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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최대 유산, '중국의 시대'를 열다"

[9.11 10주년, 세계의 시각]<4>"테러와의 전쟁, 금융위기 등이 원인"

다음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미주판 편집인 라이오넬 바버가 쓴 '미국 패권의 종말: 9.11의 유산(The end of US hegemony: Legacy of 9.11)'의 주요 내용이다.

그는 이 글에서 9.11 이후 지난 10년에 가장 중요한 용어는 '테러와의 전쟁'이 아니라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앞으로의 10년에서 가장 중요한 용어는 '중국이 장악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마디로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으로 9.11에 과도한 대응을 하고,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되면서 미국의 위상이 중국에 밀리는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편집자>

● '9.11 10주년, 세계의 시각' 시리즈

<1> 스티글리츠 "대테러전쟁, 일상화된 테러 위협과 빚만 남겼다"
<2> 로버트 피스크 "알카에다가 미국을 반대하는 근본 원인은 이스라엘"
<3> 촘스키 "미국이 빈 라덴의 최종 목표를 달성해주고 있다"
▲ 지난 2006년 3월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테러용의자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담은 애국법 개정안에 서명을 마치고 결의에 찬 표정으로 걸어나고 있다. 하지만 부시는 9.11 테러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미국의 국력과 위상을 크게 위축시킨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AP=연합

테러와의 전쟁은 지나친 자원 낭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응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대한 전쟁 개시였다. 국제적인 동맹과 국제법을 무시한 호전적인 일방주의였다. 또한 중동에 자유민주주의를 전파한다는 선교행위에 가까운 것이었다.

부시 행정부의 강경책은 유럽과의 동맹관계에 균열을 초래했고, 세계에서 미국의 위상을 급격히 추락시켰다.

부시의 대응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그것은 미국 본토에 또다른 테러 공격을 지금까지 막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도 테러 공격을 막아낸 것은 아니다. 발리(2002), 마드리드(2004), 런던(2005) 등의 폭발 사건은 규모 면에서는 9.11에 미치지 못하지만 수백명의 희생자를 냈다.

알카에다의 세력이 약화됐지만 완전히 제거된 것도 아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에 발견된 컴퓨터 자료들을 보면, 9.11 10주년이 되는 이번 주말 대규모 테러를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랍권에서 확산된 민중봉기는 중동이 원래 민주주의의 불모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여기서 그동안 중동의 독재정권들이 이슬람 과격 테러리즘의 토양이며, 미국에게 현존하는 위협이 되고 있다는 부시의 주장이 옳으냐는 질문이 제기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긍정이라면, 부시 행정부의 실패는 잘못된 진단 탓이 아니라, 실천력 탓이라고 할 만하다.

9.11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군사적 대응은, 중국 등에 의해 세계의 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자원과 역량을 지나치게 사용한 것이냐는 질문도 나온다.

미국, '악의 축' 제거한다면서 스스로 '불량국가'로 전락

미국은 1년만에 도덕적 입지를 상실했다. 부시의 실책은 이라크의 정권 교체를 위한 침공을 감행했지만, 이른바 이란과 북한을 포함한 '악의 축'을 처리하는 첫 단계에 불과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는 점이다. 하룻밤 사이에 미국은 '불량국가'가 돼버렸다.

2002년 발표된 국가안보독트린 수정판에 대해 우려가 제기됐다. 봉쇄와 억제라는 냉전 개념에 따라 선제적 군사행위, 정권교체, 테러 용의자들에게 고문을 정당화하고, 제네바 협정을 부정하는 새로운 전쟁방식이 채택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라크 전쟁은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전통적인 동맹국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수행됐다. 유엔 안보리의 승인도 없었고, 사담 후세인이 미국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도 없이 감행됐다.

동맹국으로는 당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충성스럽게 미국을 지원하고 나섰지만, 정작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영국군은 군사적으로 별 도움이 안된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전쟁 하느라 금융에서 중대한 위기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유럽의 지도자들은 새로운 통화동맹의 성공적인 출발에 고무돼 유럽연합을 세계 최강의 경제권으로 만들자는 계획에 합의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유로화 동맹은 닷컴버블의 붕괴 시기와 일치했다.

10년후 유럽의 통화동맹은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정적 규제를 강제하는 규정은 회원국 모두에게 무시됐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 유로존 주변국들은 유로화 체제의 저금리에 힘입어 경제가 떠받쳐졌다가 경쟁력이 없는 체제가 된 것으로 드러났다. 채권시장의 부실 위기는 유로존 중심국인 이탈리아까지 확산되고 있다.

