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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초월했던 6인의 연예인 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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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초월했던 6인의 연예인 패널

이회창 TV토론에서 연예인 무얼 검증했나

26일 열린 이회창 후보의 TV토론 '청년 100인 이회창 후보를 검증한다'에는 최근 드라마, 비드라마 분야 시청률 순위에서 각각 1위를 달리고 있는 '야인시대'의 인기탤런트 이창훈과 이세은, '개그콘서트'의 개그맨 김대희와 김준호, '입담' 세기로 유명한 가수 탁재훈(컨츄리꼬꼬)과 김건모씨 등이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시청률도 전문가들의 당초 예상보다 높았다. 시청률조사기관인 TNS 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26일 오후 7시50분부터 65분간 KBS.MBC.SBS 등 방송 3사에서 동시 생중계한 이후보 출연 TV토론의 시청률이 30.3%로 나타나 30.9%를 기록한 노무현-정몽준 TV토론과 엇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보면 '성공한 유세'였다 하겠다.

***기상천외했던 6인의 연예인 패널**

토론회는 KBS TV가 종전에 각계 1백인을 무작위 차출해 대선후보들에게 '예기치 못한 질문'을 던지는 형식을 차용한 듯 비쳤다. 하지만 '형식'만 비슷할뿐 내용은 '인위적 냄새'가 곳곳에서 났다.

이같은 '인위적 냄새'가 가장 진하게 흘러나온 게 이른바 6인의 연예인의 출현이었고, 이들이 던진 질문이었다.

연예인 가운데 가장 먼저 질문을 던진 이는 '야인시대'에서 일본조폭 두목 하야시 역할을 맡고 있는 이창훈씨였다. 그는 이회창 후보에게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앞의 질문자들이 주로 남북관계, 군복무 단축 , 청년실업대책 등 딱딱한 주제들이었던만큼 부드러운 질문 하나쯤 나오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이후보는 "아침에 일어나 마당에서 체조하고 뛴다. 스트레칭 좀 하고 30~40분간 몸을 푼다"고 답하자, 이창훈씨는 "시범을 보여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일어서 무릎을 편 채로 두 손을 바닥에 붙이는 시범을 보였다. 70에 가까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연한 몸이었다. 이창훈씨가 "생각보다 굉장히 유연한 것 같다"며 놀라움을 표시하자 이후보는 "집사람은 이걸 보고 '숏다리'라서 가능하고 자기는 롱다리라서 안된다"며 조크로 받아넘겼다.

여기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문제는 그 다음 몇사람 건너 뛰어 줄줄이 이어진 연예인들의 '상식을 초월한 질문공세'였다.

가장 먼저 개그맨 김대희씨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이회창 후보의 이미지에 대해 앙케이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후보는 연애시절 양다리를 걸치지 않았을 것 같다는 항목이 있다"며 이후보의 연예시절을 물었다.

이 후보는 "연애를 하면서 어떻게 양다리를 걸치나. 연애는 열병이 나 그 사람밖에 보이지 않는 건데"라고 답했다.

이어 개그맨 김준호씨가 뒤를 이어 물었다. "앙케이트에는 이후보가 술이 아무리 취해도 필름이 끊긴 적이 없었을 것 같다는 항목도 있다"며 주량을 물었다.

이 후보는 "그건 사실이다. 술을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지만, 때로 많이 먹어도 필름이 끊긴 적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주량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끝내 답을 하지 않았다.

압권은 그 다음이었다. 개그맨 김준호는 "필름이 안 끊겼으면 노상방뇨 이런 것은 절대로 안했겠네요"라고 말하자 방청석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왔다.

이들의 뒤를 이어 컨츄리꼬꼬의 탁재훈씨가 "유머와 재치가 있다고 들었다. 알고 있는 가장 재미있는 얘기 한 가지만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후보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갑자기 생각이 안나네"라고 멋쩍어했다.

그러자 탁씨는 "가장 재미난 얘기였다"는 기동력 넘치는 애드랩으로 맞받아, 이후보와 방청석을 박장대소케 했다.

이어 탁씨의 바로 뒤에 앉아 있던 자칭 '국민가수' 김건모씨가 마이크를 넘겨 받았다. "가수 중에 누굴 가장 좋아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그거야 보나마나 김건모씨"라며 크게 웃었다. 쇼 프로에서 너무나 많이 보았던 질문과 답변이었다.

이밖에 탤런트 이세은씨는 최근 본 한국영화가 뭐냐고 물어 '오아시스'와 '와이키키브라더스'라는 답을 이끌어냈다.

요컨대 이들 연예인 6명은 이날 '검증' 작업에서 이 후보가 무릎을 펴고 손을 땅에 붙일 수 있는 유연함의 소유자라는 것(이창훈), 연애시절에 양다리를 걸치지 않았다는 것(김대희), 술을 아무리 마셔도 필름이 끊기지 않는다는 것(김준호), 조크실력이 대단하다(?)는 것(탁재훈),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김건모라는 것(김건모), 최근 본 영화는 '오아시스'와 '와이키키브라더스'라는 것(이세은)을 알아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또하나의 '줄서기'인가?**

이같은 연예인 6명과 이후보간의 대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우리나라의 젊은 연예인들의 수준이 이 정도인가"였다는 게 일반적 평가이다.

한 시청자는 "한마디로 한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심야 쇼프로도 아니고 황금시간대에 전국민의 시청권을 빼앗으면서까지 마련된 대선후보를 검증한다는 자리에서 기껏 노상방뇨, 양다리 운운하니 우리 정치권과 연예계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다른 시청자는 "외국의 경우 유명 연예인들이 어떤 대선후보를 미는 등 정치참여를 할 때에는 당당하게 나는 이런 면이 좋아 그를 지지한다는 정치적 소신을 밝힌다"며 "우리나라 연예인들의 경우 또하나의 '줄서기'로밖에 비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또다른 시청자는 "정치적 무뇌아들이 아니냐"는 혹평도 서슴지 않았다.

***정치적 무뇌아**

지난 22일, 개그맨 남희석씨가 미군과 한국 경찰을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워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남씨는 '울 나라 든든한 전경이 고마운 나라 미국을 지켜주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미군장갑차 관제병과 운전병의 잇단 무죄 판결과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과잉 진압한 경찰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남씨는 이어 "세상 소식 모르는 여자 보면 참 묘해 보일 때 있죠. 더 웃긴 건, '난 뉴스 관심없어요'라고 말을 뱉어버리는 사람"이라며 젊은 팬들에게 "뉴스를 꼭 보라"고 주문했다.

비록 방송이 아닌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서이기는 하나 남씨의 글은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연예인으로서 함부로 하기 어려운 얘기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TV방송에서 정치 드라마가 현실성을 심각하게 어긋난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정치풍자 코메디'라는 단어가 사라진 지도 오래다. 과거 정치탄압적 분위기가 농후했던 5공시절에도 존재했던 이런 장르가 사라진 것은 왜일까. 정치적 민주화가 진행돼 더이상 정치는 시청자의 관심을 끌 소재거리가 못되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미국등에서는 왜 정치 블랙코메디와 토크쇼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일까.

그 답은 아마도 26일 TV토론회에 나온 연예인같은 '정치적 무뇌아'들이 많아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면 지나친 독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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