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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약속'의 뜻도 모르나?"

고 전용철·홍덕표 사망 1주기…책임자는 계속 '수사중'

"정부에게 묻는다. 전용철·홍덕표 두 농민을 죽음으로 내몬 일선 진압부대에 대한 진상규명을 철저히 해 책임자를 처벌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는가? 농업회생을 위한 정부-국회-농민단체간 사회적 협약기구 건설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는가? 다시는 시위현장에서 과잉진압이 일어나지 않도록 진압 경찰에게 명찰을 부착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는가?"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인 2005년 11월 15일, 집회 도중 경찰의 폭력으로 사망한 고 전용철·홍덕표 두 농민의 1주기를 맞아 전국민중연대와 농민연합은 15일 경찰청 앞에서 정부에 대국민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평화시위 보장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해 두 농민이 돌아가셨을 때 정부와 경찰이 약속했던 내용 중 어느 하나 이행된 것이 없다"며 "반면 하중근 노동자의 사망, 제주도의 과잉진압 등 오히려 집회에서 경찰의 과잉폭력진압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철저히 조사한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 "대통령은 수사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1년 전에 하겠다던 수사는 지금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아무도 모른다." ⓒ프레시안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고 전용철·홍덕표 농민 사망 당시 정부가 '대국민 약속'으로 내걸었던 내용을 하나하나 짚으며 당시 약속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따졌다.

2005년 12월 총리실은 "정부는 무엇보다 이번 사고의 진상과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불법 행위자는 물론 과잉 행위자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같은 해 12월 27일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인권위 권고에 따라 정부는 책임자를 가려내 응분의 책임을 지우고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절차를 거쳐 국가가 배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던 정부와 경찰은 1년이 지나도록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중간발표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전용철 씨의 큰형 용식 씨는 "지난 여름, 고 하중근 열사의 사망소식을 접하면서 내 동생과 같은 사람이 또 죽었구나라는 생각에 울분을 꺼뜨리지 못했다"고 말한 뒤 얼마간 말을 잇지 못했다.

전용식 씨는 "이 나라 정부관리들은 초등학교도 안 나왔는지 약속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모르나. 그때 정부는 평화적 시위 보장해준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은 수사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1년 전에 하겠다던 수사는 지금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아무도 모른다. 유족들에게도 수사상황에 대해 통보해주는 전화 한 번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경찰, 1년 전과 똑같아"
▲ 고 전용철 씨의 큰형 전용식 씨 ⓒ프레시안

기자회견에서는 '지키지 않는 약속'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사건 당시 최광식 경찰청 차장은 "인권과 안전을 최우선시 해야 할 경찰로서 이 같은 결과를 방지하지 못한 현장 지휘책임자인 이종우 기동단장에 대해서 총체적인 책임을 물어 직위해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종우 단장은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은 뒤 강원경찰청 차장으로 복귀됐다. 또 당시 관할서였던 영등포서의 박병국 서장은 정직 1개월 후 서울청 보안1과장으로 복귀했으며 서울청 기동단의 명영수 3기동대장은 감봉 1개월 후 경찰대 파견 교육을 받는 것으로 그쳤다.

또 경찰은 올해 초 책임감 있는 시위 진압을 위해 집회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들의 복장에 명찰을 착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그 이후 인권침해를 이유로 이 계획은 백지화됐다.

한편 지난해 12월 6일 이해찬 총리는 이 같은 사태를 일으킨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농업회생을 위한 농민단체-국회-정부의 3자 협약기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협약기구에 대한 정부 내 논의는 현재까지도 전무한 상태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의 이규재 의장은 "국가권력에 의해 백주대낮에 두 농민이 맞아죽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지휘책임자는 정직 3개월 뒤에 복귀했고 수사는 1년이 지나도록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죽은 사람은 있는데 책임 지는 사람이 없는 이런 일은 구석기 시대에서나 있었을 법한 상황"이라며 분개했다.

전국빈민연합의 김흥연 의장은 "지난 8일 빈민대회 도중 집회공간을 보호하지 않는 경찰의 직무유기로 술 취한 운전자가 집회참가자를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그런데 경찰은 부상 당한 시위자를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시위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경찰의 태도는 1년 전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고 비난했다.

"하중근 씨 사망, 제주 반FTA 시위진압으로 이어지는 경찰 폭력"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두 농민을 살해한 것에 대해 자성해야 할 경찰은 오히려 또 다시 날선 방패와 곤봉으로 하중근 씨를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한미 FTA 4차 협상이 열리던 제주도에서 차내에 있던 운전자는 물론 집회 사회자까지 집단 폭행하는 어처구니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경찰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와 경찰은 고 전용철, 홍덕표 두 농민의 영정 앞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책임자 처벌, 농업회생을 위한 사회적 협약, 진압경찰의 명찰부착 약속을 즉각 이행할 것 △평화시위를 방해하는 주요도로의 집회금지 방침을 즉각 철회할 것 △평화시위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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