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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빌딩의 붕괴, 21세기 '사라예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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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빌딩의 붕괴, 21세기 '사라예보 사건'"

[9.11 10주년, 세계의 시각]<8> 마이크 데이비스 "<美제국쇠망사>를 쓴다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국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와 <슬럼, 지구를 뒤덮다>, <한권으로 읽는 자동차 폭탄의 역사>의 저자 마이크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교수(역사학)는 미국의 쇠퇴라는 관점에서 '미래의 역사가들은 미국을 어떻게 기억할까?'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데이비스 교수는 9.11 테러 이후 10년 동안 있었던 테러와의 전쟁이 미국의 국력을 약화시킨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미국은 전쟁에 발목이 잡히는 바람에 아랍과 아프리카, 아시아 등의 주요 국제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또 9.11 테러라는 사상 초유의 참극이 일어난 것은 명백한 불행이지만 전쟁은 피해갈 수 있는 일이었다고 그는 주장했다. 전쟁이 일어난 것은 9.11 테러 때문이 아니라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들이 이미 이라크 침공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무고한 희생자들'의 이름을 앞세워 불법적인 침략전쟁을 벌인 것은 미국 역사를 뒤돌아보면 늘상 있어온 일이었다고 꼬집었다. 다음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웹사이트 '톰디스패치'에 실린 데이비스 교수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원문 보기) <편집자>

▲ 마크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특수부대를 투입한 비밀작전과 무인정찰기 전쟁 등을 '부시의 유산'으로 지목하며 "오바마 대통령이 부시의 유산 관리인이 됐다"고 비판했다. ⓒ로이터=뉴시스
● '9.11 10주년, 세계의 시각' 시리즈

<1> 스티글리츠 "대테러전쟁, 일상화된 테러 위협과 빚만 남겼다
<2> 로버트 피스크 "알카에다가 미국을 반대하는 근본 원인은 이스라엘"
<3> 촘스키 "파키스탄 핵무기가 위험해져"
<4> 라이오넬 바버 "테러와의 전쟁이 '중국의 시대' 열었다"
<5> 조지프 나이 "미국, 벌에 쏘였는데 장검 빼들어"
<6> 타리크 알리 "미국은 저질국가가 됐다"
<7> 마이클 무어 "부시가 나를 구원했다"

미국의 쇠망은 어떻게 기억될까?

1. 쌍둥이 빌딩

2년 후면 미국 잡지 <베니티 페어>과 <뉴요커> 제작진은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건물[새로 지어질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할 것이다. 거기서 미국의 유명 사진작가와 가십 칼럼니스트, 잡지 편집자들은 무시무시한 새로운 뮤즈[영감의 원천]를 만날지도 모른다.

세계무역센터 건물의 고층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빈 공간은 유령이 나올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들의 유리창으로부터 불과 몇 미터 밖은 지난 2001년 9월 11일 오전 8시 46분, 많은 사람들이 책상에 앉아 있었던 그 자리니까 말이다.

걱정할 것은 없다. 후원자들이 강조하듯이 새 세계무역센터(WTC)는 9.11 희생자들의 가족들에게 지속적인 위로가 될 것이며 시민적‧국가적 부활의 상징이 될 것이다. 그 일대의 자산 가치도 다시 치솟을 것은 물론이다.

(장엄한 기념관과 부동산 시세 전망의 결합이라니, 끔찍할 뿐이다. 마치 [진주만 공습에 침몰한 미국 전함] 애리조나 호가 가라앉은 지점 위에 요트 마리나 클럽을 짓거나 뉴올리언스 주에 '카트리나 테마 파크'를 세우는 것과 뭐가 다른가?)

새 WTC는 원래 맨해튼에서 가장 높은 것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지어질 계획이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지난해 완공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가 됐다. 또 몇 년 후면 두바이는 그 우승컵을 사우디 아라비아와 빈 라덴 일가에게 내줘야 할 것이다. '아랍의 워렌 버핏'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 왕자가 돈을 댄 사우디 남부 항구도시 제다의 '킹덤 타워'는 홍해변의 구름을 뚫고 무려 1km 높이로 세워질 예정이다.

이 빌딩을 짓는 몇십억 달러짜리 건설 계약을 수주한 것은 중동의 건축업자이자 고층빌딩 설계 전문가 집단인 빈 라덴 그룹[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일족들]이다. 다음 세기 내내 그들 가족의 이름이 남을 것이다.

