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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카다피 없어진 리비아, '만인 對 만인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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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카다피 없어진 리비아, '만인 對 만인의 투쟁'

[해외 시각] 제2의 이라크·아프간이 되지 않으려면

리비아 내전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최후 보루였던 수도 트리폴리의 바브 알아지지야 지구가 반군에 함락됐지만 리비아의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특히 카다피군과 반군 모두에 의한 학살 사례가 보고돼 국제사회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의 2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트리폴리 남부 카다피군의 주둔지 인근의 창고에서는 검게 탄 시신 53구가 발견됐다. 시신들은 성별과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심하게 훼손돼 있었고 흉곽과 두개골 등 뼈들은 그을린 채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신문은 현지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카다피군이 이들을 살해한 다음 시신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카다피군의 또 다른 주둔지에서도 수십 구의 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

반대로 반군에 의한 처형 사례도 있었다. 트리폴리 중심가의 군 기지에서는 카다피군 30여 명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로이터>가 25일 전했다. 시신 중 최소 2구는 플라스틱 수갑에 묶여 있어, 저항이 불가능한 카다피군을 반군이 처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통신은 전했다.

시가전으로 인한 대량의 인명 피해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BBC> 방송은 이날 수백 구의 시신이 버려진 채 무더기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방송은 시신이 200여 구 이상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교전중에 숨진 반군과 카다피군, 민간인들의 시신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들면서 쌓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반군의 관리 능력과 지도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현재 반군은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로 진격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카다피군은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저항을 계속하고 있고 반군은 여전히 나토군에 의존하고 있다.


군사적 무능뿐만 아니라 반군 내의 여러 분파들 간에 통합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반군 지도부인 벵가지의 과도국가위원회(TNC)는 모든 반군 세력을 아우를 능력이 없다. 미스라타의 반군 지도부는 TNC의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고, 반군 사령관 압델 파타 유니스가 반군 내 이슬람주의 분파에 살해되기도 했다.

또 <인디펜던트>는 28일자 보도를 통해 트리폴리로 성공적인 진격을 이끈 반군 사령관 압델 하킴 벨하지가 과거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편을 들어 싸웠던 인물임을 밝혀냈다. 트리폴리 군사위원회를 맡고 있는 벨하지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목한 '리비아이슬람투쟁그룹'(LIFG)의 지도자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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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리비아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반군 내의 여러 문제에 대해 <인디펜던트>의 중동 전문기자 패트릭 콕번은 "카다피가 죽거나 사로잡힌다면 반군은 더 이상 단합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콕번은 27일자 칼럼에서 "카다피는 적을 만들어내는데 천재였다"며 과거에는 카다피에 대한 증오 때문에 반군이 공동의 전선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후에는 이들이 단합을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나토 회원국들 역시 분열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리비아는 이라크나 아프간보다 나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반군에 의해 펼쳐진 거짓 선전 등으로 인해 한동안 사태 불안이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콕번의 칼럼 주요 내용이다. (☞
원문 보기) <편집자>

▲ 지난 25일 트리폴리의 아부살림 병원에서 발견된 대규모의 시신들. 영국 <BBC> 방송은 시신이 총 200여 구이며 사인이나 신원 등은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AP=연합뉴스

카다피에 대한 증오로 묶인 반군, 이제 무엇이 단결시킬까?

나토군 전투기는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에 공습을 가하고 있다. 나토가 카다피에 대한 전쟁에 얼마나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나토는 고도로 훈련된 지상 요원들로 하여금 카다피군의 방어 거점에 대한 공습을 요청하도록 했다. 이것이 지난주 놀랍도록 신속한 트리폴리 함락과 반군의 승리를 가져왔다. 트리폴리 남부의 도로변에서는 나토의 폭격과 미사일 공격에 의해 검게 탄 건물들이 발견됐다. 카다피군이 모래주머니로 구축한 방어망은 [나토 공군의 공습이라는] 이런 방식의 공격 앞에 무력했다.

5개월 전 나토의 지원을 받지 못했던 반군은 패배했다. 이번주 트럭을 타고 트리폴리 시내를 돌아다니며 승리의 'V사인'을 그리긴 했지만, 그들 스스로의 군사적 역량으로는 카다피군을 패배시킬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외세의 지원에 의해 승리했다 한들 민주적이고 안정적이며 번영하는 새로운 리비아를 창조해내는 정치적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면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럴 수 있을까? 리비아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전철을 밟게 되지는 않을까?

간간이 기관총 소리가 들려오는 텅 빈 트리폴리 중심부 시가지에서 필자와 만난 한 리비아인 사업가는 "우리[리비아인] 모두는 한가족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길하게도 양측 모두에 의한 대량학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앞으로 6개월 또는 1년은 지나야 정말로 이들이 한가족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카다피에 대한 싸움에서는 큰 이점이 있었다. 카다피는 해외에서나 국내에서나 적을 만들어 내는데 천재적인 능력을 보였다는 것이다. 사람들 모두는 공통적으로 그를 증오했다. 미국인들은 팬암기 폭파 사건 때문에,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는 1978년 리비아 방문 와중에 실종된 시아파 지도자 무사 사드르가 살해되는데 그가 가담했다는 정황 때문에 카다피를 증오했다. 미국 정부와 헤즈볼라는 많은 사안에 대해 이견을 갖고 있지만 카다피를 싫어한다는 것은 공통점이었다.

