 생계비로 매달 50만 원씩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재원 마련은 산하 연맹들의 지원금 납부를 통해 하기로 했다.
이 결정은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민주노총이 단위노조의 파업에 대해 총연맹 차원에서 생계비를 지원하는 일 자체가 최초였던 데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 중심의 민주노총이 자신들의 주머니를 털어 비정규직 투쟁에 '나눔'을 실천한다는 점에서였다.
하지만 지난 10월 30일까지 민주노총 산하 15개 연맹의 생계비 분담금 납부율은 겨우 21.79%로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두 노조의 상급단체인 서비스연맹이 전체 예정액 4366만8000원 가운데 3031만7000원을 납부해 69.43%의 납부율로 가장 높았고 59.73%의 납부율(납부액 641만1000원)을 보인 여성연맹과 55.55% 납부율(6359만8000원)을 보인 보건의료노조가 뒤를 이었다.
납부액으로만 보면 공공운수연맹이 예정액 4억1814만9000원 가운데 8240만3304원을 납부해(납부율 19.71%) 가장 많았고 금속노조가 약속한 돈 4억7333만7000원 가운데 7955만9280원(납부율 16.81%)을 내 뒤를 이었다. 액수로는 가장 많았지만 납부율로는 모두 20%가 채 안 됐다.
정규직 조합원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전교조(20.23%), 화학섬유연맹(23.46%), IT연맹(25.34%) 등도 20% 수준에서 머물렀다.
약속했던 돈을 하나도 내지 않은 산하연맹은 언론노조(예정액 5406만 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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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비 없어 집에서 못 나오고, 마포에서 종로까지 걸어가고…"
생계비 지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뉴코아노조와 이랜드일반노조의 조합원들이 겪는 어려움은 심각한 수준이다. 파업 초기 1500여 명이었던 두 노조의 파업 참가 조합원은 현재 600여 명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서도 절반인 300여 명은 생계비 문제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집에서 나오지 못해 집회 등 파업 일정에 참여를 못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식당에서 일을 하거나 파출부를 하는 등 아르바이트를 하는 조합원이 늘고 있고 당장 생활의 어려움으로 인해 현장에 복귀하는 조합원도 점점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심지어는 '움직이면 돈'이다 보니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조합원은 버스비 900원을 아끼기 위해 마포에서 종로까지 걸어 다니는 사람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조합원들 중에는 "가끔은 해고 통보를 받은 사람이 부러울 때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해고 통보를 받으면 최소한 퇴직금과 실업 급여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이 당장 '먹고 사는 문제'로 이처럼 어려움을 겪다 보니 양 노조 지도부의 가장 큰 근심거리도 '돈'이다.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은 19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생계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새롭게 안 사실은 조합원 가운데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분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이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노조 지도부와 조합원들이 각 연맹과 노조를 다니면서 대의원들이 결정한 생계비 납부를 호소하고 있긴 한데 다들 상황이 쉽지 않아서"라며 말 끝을 흐렸다.
김 위원장은 "하지만 민주노총 대의원들이 생계비 지원을 결정한 것은 이 문제가 두 노조 조합원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던 만큼 돈 문제로 싸움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면 민주노총의 패배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전국노동자대회 준비와 각 조직 일정이 바빠 생계비를 걷는 것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 중앙집행위원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산별 대표자들을 독려한 만큼 지급하지 못한 생계비를 빠른 시일 내에 지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공 단식농성하던 뉴코아 조합원, 건강악화로 중단
한편 지난 10월 23일부터 이랜드 그룹 신촌 본사 인근의 서강대교 북단 CCTV 철탑 위에서 고공시위를 벌이던 뉴코아 노조 조합원 박명수 씨는 지난 16일 저녁 건강 악화로 농성을 중단했다. 고공시위 25일 째, 단식 농성 5일 째 되던 날이었다.
(☞관련 기사 : "아빠, 집에 오면 잡혀가잖아요", 고공농성 뉴코아노조 조합원 단식 돌입, 뉴코아 노조원 40m 철탑에서 고공시위)
박 씨는 이날 밤 경기도 안양시의 메트로 병원으로 옮겨져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초겨울 찬바람을 40m 높이에서 한 달 가까이 맞아 왔던 박 씨의 건강 상태는 매우 안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마지막 5일은 단식까지 한 뒤였다.
뉴코아노조 관계자는 "농성 중단을 결정하고 내려올 때 모습은 주변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의식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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