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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시적 통찰력을 지닌 정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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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무현은 시적 통찰력을 지닌 정치가"

<인터뷰> '백만인서포터즈' 회장 맡은 배우 명계남

대한민국에는 두 가지의 영화가 있다는 농담이 있다. '명계남이 출연한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농담이 생길 정도로 다양한 영화에서 강한 캐릭터의 조연을 연기하던 배우 명계남(50).

<초록 물고기>, <박하사탕>, 최근의 <오아시스>까지 이창동 감독과 화제작을 만들어낸 이스트 필름 대표이기도 하다.

또한 '노사모 대표일꾼'을 거쳐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백만인 서포터즈'회장으로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나선 정치인(?)이기도 하다.

11일 오전 여의도 '백만인 서포터즈'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그에게 배우인지 제작자인지 정치인인지 물었다. "나는 엔터테이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영화를 하다 보니 모든 것이 정치에 맞닿아 있어" 지금의 활동까지 왔다는 얘기다. 또 "나는 내 마음이 가야 연기를 한다. 지금 이 일도 마찬가지"라며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임을 강조했다.

노 후보와 특별한 관계가 있거나 자주 만나는 사이도 아니라고 했다. 만나고 보니 '시적인 통찰력을 지닌 정치가'여서 지지하는 한 시민일 뿐이라고 했다.

"정치는 10년, 20년후까지의 시스템을 결정하는 문제"인데 "지금은 기득권과 수구세력이 정말 온 힘을 합쳐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기"라서 "젊은이나 대학생들을 상대로 '선거에 꼭 참여하고 정치에 무관심하지 말자'는 요지로 강연" 다니느라 한참 바쁘다는 자칭 '엔터테이너' 명계남.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노 후보 지지도 다시 폭발적으로 회복되리라 믿는다"**

프레시안 :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가 폭발적으로 높아졌다가 떨어진 원인을 어떻게 보는가?

명계남 : 그동안 기성정치판이 잘못한 것이나 민주당이나 정부의 실정을 혼자 대신해서 몰매를 맞았다고 생각한다. 유권자들이 노 후보의 정책과 노선에 대해 근본적으로 실망하거나 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폭발적으로 회복이 되리라고 믿는다.

프레시안 : 현재 2강 1중 2약으로 까지 불리는 대선구도에 대한 견해는?

명계남 : 축구리그나 코리안시리즈도 아닌데 그런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그를 통해 어떤 세상이 되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표현의 자유, 지역차별철폐, 복지의 향상, 평화적인 남북관계 등은 늘 70%이상의 국민이 지지하고 희망하는 바다. 누가 진심으로 바라고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다 알 것이다.

프레시안 : '백만인 서포터즈'에 대한 구상은 어떻게 하게 됐는지 ?

명계남 : '백만인 서포터즈'는 내가 만든 별도의 단체가 아니라 '국민참여 운동본부'의 하부단체로 이해하면 된다.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투명한 정치자금과 자발적인 국민의 정치참여를 위해 하게 됐다. 정치가 더럽다고 피하기만 하면 결국 더욱 개판이 될 것이니까 국민이 스스로 나서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후원금이라도 결국 정치가는 그 돈을 낸 기업이나 이익집단에게 빚을 진 것이 된다. 이런 것도 없애고 싶었다. 백만명이 만원씩, 십만명이 십만원씩, 만명이 백만원씩 모아서 노 후보를 돕자는 것이다.

***"국민경선 당시 노무현 이름이 써진 붉은 삐라까지 뿌려"**

프레시안 : 최근 지난 번 국민경선에 대해 말들이 많다

명계남 : 국민경선은 민주당이라는 한 당의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말 그대로 국민이 직접 참여해서 만들어 준 행사였다. 나는 그 의미를 6월 항쟁 이후 가장 큰 정치적 사건으로 보고 싶다. 엉망인 정치판을 국민이 나서서 직접 바꿔 준 것이다. 이번 일을 보고 정말 구시대 정치인들은 사리사욕 밖에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경선 때 강원도 경선의 경우 투표 전날 밤 노무현 이름이 써진 붉은 삐라까지 뿌리고, 붙이고 다닌 쪽도 있었다. 노사모 회원들이 울면서 그걸 밤새 떼고 주우러 다녔다. 국민경선에 나쁜 영향을 줄까봐 언론에도 안 밝혔다. 그렇게 힘들게 경선을 했는데... 그 눈썹 짙은 분 이야기는 더 하고 싶지도 않다.

프레시안 : 최근 노 후보와는 자주 만나는 편인지?