이미 도주하고 있는데도 카다피는 반군의 표적이다. 필자가 묵고 있는 트리폴리의 한 호텔에서 반군들은 호텔 입구에 카다피의 초상화와 [그의 통치 철학이 담긴 책] '그린북'을 펼쳐놓고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를 밟게 했다. 이 때문에 호텔 숙박객들은 그림 액자에 걸려 넘어지거나 책을 밟고 미끄러지기도 했다.

그러나 죽거나 사로잡힐 카다피는 더 이상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반군들을 뭉치게 할 수 없다. 카다피 축출 이후의 정치적 영향력이나 경제적 이득이라는 보상을 노리고 있을 나토 회원국들 또한 단합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트리폴리는 현실적이고 시급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도시 대부분 지역은 수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소문에 의하면 이는 카다피군이 트리폴리 남쪽 600km 지점에서 수도에 지하수를 공급하는 펌프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트리폴리시(市) 지방자치 단체에서 일했던 기술자의 말에 따르면, 펌프가 재가동된다 해도 도시까지 물이 올 때까지는 며칠이 더 걸린다고 한다.

트리폴리의 치안도 불안한 상태다. (필자가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호텔에서 멀지 않은 항구에서는 총소리가 들려 오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전기가 나갔다) 한 반군 지도자는 "[트리폴리에서 일어난] 단 하나의 약탈 행위는 리비아 정부 소유의 차량에 대한 것으로, 우리는 운전자들에게 차량 소유를 증명할 수 있는 문서를 요구하고 있고 자신의 소유임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차량을 압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는 시기상조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석유 부족과 저격당할 위험 때문에 차량 운전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리비아에서 과거 이라크‧아프간과 비슷한 위험 요소들을 발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세 나라 모두는 외세의 직‧간접적 개입에 의해 정권 붕괴가 이뤄졌다. 군사적으로 보면 리비아와 가장 비슷한 것은 아프간이다. 탈레반 정권은 [반군인] 북부동맹군에 의해 축출됐는데 북부동맹의 진격은 미군의 대규모 공중 작전 지원에 전적으로 힘 입은 것이었다.

이라크에서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이라크 국가는 이라크인들의 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 국가를 통치하는 이라크인들은 전적으로 미국에 기대고 있었다. 미국과 영국 정부의 위선적인 주장에도 불구하고 2001년 시작된 아프간전과 2003년 시작된 이라크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리비아 또한 이들과 같은 운명에 고통받을 것인가? 몇 달 동안 교전이 계속될 것인가? 그러나 위와 같은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트리폴리의 상황은 이라크나 아프간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리비아는 이라크‧아프간처럼 30년 동안 전쟁이 계속된 나라가 아니다. 전쟁 초기에 외신 기자들은 벵가지 반군들이 무기를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는 것을 비웃었다. 하지만 이는 수백만의 젊은이들이 총을 능숙하게 다를 능력이 있었던 아프간이나 이라크보다는 나은 것이다.

카다피를 악마처럼 보이게 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사실 그는 이라크의 후세인 같은 괴물은 아니었다. 카다피 정권이 정적을 투옥하고, 고문하고, 죽였을 수는 있지만 이라크와 같이 대규모로는 아니었다. 오히려 지난 30년간 리비아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정권의 '어리버리함'이었다.

반군에 의해 능숙하게 펼쳐지는 선전전이야말로 위험하다. 이는 리비아인들 사이의 관계를 악화시켜 승리자로 하여금 보복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반군은 카다피군이 대규모의 조직적 강간을 전쟁무기로 사용했다는 주장을 퍼트렸는데 국제 언론매체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고 보도했다. 하지만 유엔과 앰네스티, 휴먼라이츠워치(HRW) 등 인권단체는 '조직적 강간설' 및 기타 많은 카다피군의 잔혹행위설에 대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언론은 이들의 보고서를 무시했다. 많은 보통 리비아인들은 아직도 이 주장을 진짜로 받아들인다.

전쟁의 상처는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리비아인들에게는 평화와 번영을 회복할 기회가 있다. 리비아는 이라크나 아프간처럼 종파적으로 세세히 나눠져 있지는 않다. 카다피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고 석유 판매대금을 엉뚱한 데에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질과 교육 수준은 높다. 소외 계층도 없고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사람도 없다. (아프간에서는 국민의 1/3이 영양실조다) 석유 판매 대금도 600만 인구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충분할 만큼 많다. 이라크와는 달리 외국군의 주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 밖에서는 총소리가 계속된다. 멎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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