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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마저 우리를 버릴 셈입니까"

수배 중 뉴코아노조 간부, '퇴거' 위기

"명동성당이 이 사회에서 어떤 곳입니까. 너무 비참합니다. 마지막으로 찾아온 곳인데 여기서마저 우리를 버리려 하다니…."

파업으로 보낸 지난 다섯 달 중 넉 달을 수배 생활로 보내고 있는 박양수 뉴코아노조 위원장은 22일 밤 명동성당 뒤뜰의 성모상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에 앉은 상태였다.

박 위원장은 지난 20일부터 윤성술 순천지부장과 함께 명동성당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다섯 달이 지나도록 좀처럼 풀릴 기미가 없는 이랜드 사태를 어떻게든 풀어보고 싶어 구속을 각오하고 시작"한 농성이었다.

그런데 박 위원장은 그 곳에서 또 한 번 상처를 입은 듯 보였다. "네 달 동안 수배 생활보다 지난 이틀 동안 가시 방석에 앉아 있는 것처럼 더 힘들었다"고 했다. "성당에서 밥을 주긴 했지만 오늘은 한 끼도 먹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뉴코아 이랜드 사태는 온 국민이 다 아는 일인데…"
▲ 박양수 뉴코아노조 위원장과 윤성술 순천지부장이 지난 20일부터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랜드 그룹이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 농성의 목적이었다. ⓒ프레시안

이들의 농성을 성당 측이 불편해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명동성당은 지난 20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이들이 설치한 천막을 철거했다. 수배자인 두 사람은 사제관에서 이틀을 보냈고 성당 측에서 "나가달라"고 계속 요청하자 이날 저녁 농성 장소를 야외인 성모상 앞 마당으로 옮겼다.

인터뷰 중에도 계속 성당 사목회 관계자들이 이들을 찾아 "계속 여기 있으면 곤란하니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박양수 위원장은 "성당 사목회는 수배자가 여기 있으니 조합원들이 자꾸 성당으로 모이고 경찰도 주변에 있어서 혼란스럽고 힘들다고 했다"고 전했다. 당초 "천막은 안 되니 수배자들만 사제관에서 지내라"며 "노무현이 와도 수배자는 보호해주겠다"던 주임 신부는 이날 새벽 이들이 다시 천막을 치려고 시도하자 "모든 것을 사목회에 위임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뉴코아 이랜드 사태는 온 국민이 다 아는 일인만큼 성당이 충분히 받아줄 것으로 믿고 이 곳에 왔다"며 "민주화의 성지라고 불렸던 명동성당에서 이런 갈등으로 힘들어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어 시작한 농성"이었다. 박 위원장은 "그래서 내 발로 이곳에서 그냥 나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힘없는 노동자들이 명동성당을 찾아 온 이유를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과 윤성술 지부장은 이날 밤을 꼬박 찬 시멘트 바닥 위에서 지새웠다.

명동성당 사목회 "70~80년대와는 상황이 틀리다"

현장에서 만난 명동성당 사목회 사람들을 통해 명동성당의 분명한 입장을 듣고 싶었으나 사목회 관계자들은 기자의 질문에 "할 말 없다"는 말만 하고 손을 휘휘 저었다.

하지만 "나가달라"는 사목회 관계자와 "그럴 수 없다"는 민주노총 주봉희 부위원장이 현장에서 벌이는 말다툼 과정을 통해 이들의 농성에 대한 성당의 입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목회 관계자들은 주 부위원장에게 "명동성당 교우들이 주인인데 주인으로서 나가달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농성이 시작된 이후 텐트 치고 사람들이 오고 가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결국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주 부위원장이 "누가 여기를 민주화의 성지라고 하느냐"고 따지자 사목회 관계자는 "70~80년대와는 상황이 틀리다. 세상이 바뀌지 않았느냐"고 대답하기도 했다.

성당 사목회 관계자들은 성당 입구에서 방송사 카메라 등 일부 취재진의 출입을 막기도 했다. 또 노조 조끼를 입은 조합원들도 성당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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