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룹 비자금 사건 제보자가 2002년 대선 때 현대 글로비스 금고에서 빠져나간 70여억 원이 정치권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구속으로 이어진 현대차 그룹 비자금 사건의 제보자는 18일 보도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2002년 대선 무렵 글로비스의 옛 금고에서 70여억 원이 두 차례로 나뉘어 빠져나갔다"면서 "이 돈은 글로비스 직원이 운전하는 승합차에 실려 나갔고, 그 직원은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 차를 세운 뒤 누군가에게 승합차의 열쇠를 건넸다"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비자금과 관련해 회삿돈 1200여억 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4000억 원대의 손해를 끼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의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으나 지난 6월 병보석으로 석방됐다.
제보자 주장 일부, 검찰 수사 결과와 달라
2002년 대선 때 현대 글로비스 금고에서 70여억 원이 정치자금으로 빠져나갔다는 제보자의 주장은 '현대차가 한나라당에 건넨 100억 원은 현대캐피털 비자금과 숨진 정주영 회장의 개인 돈'이라는 대선자금 수사 결과와는 다른 것이다.
제보자는 또 "본사의 지시로 2003년 9~10월께 글로비스에 새 비밀금고가 만들어졌다"면서 "이 금고를 만들기 전에도 계열사에서 빼돌린 비자금이 모두 글로비스로 모였다"고 주장했다. 제보자가 글로비스에 새 비밀금고가 만들어졌다고 밝힌 시점은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막 시작될 무렵이어서 현대측의 '용감한 행동'을 짐작케 한다.
그는 또 검찰이 현대차 비자금 사건을 금융로비스트 김재록 씨 사건의 곁가지로 밝힌 것에 대해서도 문제제기했다.
제보자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김재록 씨의 이름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김재록 씨 사건과 현대차 비자금 사건은 전혀 별개라고 주장했다.
또 제보자는 그 동안 비자금 관련 회계 자료를 통째로 들고 나와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으나 "비자금 관련 회계 자료는 3~4쪽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자신이 알고 있는 비자금 조성 경위 등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검찰에 넘겼으며 "지난해 7월 중순께 지청에서 글로비스를 압수수색하겠다고 해서 비밀금고 위치와 사무실 구조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줬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2004년 인사에서 좌천 당해 퇴직한 현대측 내부자였다. 그는 지난해 5월 중순 한 검찰청의 인터넷 게시판에 "5대 그룹 안에 드는 회사의 비자금과 탈세를 제보하겠다"는 글을 올린 뒤, 검찰의 요청으로 작년 6월과 7월 수시로 한 지방검찰청을 찾아 관련 내용을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로부터 5개월 뒤인 지난 1월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한편 제보자는 "이런 비리는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인생을 걸고 제보했지만 검찰은 내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나에게 '한 배를 탄 동지'라고 했던 검찰은 수사로 큰 공을 세워 좋아하겠지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불안하기만 하다"고 내부 제보자에 대한 무성의한 보상.보호 정책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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