명계남 : 내가 노 후보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거나 자주 대면하고 독대(?)도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이 많은데 나는 노무현을 지지하는 시민일 뿐이다. 공식적인 행사 등에서 사회를 보고나서 인사를 하거나 노사모 모임에서 악수하는 정도였다. 그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 6,7번 만났을까...

***"노 후보는 '시적인 통찰력을 지닌 정치가'다"**

프레시안 : 그럼 발 벗고 노 후보를 지원하는 이유는?

명계남 : 노 후보는 '시적인 통찰력을 지닌 정치가'다. 문성근이 한 표현인데 나도 거기에 동의한다. 그 점이 노 후보의 매력이다. 그리고 혼자서 꿋꿋이 정도를 걸어간 한국정치에서 몇명 안되는 소중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나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 '나 자신에게는 모질게 하되 남에게는 부드럽게 하자'는 것인데 잘 안된다. 자주 만난 것은 아니지만 노 후보를 만나볼수록 그걸 해낸 사람인 것 같다.

프레시안 : 노 후보가 보강해야 할 점은 어떤 것인가?

명계남 : 이미지 메이킹 같이 좀더 꾸미고 보기 좋게 만드는 일이 필요한데... 내가 또 연예계 쪽이고 해서 좀 제안을 해도 본인이 그런 것을 쑥쓰러워 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행사에서 지지자들이 무등을 태우려고 하니까 끝까지 고사하는 것을 봤다. 수줍음도 많고

***"정치는 10년, 20년후 까지의 시스템을 결정하는 문제"**

프레시안 : 정치에 이렇게 깊숙이 관여한 이유가 무엇인가?

명계남 : 정치는 10년, 20년후 까지의 시스템을 결정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기득권과 수구세력이 정말 온 힘을 합쳐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자체를 옛날의 '틀'로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자식들이 화염병을 만들고, 성공하려면 서울대를 나오던지 서울대 나온 친구들이라도 많아야 하는 사회, 기득권이 판치는 세상이 우리들이 원하는 사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도 나름대로 '명'배우고(웃음) 기득권이라면 기득권인데 나선 이유는 사람들이 더럽다고만 하고 정치를 아예 외면하면 지들 끼리 또 더욱 더럽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 특히 젊은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정치나 선거참여에 관심을 가지고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돕는데 이름이나 얼굴이 알려진 내가 도움이 된다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면에서 지금 상황은 제2의 6월항쟁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무척 바쁜 것 같은 데 영화와 정치 중 어느 쪽 일로 바쁜지?

명계남 : 지금 현재로서는 이쪽(정치)일이 더 바쁘고 강연도 자주 나가는 편이다.

프레시안 : 어떤 강연인가?

명계남 : 젊은이나 대학생들을 상대로 '선거에 꼭 참여하고 정치에 무관심하지 말자'는 요지로 강연을 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문화, 예술계 쪽 이야기도 예로 들면서 하고 있다. 이십대에는 다들 '내가 세상에 나가면 달라질 것이다'라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예를 들면 은행에 취직하면 '내가 이제 대리가 되서 나쁜 관행을 조금씩 바로 잡자'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청년이 사는 세상은 이미 그가 대학 때 기권했던 투표로 이미 어느 정도 결정해 놓은 세상이다. 그런 내용이다.

***"흙 묻은 오이를 먹는 것이 서민인가?"**

프레시안 : 이회창, 정몽준 등 타 후보를 어떻게 보는가?

명계남 : 흙 묻은 오이를 먹는 것이 서민인가? 돈으로 차리고 분 바르면 되는 것인가? 후보들을 비교하고 싶은 분들은 이 사람들이 살아온 과정을 보면 누가 대통령 감인지 금방 알 것이다. 평가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

프레시안 : 너무 인간적인 면으로만 치우칠 수 있는 판단법이 아닌지?

명계남 : 물론 공약이나 정책도 중요하지만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정책, 공약만 좋은 것 가지고서 대통령 된다면 나도 참모나 교수단 도움 받고 신문 오려서 근사하게 워딩 해서 대통령후보로 나서겠다. 거기에 한 두번 속았나?

프레시안 : 자신의 정체성을 배우, 제작자, 정치가 중 어느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는지?

명계남 : 나는 엔터테이너다. 나와 문성근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나를 매개체로 해서 세상과 소통하는 삶'을 동경해서 연극도 하게 됐고 그 범위를 넓히기 위해 영화도 하게 됐다. 그렇게 활동을 하다 보니까 정치는 모든 것이 다 닿아 있는 지점이다. 만약 국가보안법이 강하게 작용하는 정치상황이라면 영화인들이 'JSA공동경비구역'을 어떻게 만들겠는가. 이런데 참여하면서 개인적으로 뒤늦게 '청년의 시기'를 보내는 느낌도 들곤 한다.