부시는 재집권 이후 보다 완화된 노선으로 나갔다. 미국은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점령군으로서 재건활동에 나서는 모순된 상황을 연출하게 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재건활동 역시 군사적으로 중요하다면서, 신중하게 철군을를 고려하고 있다는 식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아프간과 이라크에 들인 돈만 2조 달러에 달할 것이다. 미 국무부 차관 출신의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 같은 부유한 나라에게 이런 비용은 충분히 감당할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1948년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지금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미국인들은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유럽을 재건하고 공산주의와 맞서는 트루먼 독트린을 지지했다.

이라크에 민주적인 변혁의 싹이 뿌리를 내릴지는 미지수다. 이라크 주둔 병력을 늘려 이라크의 혼란과 분열을 막고 있지만, 쿠르드와 수니파, 다수인 시아파 등 이라크의 종족간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가 이라크의 시아파 정부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을 확대시켜 이 지역의 맹주가 되도록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이란의 핵무기 추진계획도 제어되지 않고 있다.

9.11 사태 이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난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강화되지 못했다. 부시와 오바마 모두 가자와 서안 지구, 그리고 예루살렘을 둘러싼 교착 상태를 해소하지 못했다.

아리엘 샤론에서 벤자민 네타냐후에 이르는 이스라엘 총리들은 테러와의 전쟁을 자신들을 위해 이용했다. 그들은 영토 문제에서 어떠한 양보도 이스라엘의 안보와 하마스(2005년 가자 지구 선거에서 낙승) 등 팔레스타인 무장정파는 합법적 정부를 가장한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집중하면서도 지정학적 변동에 대해 신경을 써왔다. 2008년 인도와 민간 분야의 핵 협력을 맺은 것은 가장 중요한 전략적 타결이었다.

이 협정은 중국에 대한 견제일 뿐아니라, 미국의 오랜 동맹이지만 점점 통제가 안되는 핵보유국 파키스탄에 대한 균형추를 제공하는 것이다.

반면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불편한 동거'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미국은 기껏해야 '친구도 아니고 적도 아닌'것이고, 미국은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도전에 뒤늦게 대응하고 나섰다.

중국은 핵보유국이 된 북한에 대해 마지못해 압력을 넣고 있지만, 대만과의 관계 문제와 일본, 남한, 베트남과의 영토분쟁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위축, 유럽 열외, 중국 등 아시아 부상

지난 10년간 지정학적 변화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전장이 아니라 금융체제에서 일어났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부실한 규제와 갚을 능력이 없는 서민에게까지 모기지를 팔도록 만든 잘못된 인센티브 제도, 그리고 엄청난 규모의 레버리지 등으로 초래됐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어떤 측면에서는 미국은 값싸게 돈을 빌릴 수 있고, 중국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쌓게 되는 불균형한 글로벌 교역체제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로 모자른 자금을 미국의 국채를 매입하는 형식으로 공급했다. 3년 뒤 또다시 세계는 금융위기에 빠졌다. 미국은 위축되고, 유럽은 열외 신세가 된 반면 아시아는 떠오르고 있다.

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아시아 경제의 비중은 1980년의 8%에서 지난해 24%로 꾸준히 늘었다. 아시아 증시의 시가총액은 전세계 증시의 31%에 달해, 유럽의 25%를 앞섰고, 미국의 32%에 근소한 차이로 적다.

중국은 지난해 독일을 누르고 세계 최대 수출국가가 됐다. 중국의 대형 국영은행들은 시가총액에서 세계 최대 은행들이 됐다.

수입시장에서도 아시아 등 개발도상 경제권은 글로벌 경제를 이끌고 있다. 시멘트에서 계란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수입대국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아 세계 최대의 자동차시장이 되었다.

중국은 상품 수요가 급증해 브라질과 긴밀한 무역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브라질 최대 교역국가가 되었다. 라틴아메리카는 경제가 불안정하기로 악명이 높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별 탈없이 넘겼다.

부시 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는 "필요악으로서 다극체제론을 언급한 적이 있다. 다극체제는 상호의존이 규범이 되는 새로운 질서이며, 미국은 더 이상 패권국의 지위를 누리지 못하게 되는 세상이다.

9.11의 유산과 관련해 스탠더드차터드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러드 라이언스는 "지난 10년간 가장 중요한 어휘는 '테러와의 전쟁'이 아니라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지금의 추세로 보면 향후 10년 기간에 가장 중요한 어휘는 '중국이 장악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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