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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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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굿모닝 국가보안법"

[국가보안법, 나 잡아봐라!②] 너의 방문을 반기며

"굿모닝 국가보안법."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제목 같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

백남준이 제작하여 1984년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촌에 생중계했던 작품 제목이다. 여기서 제목을 좀 바꿔보자. "약오르지 국가보안법", 내지는 "메롱~ 국가보안법", "메롱 미스터 오웰." 뭐 이 정도가 돼야 사람들이 제목을 보고 작품을 쉽게 이해한다.

오웰과 국보법을 내용적으로 비교할 건 아니지만 어찌됐든 이런 식으로 억지로 비교한다면 다들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백남준은 불길하게 1984년을 예측했던 오웰을, 나는 국보법을.

"나 같으면 자살이라도 고려하겠다"

이제 나는 너를 가지고 장난질 좀 해야겠다. 난 그림쟁이니까 그림만 보여 주면 '땡'이지만 못쓰는 글도 좀 추가하련다. 국보법아! 나의 장난을 심각하게 고려해다오. 그리하여 너의 그 심각한 국가보호 본능으로 나를 저 사진가 이시우와 같이 잡아 가두든지, 형평적인 법적용이 어려우면 그를 당장 풀어 주어라.

그리고 이 땅에서 너의 존폐 문제를 너의 심각한 본능 그대로 충분히, 억수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다 잡아 가두지 못한다면 너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고, 근엄한 너의 존재가 계속 조롱을 당하는 지경이라면 나 같으면 자살이라도 고려하겠다.
▲ '희희낙락 국가보안법', 배인석 作, 2004년 ⓒ배인석

봐라 나의 작품을.

정말 나는 너의 품위있는 죽음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예술가다. 어때, 눈물 나지 않느냐.

참! 너는 너의 방식으로 그림을 관람하는 눈이 있으니 좀 다르기도 하겠지만, 내가 작가니 내 말도 좀 들어줘야지.

참! 너는 그러고 보니 작가 말도 안 들어먹는 전력(前歷)도 풍부하지. 아무튼 너하고의 대화는 정말 힘들어.

하지만 내가 인내를 하고 몇 가지 잡생각을 덧붙여 보련다. '예술'이란 게 뭐, 저항하고 고발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사람들로부터 자주 듣곤 하는데, 이 말도 맞지만 또 권력과 부에 빌붙어 먹은 역사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결론을 바로 이해한다는 것은 무척 어렵기도 하고 오해의 소지도 많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령 저항하고 싶지 않았는데 저항이 되고, 부를 생각지 않았는데 부를 얻게 되는 예술은 어떻게 되는 걸까?

"예술가와 노동자가 한편 되는 지점, 넌 이해라도 하느냐"

국보법아!

그래서 나는 "예술이란 진실을 추구하는 사명을 가진 뭐 이런 거다"라고 생각해 봤지. 가끔 파트너도 필요하고 또는 찾기도 하면서 말이야. 난 예술도 세상살이의 필요에 의해서 생겼으니 이런 행위가 불순하단 생각은 하지 않아. 진실을 무던히 찾아가는 예술이 정말 순수한거지 뭐.

예술이 '잠수함에 있는 토끼'라고 비유들 하지만, 무던히 우리는 가짜 토끼가 아닌 진짜 토끼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며 사는 것이 아니겠어. '어려울 때 토끼자!' 뭐 이런 게 아닌 것은 알겠지. 그래서 우리나라 예술사에서는 "세상을 바꾸는 주인공은 노동자들"이란 생각도 해보고 그들을 위해 일하기도 했던 경험이 있었지.

국보법아!

그 시절 생각나지. 그땐 너도 시퍼런 칼날을 잘도 휘둘렀는데. 그러고보니 요즘 녹슨 칼을 휘두르려는 너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해.

아무튼, 언제부턴가 예술가와 노동자가 한편이 되는 지점을 이런 식으로 이해하면 되는 거야. 그런데 말이야. 요즘 비정규직이라는 것이 많이 생겨 문제가 많은데 정규직 노동자는, 정부는 뭣들 하는 거야. 세상을 바꾸는 주인으로서의 태도를 가지고 이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 노동자라고 하면 예술은 언제든 결별할 준비를 해야 되는 거지. 내가 아는 예술은 이런 거야.

"너는 평론가인가, 아니면 스타양성소 소장인가"

국보법아!

너는 진실을 추구하며 사는 예술가를 왜 자꾸 저항예술로 둔갑시키는 거니.
너는 평론가니? 아니면 무명작가를 유명하게 만드는 스타양성소 소장이니?

하나 더 붙여 보자.

국보법아!

네 이름 말인데, 너는 뭔가를 보호하기 위해 태어난 걸루 아는데
그런 보호가 많은 것이 또한 우리네 세상인 것은 나도 동감해.
뭐 자연보호 이런 것 말이야.
그런데 보호란 뭐냔 말이야.
보호의 목적이 뭐야.
쉽게 말해 최종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겠어.
정신 차리고~ 생각 좀 해 보라구.

