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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와 해법, 모두 공영방송 내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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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와 해법, 모두 공영방송 내부에 있다"

[공영방송 위기 진단 3]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원용진 교수

"경영 합리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노동조합의 자기 정당성은 약화되고 있다."

서강대학교 원용진 교수(신문방송학)는 현 위기국면의 원인으로 방송계 내부 사정을 우선적으로 지적했다. 또 원 교수는 정치권의 과다 개입, 통신과의 융합에서 오는 탈규제 양상 및 경쟁체제 심화와 같은 현상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렇다면 꼬인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기 앞서 일찌감치 '묘안은 없다'고 단정지었다. 제도 개선을 통한 혁신은 만능 해결사가 아님이 드러났다. 지난 2000년 제정된 현 방송법은 5~6년간의 고민 끝에 나왔지만 여전히 방송위원의 선임방식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공영방송 외부에 있는 학계나 시민단체에 문제를 풀라고 요구하는 것도 무리다. 이들은 저마다의 이익과 의견이 있는 제삼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문제를 풀어야 하는 이도, 또 풀 수 있는 이도 결국은 공영방송 내부의 종사자와 노조라고 원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나 현실 속 노조의 행보는 심히 우려스럽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었다.

'구조조정을 통한 자기 정당성의 확보' 절실
▲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프레시안


프레시안:
현 위기사태를 불러온 원인을 짚어본다면?

원용진: 공영방송 중 국가기간방송이라고도 불리는 KBS가 제일 중심에 서있는 것이 사실이다. KBS가 상당부분 경영이 합리화되고 또 정상화될 필요가 있다. 현재처럼 광고의존율이 높고 시청료가 인상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정상적인 공영방송을 유지하기에 불가능하다.

정연주 전 사장이 '슬림운영'을 하려고 했지만 구조조정이 예상했던 만큼 잘되진 못했다. 지역국을 줄이고 간부 숫자도 줄인다고 했지만, 전체적으로 성공을 못 거뒀고 예상 외로 내부 저항이 굉장히 강했다.

프레시안: 노조의 반발이 심했다는 뜻인가?

원용진: 그렇다. MBC와 KBS를 보면 점차 자기 정당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도 위기국면일 수 있다. 노조가 자칫 자기보전을 위한 집단으로 퇴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지금 KBS 노조의 성격을 잘 들여다볼 필요 있다. 어떤 성격의 노조인가? 과거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은 확실하다. 애매하다. 너무 파악하기 힘들다.

MBC는 어떤가? 15% 정도의 비율로 자체방송을 하는 지역국에서는 인력이 차고 넘친다. 슬림화 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서로 이익이 다른 지역과 중앙의 노조가 단일화 돼 있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을 통한 자기 정당성의 확보'는 사회로부터의 보호막이 될 수 있다.

EBS 정체성 혼란 여전…새롭게 태어나야

프레시안: EBS가 갖고 있는 문제도 '자기 정당성 상실'이라고 볼 수 있나?

원용진: EBS는 위기의 양상이 조금 다르다. 조직의 운영 자체가 워낙 슬림화 돼 있어 그 문제는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 내부 정당성이 상실됐다는 징후도 아직 보이지 않는다.

난 EBS가 공사로 독립되고 난 뒤 좋은 사장을 못 만났다고 본다. EBS의 사장들은 올 때마다 '우린 직업주의로 간다', '철저히 학교 중심으로 간다', '사회교육 해야 한다' 라고 하는 등 매번 말이 바뀌었다. 아직도 혼동스러운 부분이다. 그러니까 내부에 있는 담당 PD들도 '우리 교육방송은 뭐하는 채널인가'에 대한 정체성 혼동이 여전히 남아 있게 됐다. 그런데 교육부 관료출신인 구관서 사장이 오게되면 정체성이 형성도 제대로 되기 전에 과거로 회귀해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EBS는 새롭게 한번 태어날 때가 됐지 않았나.

프레시안: 구체적으로 EBS가 어떻게 변해야 한다는 뜻인가?

원용진: EBS가 참고할만한 모델이 해외에 몇몇 있다. 영국 BBC의 채널4, 미국 PBS도 좋은 예다. PBS는 평균 시청률이 1%가 채 안되지만 상당히 좋은 프로그램이 많다.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인식했던 방송을 하루아침에 갑자기 재미있게 보진 않는다. '재미있게 보는 법'을 알아야 볼 수 있다. '자연 다큐멘터리'라는 분야가 있으니까 사람들이 자연 다큐멘터리 보는 법을 알게 되는 것이다. EBS는 '재미있게 보는 법'에 대한 일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수 있다.

