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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총리' 시대 마감…'여성총리'로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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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총리' 시대 마감…'여성총리'로 돌파

[전망] '분권형 국정운영' 퇴색 불가피…후반기 국정운영 향배는?

24일 한명숙 의원을 국무총리 내정자로 발표하면서 청와대는 "분권형과 책임형 총리는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책임총리제'는 유지하되 '분권형 국정운영' 방식은 거둬들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 21개월 간 '분권형 책임총리제'를 명분으로 실세 총리로 기능했던 이해찬 전 총리 때와는 확실히 달라진 국정운영 방식을 예고한 대목이다.

***'분권형 국정운영' 사실상 포기**

이병완 비서실장은 이날 "이해찬 전 총리는 분권형이면서 책임형 총리였지만 한명숙 내정자는 책임형 총리로서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 내정자도 "앞으로도 책임 총리 역할을 하겠다"면서도 "이는 분권형 총리제와는 별개"라고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분권형 국정운영'은 당과 청와대 간의 수평적 권력 운영, 나아가 국회와 청와대의 대등한 권력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런 국정운영 방식 하에서는 당정청을 조율할 정치인 출신 총리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강조됐다.

여당에 대한 일정한 장악력과 함께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았던 이 전 총리는 당청간 조율자로서의 역할에는 어느 정도 충실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등 야당을 포함한 국회권력과의 관계에선 지속적인 갈등을 빚어 완전한 분권형 체제의 정착으로 평가되지는 않았다.

지난해 여소야대 상황이 무너진 뒤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하며 내세운 명분 중에 '분권형 총리제의 완성'이 강조됐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여기에 이 전 총리에게는 '책임 총리제'라는 실권까지 주어졌었다. 이는 대통령은 외치와 중장기 국정과제에 주력하되 총리가 일상적 국정운영을 총괄하는 방식으로서, 정부부처 장악력이 높았던 이 전 총리는 책임 총리로서의 업무능력은 인정받았다.

이 전 총리에게 '실세 총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까닭은 이 같은 '분권형+책임총리제'라는 시스템 하에서 가능했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청와대가 한 내정자를 지명하며 '분권형 총리제'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국정운영 방식의 적지 않은 변화를 의미한다.

또한 한 내정자가 당에서 국정과제추진위원장을 역임했다고는 하지만, 각 정부부처에서 추진돼 온 정책 내용을 속속들이 파악하는 능력에선 이 전 총리와 대비되는 것도 사실이다. 정책 능력과 기획력을 갖춘 이 전 총리에 비해 "국정 장악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다.

이에 따라 '분권형 국정운영의 퇴색', '책임총리제의 느슨한 유지'로 요약되는 한명숙 총리 체제의 국정운영은 노 대통령이 일상적인 국정까지 직접 챙기는 구조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해찬과 대비되는 '한명숙 효과' 노림수는?**

노 대통령이 '분권형 책임총리제'의 기조를 유지하려 했다면 여기엔 김병준 실장이 한 내정자보다 훨씬 그럴듯한 카드였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총리 내정자 발표 직전까지 고심했다고 밝힌 것은 바로 이같은 고민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방식의 대폭적인 변화를 감수하면서까지 한 내정자를 최종 낙점한 데에도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

우선 공격적인 이 전 총리와는 달리 온화한 성격인 한 내정자를 총리로 지명함으로써 국정운영과 대야관계 등에서 '안정'을 모색하기 위한 방향 선회라는 분석이다. 이해찬 전 총리와 대비되는 '안정형+여성 총리'라는 새로운 컨셉을 구축해 그동안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던 국정운영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열린우리당의 요구를 들어주는 모양새를 취해 당청관계의 불화 지점도 없어졌고, 여기에 '사상 첫 여성 총리'라는 상징적 의미에 대해선 여론의 평가도 우호적인 편이다. 당적 포기를 요구하는 한나라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의 긍정적 반응과 여성계의 전폭적인 환영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봐도 최근 며칠간 진행된 청와대의 '후임 총리 게임'은 나름대로 극적인 효과도 낸 셈이다.

여당의 지방선거 전략에서도 숨통을 터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한명숙(총리)+강금실(서울시장)'으로 대표되는 '여성 투 톱'을 내세워 정치적 흥행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이는 여성계의 공분을 사고 있는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장기적으로는 여성 정치인의 대명사인 박근혜 대표의 독보적인 위상을 상쇄시키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정권 재창출을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청와대와 여당이 한 내정자의 민주화 운동 경력을 높게 평가한 데에는 은연중 박 대표와 대비시키려는 의도도 녹아있다.

이에 따라 한 내정자가 스스로 강조한 '여성의 온화한 리더십'이 제대로 가동된다면 향후 굵직한 정치적 국면에서 유용성이 발휘될 수 있겠으나, 시간이 갈수록 현존 권력 보다는 차기 권력 쪽으로 중심이동이 불가피한 '정권 후반기'라는 점에서 한 내정자가 얼마나 중심축 역할을 해 낼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반신반의하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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