난 그림쟁이니까 문화 얘기로 건너가 보자.
우리네 문화가 사라지니 보호를 위해 문화재 지정, 인간문화재 몇 호
뭐 이런 걸 만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왜 그리 지정을 받으려고 노력을 하는지~ 참.
왜 그리 보호를 받으려고 안달을 하는지~ 참.
어찌됐든 열심히 노력하고 보급해서 '보호 지정'이란 딱지 떼어 버리는 게
명예롭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곤 해.
"무슨무슨 전통놀이! 사람들이 너무 많이들 즐기고 애용하니 이제부터는 문화재 지정을 해제합니다."
뭐 이런 소식을 원하는 거지.

국보법아!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짐작이 되냐.
그래 너 꼬락서니를 보라고.
지금 너의 꼬락서니 말이야.
지난주 17일에 윗동네와 아랫동네 간에 철도가 왔다리갔다리 하는 걸 너도 봤을 것 아냐.
모두들 정말 네 말 안 듣고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아.
흑흑 불쌍한 우리 법이….

국보법아!

이제 그만 좀 우리를 보호하는 척 하지 말아다오.
이젠 너나 보호 잘 할 때란 말이다.
하지만 너는 이제 딱 걸렸어, 이번에야말로 딱 죽는 거야.
이시우를 가둔 걸 아마 후회하게 될 걸!

"이 전시가 무사히 끝난다면 넌 죽음이다"

국보법아!

이제 나도 한번 잡아봐라~.
나는 지금 서울 광화문에 있는 일민미술관에서 전시 중이지.
한번 놀러와 봐.
네가 좋아 하는 것이 많을 테니.
전시 제목이 <딜레마의 뿔>이다.
일민미술관이 누구 꺼니, 동아일보 꺼잖아.
거~ 조·중·동 뭐라고 하면서 반민족신문 운운하는 신문사 말이야.
와서 보면 배신감 들거다.
누구한테?
동아일보한테.
너마저 나를 배신하다니.
전시 장면을 '쫌' 보여 주랴.
국보법 서적을 쭉 깔아 놓고 관람자가 와서 물으면 가르쳐주고
펴보기도 하고
뭐~ 가지고만 있어도 소지죄라며.
알고도 신고 안하면 불고지죄라며.
와서 보고 다 쳐 넣어 보슈!
이때까지 전시를 보고 간 관람자 모두를 뒷조사해서 가두고
나는 당연히 구속이겠고
전시를 기획하고 편의를 제공한 일민미술관 학예팀 모두와
동아일보사 측도 구속영장을 발부해라!
전시가 끝나기 전에 빨리 와야 할 걸!
이번에도 한 껀 해야지.
이 전시가 무사히 끝난다면 넌 죽음이다.
넌 약 올라 죽음이다.

국보법아!

미안하다. 글이 품위가 없어서리.
아무튼 나는 너의 방문을 반긴다.
이시우만 왜 국보법 위반이야?
우리 모두를 닥치는 대로 가둬라.
그러지 못한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너를 없애
삶의 논리적 모순을 풀어 맞춰 보리라.
▲ "국보법, 참 예전부터 인생의 문제거리였다.", 일민미술관 기획 <딜레마의 뿔> 전(4.27-5.31)출품작 중 ⓒ배인석

▲ "참 많이도 불러댔다. 불온단체 진군가." , <딜레마의 뿔> 출품작 중 ⓒ배인석

▲ "이 많은 책 속에 불온서적이 이렇게 널려 있다." , <딜레마의 뿔> 출품작 중 ⓒ 배인석

▲ "적의 수괴를 정상적인 호칭으로 칭하기도 했던 증거도 있고", <딜레마의 뿔> 출품작 중 ⓒ배인석

▲ "적을 이롭게 하는 활동을 마다 않고" , <딜레마의 뿔> 출품작 중 ⓒ배인석

▲ "이적 단체를 만들기도 했던 증거 자료", <딜레마의 뿔> 출품작 중 ⓒ배인석

▲ "적의 선전용 이미지도 고이고이 소지하여, 관람자에게 보여 주고" , <딜레마의 뿔> 출품작 중 ⓒ배인석

▲ "많은 사람들에게 선전 선동을 하여 그 반응을 유도한 흔적." , <딜레마의 뿔> 출품작 중 ⓒ배인석

▲ "국보법아~ 이런 사람들 어떻게 다 잡아 가둘 것이여" , <딜레마의 뿔> 출품작 중 ⓒ배인석

배인석 화가는…

스스로를 "민족미술인협회, 민족미학연구소에서 약간의 일을 하면서 그림 그리는 일을 평생직업으로 갖기를 원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3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여러 단체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http://blog.naver.com/kkarak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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