2. 공모

10년 전 맨해튼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에서의 사라예보 사건이 일어났다. [1차대전의 도화선이 됐던] 1914년 6월 28일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황태자 부부 암살 사건과 3000명의 미국 시민에 대한 학살을 견줄 수는 없겠지만, 앞뒤 정황은 놀랍도록 유사하다.

두 사건 모두 비주류‧소규모지만 잘 조직된 음모가들에 의해 저질러졌다. 자신들에 눈에 비친 지역의 불평불만을 터뜨리기 위한 것이었다. 공격 대상은 [그 불만에] 책임이 있는 제국의 상징이었다. 이들의 분노는 큰 격변을 낳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음모가들의 어두운 상상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그로 인한 국제정치적 폭발의 강도는 단순히 그들이 저지른 행위 그 이상이었다. 예를 들어 1890~1940년 사이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그리스, 유고슬라비아, 불가리아 국왕과 오스트리아의 황후, 3명의 스페인 총리, 2명의 프랑스 대통령 등 20명 이상의 국가 수반이 암살됐지만 [사라예보에서의] 프란츠 페르디난드 황태자 내외의 암살 외 어떤 것도 전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마찬가지다. 1983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트럭을 이용한 자폭테러로 241명의 미 해병대원과 수병들이 사망했다. (58명의 프랑스 공수부대원들도 같은날 목숨을 잃었다) 민주당 출신 미국 대통령이었다면 아마 틀림없이 대규모 보복을 가하고 레바논 내전에 본격 개입하라는 압력을 받았겠지만, [공화당 출신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매우 신속하게 사람들의 관심을 그레나다 침공으로 돌렸다. 중동에 파견된 나머지 해병대 병력은 철군했다.

사라예보 사건과 9.11 테러가 전지구적 학살과 혼돈을 가져왔다면 이는 공격하는 쪽과 공격받는 쪽의 사실상 공모 때문이다. 발칸반도에서 영국군의 역할에 대한 것이나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들이 쌍둥이 빌딩을 폭파했다는 음모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잘 알려진 사실들을 말하는 것이다.

1912년 독일 제2제국의 군 지도부는 이미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조지 W. 부시 정권의 네오콘들도 2000년 대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이라크와 이란 정권을 전복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호엔촐레른가[독일 제2제국 왕가]와 텍사스 파벌들은 군사적 침공을 정당화하고 국내 반대파들을 침묵시킬 개전 사유(casus belli)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프러시아의 군국주의가 페르디난드 대공 부부를 살해한 세르비아 극우 민족주의 단체 흑수단(黑手團)의 도움을 받았다면, 알카에다의 '9.11 호러 쇼'는 백악관의 우파들이 고문과 비밀 체포, 리모콘으로 살해 작전을 펼치는 것을 정당화했다. 당시에는 부시와 체니가 헌법에 대한 쿠데타라도 일으키는 것처럼 보였었지만, 정확히 보자면 전례를 따른 것에 불과하다.

3. '무고한 희생'과 침공

미국이 [국외로] 세력을 확장시켰을 때, 그 부분들을 다룬 역사책의 모든 장(章)은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무고한 미국인들이 공격당했다."

1898년 쿠바의 아바나에서 274명의 미국 해병대원들이 사망한 것을 기억하는가? [이후 미국과 스페인의 전쟁이 벌어져 스페인 식민지였던 쿠바에는 친미 성향 독립정권이 세워졌고 푸에르토리코, 괌, 필리핀은 미국 영토가 됐다] 독일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으로 1915년 미국 상선 루시타니아 호가 침몰한 사건은? (128명의 미국인을 포함해 1198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1차대전에 참전했다.]

1916년 뉴멕시코주 콜럼버스시에 대한 [멕시코의 혁명가] 판초 비야의 습격 사건은?(18명의 미국 시민이 죽었다) [미국은 판초 비야 토벌을 위해 기병대를 파견해 멕시코 국내까지 진격했다] 진주만은? (2402명이 죽었다) 늘 비슷하게 은밀한 공격이 가해졌고, 정당한 전 국가적 분노가 터져나온 것도 비슷했다.

역사가들은 그 외에도 1899년 [의화단의 난 당시] 중국 베이징에서 미국 외교관들이 포위된 사건과 [미군에 체포된 필리핀의 독립운동가] 에밀리오 아기날도의 마닐라 외곽에서의 '배반' 행위, 1900~30년대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벌어진 미국 은행‧사업가들에 대한 다양한 범죄행위들 [이후 미국은 도미니카와 아이티 등 카리브해 인근 국가에 군대를 파견해 세관을 접수하고 군사통치를 폈다] 역시 떠올릴 것이다.

