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우 작가는 지난 4월 19일 구속됐으며 현재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그에게 "주한미군의 화학무기 배치현황 등 미군 무기와 군사기지 정보를 유출했다"며 국가보안법 및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그가 '유출한 정보'들은 허가를 받아 촬영한 사진이거나 군사관련 인터넷 사이트 및 해외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수준의 것들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저녁,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국민연대)의 주최로 이시우 작가의 석방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외면받는 국가보안법에 집착하는 이들, 고통받는 이들
이날 문화제는 문정현 신부, 오종렬 민중연대 상임의장 등을 비롯해 50여 명이 참가하는 조촐한 규모로 치러졌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의 서경순 전 상임대표는 "아무 죄 없는 사람이 (1일 현재) 43일동안 단식을 하는데 이 사회가 너무 무관심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시우 작가의 소식은 그가 구속될 당시 <조선일보>와 <한겨레>에서 이를 보도했을 뿐, 이후 40일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그의 단식에 관한 소식을 전하는 매체는 극히 드물다.
이에 대해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경동 시인은 "언론들의 무관심은 역설적으로 국가보안법이 이 사회에서 얼마나 외면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의도적인 무관심도 있지만 이미 국가보안법 자체는 사회적으로 죽은 법이 돼 버렸다"고 밝혔다.
송경동 시인은 "그러나 그런 사회적 변화 가운데서도 이 법을 이용해 자신들의 실적을 올리려는 보안당국으로 인해 여전히 말도 안되는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시우 작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총으로 쏘아 죽이는 것만 살인이 아니다"
발언에 나선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회장은 "지난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도 증권가는 하루 반짝하는 반응을 보였을 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며 "국민들은 이제 더이상 북한이 핵무기를 이용해 우리를 공격할 가능성이 없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며 그만큼 사회가 변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민가협 서경순 전 대표는 "총으로 쏘아 죽이는 것만 살인이 아니다"라며 "43일동안 단식을 하는 사람의 주장을 못 들은 척 가만히 놔두는 정부는 지금 살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문화제 도중 참가자들이 한 단어씩 이어가며 작성한 '오늘의 일기' 퍼포먼스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혔다.
"오늘은 검찰청 앞에서 목숨 건 단식을 하는 이시우 사십(삼)일을 응원하고 석방을 촉구하고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소리 높였다. 오늘 우리들의 소중한 시간과 마음을 담아 국가보안법을 꼭 철폐시키자. 작가님 꼭 건강한 몸으로 끝까지 함께 싸우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함께 하겠습니다."
이시우 작가는 기소만기일인 오는 5일까지 단식을 계속할 예정이다. 애초 "국가보안법을 안고 함께 죽기로 각오했다"고 밝혔던 이 작가 스스로 중단할 뜻을 밝힌 것. 국민연대 측은 "40일 넘도록 단식을 이어가는 그를 만류하는 사회 각계 인사들의 방문이 이어졌고, 법정 공방을 통해서도 충분히 국가보안법의 부당성을 알릴 수 있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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