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연예인들의 방송 중단 사태에 대해 '외압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프레시안 12월 18일 보도) 이번에는 TV 프로그램 진행자의 정치적 선호에 따라 출연자를 골랐는가에 대한 공방이 벌어졌다. 예의 외압설까지 가세해 더욱 복잡한 형국을 띠고 있다.
공방의 주인공은 가수 윤도현과 개그맨 심현섭.
사건의 발단은 심현섭씨가 17일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텔레비전 연설에서 '개그콘서트 팀이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하기로 결정되었으나 프로그램 진행자인 윤도현씨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연예인들이 출연하면 프로그램 진행을 거부하겠다고 말해 출연이 무산됐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
이 발언이 나간 후 윤도현씨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어떻게 정치적 입장에 따라 출연자를 고를 수 있냐"는 식의 비난 글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윤씨는 바로 다음날인 1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무근, 명예훼손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심씨 측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맞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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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섭이 이회창을 지지해 거부됐다?**
현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과연 윤도현씨가 심현섭씨의 출연을 반대했고 심씨 등이 자신의 프로그램에 출연할 경우 진행을 거부하겠다는 말을 했느냐이다.
이에 대해 윤씨 측은 "개그맨 중 누가 나오는지 전혀 몰랐다"며 "다만 음악프로인 러브레터에 음악인이 나오는 게 좋지 않겠냐는 평소의 생각으로 (개그맨 출연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출연자에 대한 최종 결정을 PD 등 제작 책임자가 하는 것은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심씨 측에서는 "제작진 중 한 사람으로부터 윤도현의 반대 사실을 분명히 들었다"고 말했다. 또 개그맨 출연을 탐탁치 않게 말한 부분에 대해선 "그럼 그동안 러브레터에 개그맨이나 연기자가 나왔던 건 도대체 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윤씨가 프로그램 진행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는 게 사실이었냐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피했고, 윤씨의 반대 사실을 누구한테 들었냐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러브레터'의 이재우 PD는 "윤도현은 개그맨 중 누가 나오는지 전혀 몰랐다. 개그콘서트 팀의 출연은 캐롤집 홍보 냄새가 너무 많이 났고, 프로그램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윤도현의 의견을 수용했다"며 자신이 "최종 결정"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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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의도와 외압 여부는?**
둘째는, 개그콘서트팀이 결국에는 출연하지 못한 것이 과연 '외압' 때문이었는지의 여부다.
이에 대해 윤도현씨 측은 "그건 모르는 일이고 알고 싶지도 않다. KBS에 물어봐라"고 말하며 "그러나 이번 사건을 민주당과 한나라당 싸움의 대리전으로 보지는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이회창 후보의 공식적인 선거운동원인 심현섭씨에 비해 윤도현씨는 노무현 후보에 대한 개인적인 지지의사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심씨 측에서는 "워낙 예민한 시기라서 거기까지는 얘기 못하겠다"며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재우 PD는 "터무니없는 얘기다. 내가 결정했다"며 "정치적 의도로 출연에서 제외했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너무 들어간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에서는 17일 "탤런트 박철씨를 비롯해 개그맨 강성범, 탤런트 김인문씨 등도 방송사로부터 탄압받고 있다"며 외압설을 제기했는데, 심현섭씨 건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반응도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선거일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두 연예인간 공방에 과연 '누구의' 정치적 의도가 깔렸는지는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듯 하다. 윤도현씨 측은 '선거 결과나 그 어떤 것에 관계없이 고소' 입장을 갖고 있고, 심현섭씨 측에서도 맞고소 의사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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