1938년 일본 공군이 미 경비정 파나이 호를 폭격해 침몰시킨 사건, 1950년 중공군의 한국전쟁 개입, 1964년 통킹 만 사건, 1968년 북한의 푸에블로 호 나포 사건, 1975년 캄보디아의 마야구에즈 호 나포 사건, 1979년 이란의 미국 대사관 인질사태, 1983년 그레나다에서 미국 의대생들이 위험에 처했던 일[그레나다 침공의 빌미], 1989년 파나마에서 미국 군인들이 공격받은 일[파나마 침공의 빌미]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똑같다. [공격받은데 대한] 스스로에 대한 동정심과 [그 보복으로서] 침공의 조합은 미국 역사를 통틀어 되풀이됐다.

'무고한 미국인들'의 이름으로 미국은 하와이와 푸에르토리코를 병합했고, 필리핀을 식민지화했으며, 북아프리카와 중국에서 민족주의 세력을 탄압했다. 멕시코를 (두 번이나) 침공했고 아이티와 도미니카, 니카라과의 애국자들을 학살했다. 일본의 [2개] 도시를 절멸시켰고 한국과 인도차이나 반도에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중남미에서는 군사 독재를 지원했고, 아랍 민간인들에 대한 일상적인 살해 행위에서 이스라엘의 파트너가 됐다.

4. 쇠퇴와 몰락?

언젠가 (아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일찍) 중국이나 인도에서 [18세기 영국 역사가로 <로마제국 쇠망사>를 집필한] 에드워드 기번의 후예가 나타나 <미 제국 쇠망사>를 집필할 것이다. 이 책이 미국에 말려든 인류의 미래에 대한 추도사가 아니라, 더 크고 진보적인 작업(아마 <아시아의 부활> 정도?)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아마 에드워드 기번의 후예는 미국의 '무고한' 희생과 자기 정당화를 국가적 쇠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할 것이다. 지금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경향 말이다. 실제로 미래의 관점에서 볼 때 어떤 것이 더 중대한 범죄일까? 관타나모 수용소를 처음 새운 것? 아니면 아니면 국제 여론과 스스로 내세운 공약을 무시하고 수용소를 그대로 보전시킨 것?

미군을 철수시키고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시키기 위해, 미국의 권리장전(Bill of Right)을 회복시키기 위해 대통령에 선출된 오바마는 [오히려] 으뜸가는 '부시의 유산 관리자'가 됐다. 그 유산이란 특수작전, 무인정찰기 공격, 막대한 정보 예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나 나올 것 같은 감시 기술, 비밀 감옥,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된 전쟁영웅(페트레이어스)에 대한 숭배 같은 것들 말이다.

우리의 '반전' 대통령은 누구도 감히 상상하지 못할 만큼 미국의 힘을 약화시켰다. 그가 [미군 특수부대] '델타 포스'와 '네이비 실'의 최고사령관 역할을 더 열심히 수행할수록, 미래의 민주당이 미국의 적을 비밀리에 감금하고 살해할 미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거나 애국법을 개정할 가능성은 더 줄어들 것이다.

전쟁의 수렁에 빠진 미국 정부는 지난 10년간 주요 [국제정세] 흐름에 장님이 됐다. 아랍 민중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게 무엇인지 완전히 잘못 읽었고, 주류 '이슬람 대중주의'의 중요성도 간과했다. 독일에 대한 영향력도 약화됐고 이스라엘은 점점 더 오만하게 행동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가장 큰 채권자이자 중요한 경쟁상대인 중국에 대한 일관성 있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중국의 관점에서 보면 (아마도 이는 '미래의 기번'의 관점이기도 할 것인데) 미국은 실패한 국가로 가는 초기 징후들을 보여주고 있다. 미 의회가 부채 상한 증액 협상에서 '위험할 정도로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질책한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이나 공개적으로 미국의 정치‧경제 제도의 불안정성에 우려를 표시한 중국 고위당국자들은 문제를 잘못 짚었다. 진짜 문제는 손에 성경을 들고 무대에 서있는 9.11의 미친 후예들(spawn)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들 말이다.

* ( )는 원저자의 표기이며 [ ]는 옮긴이가 추가한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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