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간 양강 구도로 치러진 이번 대선에선 연예인들의 정치참여도 눈에 띠는 대목이었다. 한때 '종자' 논쟁까지 야기될 정도로 치열한 대립상을 보였던 연예인들이 속속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노무현 당선자를 지지했던 영화배우 문성근, 명계남, 권해효씨, 가수 신해철씨 등은 당선 후 “본업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일각에서 제기했던 것처럼 정치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회창 후보 지지로 방송정지 명령을 받았던 탤런트 박철씨도 24일부터 SBS 라디오 <2시 탈출> 진행을 다시 맡기로 했다.
***문성근·명계남·신해철. 권해효 “본업에 충실하겠다”**
영화배우 문성근, 명계남씨는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두 사람은 올봄 민주당 국민참여경선부터 ‘노사모’ 활동 등을 통해 줄곧 노 후보를 도와왔다.
"내맘이다" "종자가 다르다"는 직설적 표현으로 한때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던 명계남씨는 그후에도 노 당선자 선대위 산하 국민참여운동본부 ‘백만 서포터즈’의 회장을 맡아 ‘희망돼지 분양 사업’을 주도해왔다. 또 유세장에서 사회를 맡아 분위기를 띄우는 데도 한몫 했다.
노 당선자 지지를 선언했던 개혁국민정당 집행위원인 문성근씨는 노 당선자 유세 찬조 연설자로 전국을 누볐다. 노 당선자 TV 광고 첫 번째 편 ‘눈물’에서 노 후보의 눈물을 자아낸 이도 문씨다. 노 후보는 지난 10월 20일 개혁당 발기인대회에서 문씨의 연설을 듣고 눈물을 흘렸으며 이 장면이 TV 광고에 삽입, 유권자의 감성에 호소하기도 했다.
이들은 평소“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되더라도 우리가 정치 일선에 나서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었다. 그리고 노무현 후보 당선 확정 이후에 “하루 빨리 영화계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문성근씨는 “지지하던 이가 대통령이 됐으니 소임을 다했고,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면서 "본업인 영화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영화계에서는 두 사람이 주도적으로 활동해 온 영화인회의 등 진보적 영화세력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해묵은 숙제였던 영화진흥위원회나 등급위원회의 조직 정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감동적인 노무현 후보 TV 찬조 연설을 했던 가수 신해철씨도 “지지 후보가 당선되었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만큼 더 이상의 정치활동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해철씨는 노무현 후보 지지입장을 밝힌 뒤 중단했던 SBS FM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에 지난 20일 복귀했다.
탤런트 권해효씨도 지난 19일 밤 노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뒤 광화문에 ‘노사모’가 모인 자리에서 노후보의 당선을 함께 감격스러워하며“이제는 제자리로 돌아갈 때”라고 말했다.
***박철 24일 방송복귀, 김흥국 “방송복귀 희망”**
이회창, 정몽준 후보 지지활동을 폈던 연예인들도 제자리로 속속 복귀하기 시작했다.
이회창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탤런트 박철씨도 24일부터 SBS FM <박철의 두시 탈출> 마이크를 다시 잡는다. 대선을 앞둔 지난 16일 SBS로부터 출연 중지 통보를 받았던 박씨는 이로써 8일 만에 DJ에 복귀하게 됐다.
지난 16일 SBS 측은 박철에게 "대선을 앞두고 혼란스러우니 대선 일까지 한시적으로 마이크를 놓아달라"고 요청하고 김범수 아나운서를 대타로 투입했다. 이에 대해 박철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방송 도중 잘못한 것은 없다. 다시는 SBS 라디오와 일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철의 2시 탈출>은 23일 김범수 아나운서의 마지막 멘트를 통해 "그 동안 박철씨가 <2시 탈출> 자리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애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내일부터 박철 씨가 다시 마이크를 잡을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박씨는 이 후보 낙선 뒤 “애석하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다른 발언은 하지 않고 있다.
또 TV 찬조 연설 발언으로 가수 윤도현씨와 갈등을 빚은 개그맨 심현섭씨는 "일을 하면서 틈틈이 대선 지원을 한 것이기 때문에 향후 계획이랄 게 따로 없다"면서 "하던 일을 변함없이 똑같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통합21의 김흥국 문화예술특보도 “대선은 끝났지만 존경하고 사랑하는 정몽준 대표를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옆에서 끝까지 보필할 계획”이라면서도 “그러나 내 자신이 정치인은 아닌 만큼 여건이 되면 방송에 복귀해 노래도 부르고, 라디오 DJ도 다시 맡고 싶다”고 희망을 밝혔다. 김 특보는 지난 9월 국민통합21에 합류하면서 MBC 라디오 <특급작전>을 그만 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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