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본사를 점거 중인 포항지역 건설노조 조합원들을 이끌고 있는 노조 지도부가 20일 밤 자진해산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하고 안전한 해산을 위해 경찰과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내부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20일 저녁 "경찰에 자진해산 입장을 통보했으며 조만간 경찰과의 협의가 끝나면 오늘 밤 시간 중에 모두 해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번 노조 지도부의 자진해산 결정은 정부가 곧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다 실제로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 우려되는 조합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노조 지도부 내에서 제기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동안 포항지역 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 사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며 노조 측을 강하게 압박해왔다.
20일에는 청와대까지 나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정상적 노동운동이 아니라 불법행위"라고 규정하고 "주동자와 배후조종자뿐 아니라 가담자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포스코 본사 점거 사태가 노조 조합원들의 자진해산으로 일단락이 되더라도 이번 사태는 향후 노정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혁적' 성향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노동문제에 대해 깊은 이해가 없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고 노동계는 평가하고 있다.
한 예로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재직하기도 했던 열린우리당의 문희상 상임위원은 지난 19일 민생경제회복추진위원회 회의에서 "포스코는 법적으로 전문건설업의 사용자가 아님에도 노조가 포스코 본사를 점거했다"며 건설업계의 오래된 고질병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
게다가 문 위원이 "불법점거는 노사문제가 아니라 치안문제"라고 한 발언은 여당 정치인들이 노동문제에 대해서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정부보다 나을 게 없음을 확인시켜줬다고 노동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건설노동자들이 생사를 걸고 점거농성을 벌였지만 정부와 여당은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강조해온 '사회적 대타협'의 대상에 건설노동자는 들지 않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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