프레시안 : 국회의원이 되거나 정치에 더 깊숙하게 관여할 의사가 있는지?

명계남 : 공직은 남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이나 성직자와 같다. 정치가나 관료도 그래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나는 공직에서 온전히 남을 위해 일 할 만큼 성실하고 헌신적이지 못하다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영화 '오아시스' 성공의 비결**

프레시안 : 영화제작자로서 영화 '오아시스' 성공의 비결은?

명계남 : 이창동감독이 영화를 너무 잘 만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제 감춰진 이야기를 보기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

프레시안 : '초록 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제작으로 수익은 많이 냈나?

명계남 : '초록 물고기'는 투자자도 손해를 봤고 '박하사탕'은 손익만 겨우 맞춘 정도였다. '오아시스'로 겨우 수익이 조금 났지만 투자자들, 고생한 사람들이 먼저 혜택을 받아야 한다. 아직도 회사 빚은 엄청나다.

프레시안 : 자신에 대한 '다소 냉소적이다 독선적이다'라는 평가에 대해?

명계남 :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스타일이다. 내 마음이 움직여야 한다. 그런 점이 오해를 가져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내가 TV나 영화에 나오는 것만큼 재미있는 놈이 못된다.

***"나는 내 마음이 가야 연기를 한다"**

프레시안 : 연기자로서의 연기관이나 캐스팅 때 생각하는 것은?

명계남 : 나는 내 마음이 가야 연기를 한다. 배역을 맡을 때나 지금하고 있는 이 일도 누가 시키거나 부탁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끌려서 하는 것이다. 캐스팅은 영화나 정치나 사람을 봐야 한다고 믿는다. 지금 내 나이가 50인데 살아오면서 쌓은 경험이라고 할까... 사람을 만나면 괜찮은 사람이 있다. 주로 그런 사람이 좋은 영화도 하고 정치도 잘 하더라.

프레시안 : 제작자로서 생각하는 좋은 영화란?

명계남 : 영화는 예술이면서도 산업의 요소가 있어서 재미있고 신나는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그쪽으로 재능 있는 사람도 많다. 봐야 할 영화, 보나마나 한 영화, 볼 필요도 없는 영화가 있다면 '봐야 할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가 되고 싶다. 이창동 감독이 한 말인데 '세상에는 꿈이나 환상을 주는 영화가 있고 같이 바라 봐야 할 세상의 문제를 보여주는 영화가 있는데 나는 후자 쪽'이라고 하더라. 동감이다.

프레시안 : 자신이 직접 감독을 할 의향은?

명계남 : 감독은 정말 엄청난 재능과 노력이 필요한 자리다. 나는 지금 빚이 많은 제작자로 그런 일을 할 명분도 없다. 너무나 긴 준비가 필요한 일이다. 현재로선 전혀 계획이 없다. 방은진 씨가 감독으로 준비 중인 것을 돕는 것은 있는데 '돈 되는 작품'으로 하자고 약속했는데 시나리오가 갈수록 '의미가 있는 쪽'으로 가고 있다(웃음).

***"누가 대통령이 되든 언론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프레시안 : 일부 언론과 불화도 있고 매체에 대한 관심도 남다른 것 같다.

명계남 : 지금 우리나라에 '제왕적 권력'은 다 사라져가고 있다. 대통령이 자기 마음대로 국가정책을 좌지우지 못한다. '프레시안'도 분명히 대표 마음대로 만 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이 변한 것이다. 하지만 딱 하나가 아직 남아 있다. 언론, 특히 일부 신문은 아직도 제왕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유일한 집단이다.

언론이 왜 중요한가? 예를 들면 내가 지금 이야기하는 것을 어떻게 기록하느냐에 따라 프레시안 독자들은 프레시안 기사를 통해서 나를 평가한다. 이런 엄청난 힘을 지닌 언론이 본래의 순기능으로 내려와야 한다. 계속 '제왕적인 권력'만 추구할 것이라면 사라져야 한다.

앞으로 대선 후에도 내가 한사람의 시민으로 계속할 운동은 언론개혁과 안티조선 쪽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언론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래도 이제는 지식인들이 조선일보를 보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단계는 된 것 같다. 대중들도 점차 이 문제에 관심이 높아져서 다행이다.

프레시안 : 장시간 인터뷰에 감사한다.

명계남 :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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