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을 때까지 미국에 가지 않겠다. 미대사관 앞에서 삭발 시위할 생각도 있다. 미국은 더 이상 아름다운 나라가 아니다. 앞으로 미국의 '미'를 한자로 표기할 때 쌀 미(米), 꼬리 미(尾) 등을 쓰자." (가수 임창정)
"미국이 잘못을 인정할 때까지 미국 영화도 보지 말아야 한다." (영화배우 하지원)
"이젠 우리 대중 예술인들이 미국의 자만심에 돌을 던질 때가 됐다." (개그맨 남희석)
"기분 같아선 장갑차를 30대라도 부수고 싶다. 앞으로 공연에 추모 리본을 달고 나가겠다."(록그룹 체리필터)
이제 연예계에서 미군 장갑차에 의해 희생된 신효순·심미선 양 추모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대세다.
***대중스타들 사이에 불고 있는 '질풍노도'**
오는 6일 오후 1시 광화문 미대사관 옆 한국통신 건물 앞에서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 무죄판결에 대한 방송·영화·연예인 선언 기자회견'이 열린다. 4일 현재 이 '선언문'에 서명한 연예인들은 김미화, 전유성(개그맨), 이현우, 윤도현밴드, 크라잉넛, 레이지본, 정태춘, 불독맨션, 이적, 이은미, 안치환, 권진원, 이정현(가수), 송윤아, 김정은, 추상미, 권해효(탤런트), 방현주(아나운서) 등 40여명에 이른다.
지난 2일 광화문 추모집회에 참석해 화제를 모았던 가수 이정현씨는 3일 '민중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7일 광화문에서 열릴 추모집회에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정현씨는 "소파개정과 부시사과를 할 수 있게 하는 힘은 정부가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힘"이라며 "오는 7일과 14일에 있을 추모집회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북한을 주적으로 설정한 냉전회귀적인 <007, 어나더 데이> 출연 제의를 거절했던 영화배우 차인표씨는 2일 '스포츠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건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우리의 주권을 빼앗긴 것과 다르지 않다. 마치 뺨을 맞고도 아무 말을 못하는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연예계 톱스타들을 비롯해 방송·영화계 인사들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과 관련해 참여 의사를 묻자 "정치적 의도가 담기지 않은 것이라면 참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중국 드라마 촬영차 상하이에 머물고 있다.
최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인터넷에 '탱크라도 구속해'라는 노래를 발표한 혼성 6인조 노래패 '우리나라'는 지난 3일부터 보름동안 오후 4시 종로 젊음의 거리에서 '미군재판 전면 무효'를 주장하며 거리공연을 벌이고 있다.
록그룹 트랜스픽션은 지난달 30일 MBC '음악캠프'에서부터 숨진 여중생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삼베 완장을 두르고 무대에 서고 있다.
또 윤도현 밴드는 오는 24-25일 서울 펜싱경기장에서 있을 크리스마스 공연때 이번 사건을 다룬 <니노,워커 장갑차 살인사건(가제)>라는 신작을 만들어 선보일 예정이다.
대중들의 인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연예인들이 사회적 현안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반미'라는 민감한 주제에 이처럼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비록 현재 국민여론이 이를 지지할 지라도 적잖은 용기와 정치적 신념을 필요로 한다.
***그 많은 한나라당 지지 연예인들은 왜 침묵할까?**
연예인들이 항의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여론을 보여주는 것이며, 또 한편으론 국민여론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들이 갖고 있는 대중적 영향력은 정치인이나 언론 등을 능가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자못 심각하게 돌아가는 국민여론을 인식, 3일 있었던 대선후보 첫 합동 TV 토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모두 입을 모아 SOFA 협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3일 오전 당사에서 SOFA 개정을 위한 서명운동 선포식을 열고 전국적인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회창 후보는 이 자리에서 "여중생들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졌는데도 무죄 평결이 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국민의 안전과 국익을 위해 불평등한 소파는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가지 이상한 장면이 목격되고 있다. 이회창 후보의 '연예인 홍보단' 및 '한사랑 자원봉사단'에 참여하고 있는 1천2백여명 연예인들은 정작 동료 연예인들의 항의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오는 6일 예정된 기자회견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한명도 밝히지 않았다. 더 나아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연예인들조차 없다.
코미디언 배삼룡 구봉서 이용식, 탤런트 사미자 양택조 임채무 전원주, 가수 현미 한명숙 문희옥 김수희 설운도씨 등 중견 연예인들은 정서상 반미 움직임에 동참하기 힘들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그맨 심현섭씨를 비롯한 '개그콘서트 팀'(강성범 김철호 김대희 이병진 황승환 이태식 박성호 김숙 김미진), 탤런트 박철, 가수 신성우 홍서범 조갑경 이승철 변진섭 베이비복스 등 젊은 연예인들의 침묵은 그들의 높은 '정치 참여 의식'과 '이 후보에 대한 충성도'를 고려할 때 쉽게 수긍하기 힘들다. 특히 개그맨 심현섭씨와 탤런트 박철씨는 한사랑 자원봉사단 단장을 맡는 등 매우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침묵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이번 사건 이전부터 이 후보의 보수적인 대미 정책을 지지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들의 이 후보 지지를 통한 정치참여 자체를 '색안경'을 끼고 봐야 할까? 독자들이 판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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