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청렴위원회에 의해 공익제보자의 신원과 제보 내용이 해당 기관에 고스란히 알려지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청렴위원회는 '단순 실수'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시민·사회단체는 관련자 문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청렴위에 '밀라노 프로젝트' 제보…'조서'가 해당기관에 전달돼
11일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과 청렴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대구패션조합의 불법 비자금 조성, 국가 연구개발 예산의 부당한 집행, 관련 대구시 공무원의 비리 등을 고발한 한 공익제보자의 신원과 제보 내용이 고스란히 해당 기관의 피신고자에게 통보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패션조합(이사장 김두철)은 대구를 이탈리아 밀라노처럼 세계적인 패션 산업도시로 성장시키자며 1999년부터 2003년까지 1단계 사업에만 국ㆍ시비 등이 6800억 원이나 투자된 이른바 '밀라노 프로젝트'의 수행기관이다. 하지만 그간 이 밀라노 프로젝트의 문제점이 끊임없이 지적됐고 지난 6월 15일 한 공익제보자가 청렴위원회에 내부적으로 파악한 문제점을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청렴위원회는 관련 내용을 검찰에도 알려 최근에는 본격적인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21일에는 한국패션센터(이사장 최태용)와 대구패션조합 소속의 피신고자들에 대한 출국금지와 양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이 실시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6월 28일 한국패션센터 소속의 피신고자 책상에서 공익제보자가 청렴위에서 진술한 확인 조서가 발견된 것.
담당자 '단순 실수' 해명…시민·사회단체 "이게 실수라고?"
그렇다면 도대체 절대 비밀이 보장돼야 할 공익제보자의 신원과 제보 내용이 어떻게 해당 기관의 사용자에게 통보됐을까? 청렴위원회의 설명은 '단순 실수'였다는 것.
청렴위원회 관계자는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정부 기관으로서 이런 상황이 발생된 데 대해 제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유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청렴위원회는 "청렴위 직원이 '확인 조서'를 USB 메모리칩에 저장해 제보자와 함께 6~10회에 걸쳐 문서 출력을 시도한 사실이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문서가 다른 사무실에 있는 공유 프린터에서 출력돼 결국 피신고자에게까지 유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렴위원회는 "나중에 확인한 결과 이 건물 내에 있는 모든 프린터는 단일 네트워크로 연결·공유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해명에 대해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대구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설사 단순 실수라고 하더라도 청렴위의 누군가가 문건을 해당기관에 전달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청렴위의 책임은 면할 길이 없다"며 "철저하게 관련 사실을 조사하고 관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렴위원회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당사자들이 더 이상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법적ㆍ행정적으로 가능한 조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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