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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잃어버린 8년이 너무 아깝다"

'투명사회상' 받는 날, 웃을 수 없는 공익제보자들

"그래도 나는 언론에 보도되고 해서 형편이 나은 편이다. 공익제보자(내부고발자)들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돼 있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소송으로 인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송사가 결론도 안 내려지고 시간만 끄는 경우가 많다. 국가기관에 호소해도 별 도움이 안 된다. 내 경우도 검찰에서 7년째 수사가 제자리걸음이고 국가청렴위에 호소해 봐도 '수사 중인 사건은 안 된다'며 받아주질 않았다."

정국정(전 LG전자 직원) 씨는 상을 받는 날에도 기쁘지만은 않다. 올해 '투명사회상' 수상자 중 한 사람인 그는 7일 <프레시안>과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정 씨는 지난 1996년 LG전자 내부 비리를 사내 감사팀에 고발했다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승진 탈락, '왕따 이메일', 대기발령, 퇴직 압력 등을 경험했다. 회사 측은 구자홍 회장 이름으로 급기야 2000년 그가 '왕따 이메일'을 위조했다면서 사문서 위조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회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이긴 그는 구자홍 회장 등을 대상으로 민형사소송을 제기했다.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는 구자홍 회장 측과 소송 중이다.

▲ 회사 내부 비리를 제보해 바로 잡았으나, 정국정 씨는 회사로부터 대접은 커녕 해고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7년이 넘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정 씨에게 2006년 투명사회상이 수여됐다.ⓒ프레시안

"처음 내부고발을 했을 때 나이가 서른일곱이었다. 그런데 8년이 지났다. 인생에 회의를 느낄 정도다. 잃어버린 8년이 너무 아깝다."


정 씨는 상당수의 공익제보자들이 공익제보 후 소송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으니 검찰과 법원에서 이들과 관련된 소송에 특별히 신경을 써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상당수의 공익제보자들이 해고를 당해 생계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는 "얼마 전 방송을 보니 공익제보가 검찰 수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하는데 정작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는 매우 미흡한 편"이라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부문 공익제보자, 보호의 사각지대에 존재"

정 씨와 함께 이번에 투명사회상을 수상하는 이들의 사정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한광고교와 한광여고 교사로 재단 비리를 고발한 김진훈, 김명상 씨의 경우도 현재 이사회에 이들에 대한 '징계의결요구서'가 제출돼 있는 상태다.

한국통신 전 간부로 한국통신의 예산 낭비 사업을 국가청렴위에 신고한 여상근 씨도 공익제보 후 파면당해 현재 실직 상태다.

투명사회상을 시상하는 한국투명성기구(회장 김상근)는 이 같은 문제와 관련해 "공익제보자들이 인사상 불이익이나 근무차별을 받는 등 보복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특히 민간부문은 공익제보자가 보복 징계를 당해도 구제를 요청할 곳이 없이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신분이 노출되는 경우에는 어김없이 막강한 조직에 의해 법정까지 끌려가 힘겹고 긴 재판으로 개인적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국회는 공공기관이나 공직자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도 부패방지법의 적용을 받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투명성 기구가 밝힌 투명사회상 수상자와 수상 이유는 아래와 같다. 시상식은 이날 오후 6시 30분 국회의원회관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한광학원 교사 김진훈, 김명상 : 두 사람은 1995년 2월부터 현재까지 10년간 재단 비리에 맞서 싸웠다. 최근 277일 간의 천막농성과 5톤 대형트럭을 변조한 '천막농성'을 통해 회계 결산서 조작, 백혈병 장학기탁금 유용, 내신성적 조작, 학교물품 구입을 매개로 한 금품수수 등 각종 재단 비리를 외부에 알렸다. 이들은 지난 2005년에는 8년간의 끈질긴 문제제기로 무자격 교장을 퇴진시키기도 했다.

전 한국통신 부장 여상근 : 여 씨는 지난 2004년 동대구 지부장으로 부임해 고속철도 운행과정에서 고압에 의해 발생하는 잡음전압 대책 공사를 하던 중 잡음전압이 발생하지 않는데도 공사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회사가 전문가들이 검증한 내용을 두고 공고를 졸업한 비전문가가 문제를 제기했다고 여 씨의 문제제기를 묵살하자, 여 씨는 이를 국가청렴위에 신고했다. 국가청렴위로부터 이 사안을 이첩 받은 감사원은 여 씨의 문제제기의 타당성을 인정해 한국통신에 관련 규정을 개정하라는 등 처분을 내렸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한국패션센터 지부장 박경욱 : 대구지역 전략사업이자 국책사업으로 채택된 대구섬유산업진흥사업(밀라노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정부보조금 횡령이 있었다는 사실을 국가청렴위에 고발했다. 검찰 수사 결과 대구패션조합의 불법비자금 조성, 서류조작, 관계공무원의 금품수수 등 부정부패 사실이 밝혀졌다.

전 LG전자 직원 정국정 : 1996년 LG 전자와 하청업체 사이의 납품비리의혹 사내 감사팀에 고발해, 감사 결과 정 씨의 제보가 사실임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 일로 정 씨는 각종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고, 급기야 2000년 해고됐다. 이어 회사는 그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형사고소했으나 법원은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재판에서 이긴 그는 구자홍 전 회장 등을 무고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30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민사소송에서는 법원이 2006년 8월 구 전 회장이 정 씨에게 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으나, 서울중앙지검은 구 전 회장을 소환하지도 않고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정 씨는 현재 구 회장 측과 민사소송은 2심을 진행 중이고,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불복해 항고한 결과 서울남부지검에 재수사 명령이 내려졌으나 서울남부지검은 아직까지 사건 처분에 대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올해 국회의 법무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공익제보자 보호 문제와 관련해 언급되기도 했다.

안산시 지방행정주사보 조영일 : 2005년도 국가청렴위의 청렴도 조사에서 안산시가 전국 227개 기초 자치단체 중 최하위로 나타난 결과를 보고 강도 높은 부패방지책을 세우고 추진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 공정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고 불법적 리베이트 금품수수 행위를 막기 위한 '의약품 등 거래에 관한 보건의료분야 공동자율 규약' 제정을 주도하고 보건의료분야 부정부패 근절에 앞장섰다.

포스코 윤리실천프로그램 : 2003년 윤리규범을 선포하고 매년 단계별로 실천 목표를 세워 꾸준히 윤리적 가치를 모든 경영활동에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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