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건설노동자들이 포스코 본사를 점거하게 된 한 도화선인 사측의 대체인력 투입 사실을 18일 오후까지 모르고 있었거나, 적어도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3일 포스코가 대체인력을 투입해 노조원들의 파업을 무력화시킨 것이 포스코 본사 점거로 이어졌다는 노동계의 주장을 주무부처 장관이 눈 감았던 셈이다.
특히 이 장관은 같은 날 천정배 법무, 이용섭 행자부장관과 공동 명의로 정부 담화문을 발표하고 "건설노조가 사용자인 전문건설협의회를 상대로 파업을 벌이다가 여의치 않자 노사관계에 있어 직접 당사자가 아닌 포스코 본사 건물을 점거하는 등 자신들의 주장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관철하려 하고 있다"고 건설노동자들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보고가 안돼서? 이 장관이 둔감해서?
이 장관이 대체인력 투입 문제를 이번 사태의 '주요 요인'으로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는 정황은 18일 오후 민주노동당 단병호 심상정 의원과 가진 면담 자리에서 드러났다.
당시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면담이 비공개로 전환된 후 민노당 측이 "대체근로 문제에 대해 장관이 알고 있느냐"고 묻자 이 장관은 "대체근로 문제를 나에게 보고했느냐"고 배석한 실무자에게 물었다고 한다. 이는 당시 배석했던 노동부 관계자들에게서도 확인됐다.
민노당 의원들이 "대체인력을 투입했고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포스코 본사 점거)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자, 이 장관은 "어떻게 된 것이냐"며 재차 실무자들을 쳐다봤다.
이에 대해 배석한 실무자가 "파업이 불법이기 때문에 이번 대체근로의 불법성 여부는 검토해 봐야 한다"고 답하자, 이 장관이 "파업 중에 대체근로 투입은 명백한 불법이고, 이 부분에 대해선 면밀히 확인하고 위법 사항이 있다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확인하면서 면담은 마무리됐다.
이와 관련해 당시 배석했던 노동부 관계자는 19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민주노동당 쪽에서 본사 점거가 대체인력 투입과정에서 된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니까 이 장관이 이를 재확인 한 것"이라며 "장관에게 보고된 자체 보고서에도 대체근로 문제가 분명히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보고 내용과 관련해 "분규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대체인력이라고 규정하며 차량을 저지하는 과정 등이 담겨 있다"고 말해 대체인력 투입 문제는 사태 전개 일지 수준의 보고였음을 드러냈다.
이는 포스코의 대체인력 투입을 보는 노동부의 시각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대체인력 투입이) 명백히 불법이냐 합법이냐고 속단하기 어렵다"며 "특히 파업주체인 건설근로자들은 협회 차원으로 엮여 있고, 노동조합으로도 엮여있어 분규가 끝난 다음에 규명해야 할 일"이라고 넘겼다.
결국 노동부와 이 장관은 "대체인력 투입이 본사 점거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노동계의 주장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은 상태에서 18일 담화를 통해 '노동계 때리기'에 나선 셈이다.
더욱이 이번 사태의 원인과 결과를 건설노동자들이 주5일 휴무 등을 요구하다가 여의치 않자 본사를 점거한 것으로 단정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일조했다는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주무부처인 노동부의 균형감 상실 속에 여야 정치권에선 공권력 침해를 질타하며 엄정대응을 요구했고, 19일 경찰은 음식물 반입을 중단하는 등 강경대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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