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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급부상…위기 때만 불거지는 '여성총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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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급부상…위기 때만 불거지는 '여성총리론'

행정경험도 풍부…'김병준 카드' 한나라당 반발 심해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후임에 여성인 한명숙 열린우리당 의원이 최종 후보 중 한 명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그것도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성 총리는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비교적 적어 야당의 동의를 얻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언론을 통해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후임 총리로 검토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중립적 인사가 아니다"며 '절대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게 작금의 상황. 노 대통령이 후임 총리를 지명한다고 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후임 총리 인선을 통해 '안정감'을 보여주고 싶은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비교적 중량감 있는 여성 총리는 한번 시도해볼만한 카드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같은 카드로는 '돌파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고 보면, 노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이 아주 쉬운 것만은 아니다.

***한명숙, 노대통령이 제시한 인선 기준에 가장 부합?**

현재 후임 총리로는 김병준 정책실장, 전윤철 감사원장, 열린우리당 한명숙 문희상 의원 등이 최종 후보군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들 외에 관료 출신의 제3의 인물도 검토될 수 있다며 인선 윤곽이 조기에 드러나는 것을 경계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 등이 언급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후보 중에서 한명숙 의원은 노 대통령이 제시한 여섯 가지의 후임 총리 인선 기준에 비교적 잘 부합한다. 노 대통령은 20일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국정의 안정성 ▲정치적 중립성 ▲현 정부와 '코드' 일치 ▲여야와 원활한 의사소통 가능 ▲행정력 ▲대국민 정서적 안정감 등을 인선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 실장은 이같은 기준을 밝히면서 "정치인이든 비정치인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백지 상태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에 부상했던 김병준 실장은 학자 출신이지만 청와대 참모라는 점에서 한나라당이 '정치적 중립성'을 걸고 넘어지고 있다. 문희상 의원도 현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 열린우리당 의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야당이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삼을 수밖에 없다.

전윤철 감사원장은 현 정부의 관료이긴 하지만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인사라고 보긴 힘들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 원장에 대해 "노 대통령과의 '히스토리'도 부족한 게 아니냐"며 대통령의 의중 파악에 힘들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반면 한명숙 의원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걸리는 게 없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여성부 장관을 지냈고 현 정부 들어서는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다. 무려 4년 동안 장관직을 수행하는 등 행정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국정안정성'과 '행정력'이란 기준을 만족시킨다.

1970년대 크리스찬 아카데미 사건으로 2년 반 동안 투옥된 경험이 있는 등 결코 순탄하지 않은 길을 걸었지만 모나지 않은 온화한 이미지를 가진 것도 장점이다. 국민들에게 호감과 안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의원은 지난 2004년 총선 당시 여당의 출마 요구를 받아들여 환경장관 직을 포기하고 일산갑 지역에 출마해 홍사덕 전 한나라당 총무를 누르고 당선된 이력이 있다. 여권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에 대한 기본적인 충성심이 있다는 점이다. 김병준 실장이나 문희상 의원처럼 대통령과 '코드'가 완벽히 일치한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그런 한계를 충분히 상쇄할 만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2선의 국회의원이란 점에서 여야 의원들과의 소통도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당 의원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다소 논란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한 의원은 김 실장과 문 의원 등에 비교할 때 야당 측에서 정치색을 걸고 넘어지기는 힘든 후보다.

***임기말…위기 때에만 불거지는 '여성 총리론'**

특히 한나라당은 지난 17일 "당대표가 여성인 한나라당으로서는 이 문제를 이야기할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며 '여성 총리' 임명을 고려해 달라고 제안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한명숙 의원을 택할 경우 반대할 명분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만약 한 의원이 후임 총리 후보로 지명돼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된다.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인 2002년 7월 장상 당시 이화여대 총장이 총리 후보로 지명됐으나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 해 '총리서리'로 남았다.

공교롭게도 '여성 총리론'이 불거지는 것은 늘 대통령 임기 말 여소야대 상황에서 총리에 대한 국회 인준 통과 여부가 불투명할 때다. 남성중심 사회인 한국에서 '여성 대표성'이라는 강력한 명분이 다른 정치적 공세를 상당 부분 가로 막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기 말 위기 상황이라는 점에서 '여성 총리'는 가뜩이나 보수적인 관료 사회에서 국정장악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한명숙 의원이 개인적으로는 행정경험이 풍부할지라도 '분권형 총리' '책임 총리'로 기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노 대통령이 '정치적 파트너'였던 이해찬 전 총리를 잃은 위기를 넘어가기 위해 '여성 총리'라는 신선한 카드를 선택할 것인가? 그가 무사히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고 첫 '여성 총리'가 될 것인가? 향후 정국에 유의미한 변수가 될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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