상업방송이나 다른 공영방송들은 대체로 사람들이 '필요한 내용'보다는 '원하는 내용'으로 간다. EBS는 그런 면에서 해독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치권 개입과 신자유주의 흐름은 불가피한 부분이지만…"

프레시안: 방송사의 내부 사정도 심각하지만 현재 공영방송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 중 '정치권의 개입' 문제도 크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원용진: 법 자체가 정치개입이 불가피하도록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처음 방송법 제정을 논의할 때는 한나라당이 여당이다가 정권이 바뀌니까 정부의 입장이 또 바뀌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인사과정에서 '정권 프리미엄'이 작용하게끔 돼 있었다. 그것마저도 부정하면서 방송위원회를 구성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면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정권이 가진 정당성과 양식에 맡기는 것이다. 문제는 소위 '코드'로 밀고 갈 수 있는 이들을 전진배치하다 보니까 모든 것이 정치 일색으로 가는 현실이다. '정권 프리미엄'을 부정하진 않지만, 이를 어떻게 선의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너무 없다.

프레시안: 방송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도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도 한다.

원용진: 방송통신융합은 결코 신자유주의로 흘러가고 있는 정부 정책의 흐름과 무관치 않을 듯하다.

우리나라는 경제발전, 산업발전은 늦었지만 정보화 혁명은 우리가 더 빨리 해야 한다며 '공공성'을 담보할 필요성이 있는 통신분야를 완전히 시장의 영역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강하다. 경제적 부가가치가 높은 통신 쪽이 방통융합에서 더 중요한 영역으로 받아질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수백 개의 채널이 광통신망을 통해서 집으로 들어가는 IPTV의 경우 지상파 방송의 프리미엄은 사실상 사라진다. 결과적으로 방송의 주도권을 쥐는 쪽은 채널을 모아서 제공해주는 플랫폼 사업자, 즉 통신업자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시 말해 KBS, MBC가 아니라, KT같은 업체가 방송을 주도할 가능성이 커진다. 수백 개 중에서 한두 개인 채널로 전락한 지상파 방송이 무슨 대결을 할 수 있을까? 상업방송과 닮아가거나 그것보다 훨씬 더 사람들의 눈에 띄게 해야 하고 그런면에서 '공익성'을 담보하는 일은 불리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학계나 시민단체에도 두드러진 움직임 없다"

프레시안: 원 교수는 방송분야 교수이면서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학계나 시민단체에서 '위기'에 대처하고 있나?

원용진: 두드러진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학계 쪽에서는 지난해 발족한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가 있지만 아직 단체의 활동이나 성격이 뚜렷하지 않다.

지금 공영방송에 대응하는 시민운동도 좀 흐트러졌다.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이 이번에 있었던 전반적인 방송인사에서 태풍의 눈 아니었나. 시민단체의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대거 방송위원 등에 진출하는 것이 적절할까? 본인들은 의도적이었던 게 아니라고 하지만 객관적 정황으로는 적절치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언론연대, 문화연대 등이 조직을 재정비하거나 미디어에 대한 비중을 높이려 하고 있을 뿐이다. 사안을 바라보는 시선들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제 시민단체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때가 아닐 수도 있다. 본격적인 토론 통해서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 생산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런 공영방송이라면 굳이 지켜줄 필요 있는가' 소리 나오지 않도록

프레시안: 돌파구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원용진: 한미 FTA를 앞두고 방송은 탈규제로 가는 경향이 대세인 듯하다. 현재 공영방송을 포함한 지상파 방송들은 일종의 과점시장으로서 보호받고 있다. 매체의 균형발전을 위해서 이 과점이 깨져야 되는 면도 있지만 공영방송에 사회적 책임을 좀 더 많이 요구하고 있는 점도 분명하기 때문에 국가에서 보호해줄 필요도 있다.

그러려면 공영방송이 과점의 비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기 정당성을 계속 유지해나가야 되는데 과연 그러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자칫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에 '이런 공영방송이라면 굳이 지켜줄 필요가 있는가'라는 회의를 안겨주며 공영방송조차 탈규제화 방향으로 가기 쉽다.

KBS의 <열린 채널>이나 <독립영화관>처럼 공익성 높은 프로그램들에 대해서도 노조나 내부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 시민단체들이 대처하고는 있지만 내부에서 나서지 않으면 소용없다.

현 공영방송 노조들에 서운한 점이다. 학자금 융자 때문에 파업하는 식의 행보는 적절치 못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들이 많다. 물론 문제가 있다면 풀어야겠지만 순서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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