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디펜던트>의 중동 전문기자 로버트 피스크는 25일 칼럼에서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듯한 리비아 상황이 의외로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피스크는 이번 내전이 서방의 이라크 침공과는 성격이 다르다면서도 이라크 전쟁과 같이 길고 긴 공방전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피스크는 자취를 감춘 카다피가 자신의 고향인 시르테에서 전열을 재정비하고 저항에 나선다면 그러한 전망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서방이 리비아 원유 자원에 대한 욕구를 표면적으로는 감춘 채 리비아 과도정부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카다피가 게릴라전과 부족간 내분 전략을 펼치면서 장기간 저항한다면 차후 들어설 리비아 과도 정부의 체제 장악력에 대한 서방의 신뢰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비슷한 사례를 아프가니스탄에도 이미 목도한 바 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원문 보기)
역사는 반복된다: 이라크에서의 실수와 리비아
말할 필요도 없이, 서방이 관심을 갖는 한 모든 게 최상의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누구도 리비아 군대를 해체하지 않고, 친카다피 진영을 리비아의 미래에서 공식적으로 배제하지도 않는다. 이라크에서 했던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도 않는다. 그리고 [서방의] 파병도 없다. 벽으로 둘러싸여 봉쇄된 그린 존[안전 지대]의 서양 좀비들이 리비아의 미래를 좌지우지 하지도 않는다. 모든 서방의 외교 관료들은 "리비아인에게 달렸다"는 말을 반복한다. 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물론 그러나 수많은 서방 외교관과 거대 석유업체 대표, 많은 보수를 받는 서양 용병과 수상한 구석이 있는 영국과 프랑스 군인들이 [리비아] 벵가지 그린 존에 있다. 그들은 모두 그들 편이 아닌 '조언자'인 척 하고 있다. (아직은) 그들 주위를 둘러싼 벽은 없겠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자칭 지역 정치 전문가라고 하는 많은 리비아 영웅들과 말썽쟁이들을 통해 리비아를 사실상 통치하고 있다. 우리는 그 말썽쟁이들이 반군 사령관을 죽인 사실은 눈감아 준다 해도 (어떤 까닭인지 누구도 불과 1달 전 벵가지에서 제거된 [반군 사령관] 압둘 파타 유니스라는 이름을 더 이상 입에 올리지 않는다) 그들은 오직 우리 서방의 탯줄에 매달림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다.
물론 이 전쟁은 비정상적이었던 이라크 침공과는 다르다. 사담 후세인의 체포는 서방군에 대한 공격만을 더욱 가중시켰다. 이는 후세인이 다시 이라크로 돌아올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반란에 참가하지 못했던 이들이 이제 [미국에 대한 저항에] 거리낌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다피와 [카다피의 차남이자 후계자] 사이프 알이슬람의 체포는 의심할 여지없이 친 카다피 세력 종말을 앞당길 것이다. 이제 서방의 진짜 공포는 현지로서는 카다피가 고향인 시르테에 안전하게 도착할 가능성이다. 시르테에서는 나토군을 등에 업는 리비아 반군에 대한 공포보다 시르테 부족들의 [카다피에 대한] 충성심이 더 강할 수 있다.
▲ 카다피의 두상에 총을 겨누고 승리를 자축하는 리비아 반군들. 하지만 카다피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AP=연합뉴스 |
시르테는 카다피가 1969년 혁명을 일으키고 난 뒤 이 지역 유전을 외국 투자자들에게 분할해 누구나 차지할 수 있게 한 곳이다. 시르테는 카다피가 첫 대규모 아프리카 연합 회의를 연 곳이며 그가 태어난 곳에서 겨우 16마일 떨어진 곳이다. 또 41년의 통치기간 동안 수많은 수혜를 받은 지역이다.
그리고 올해 6개월에 걸친 전쟁 동안 리비아 '반군'은 시르테에서 [카다피의] '충신'들에게 패배해 왔다. 우린 의심의 여지없이 곧 이 터무니없는 [반군과 충신이라는] 명칭을 서로 바꿔야 할 것이다. 친서방 과도국가위원회(TNC)를 지지하는 이들이 '충신'으로 불려야 할 것이고 친카다피 반군은 새로운 친서방 리비아 정부를 공격할 '테러리스트'가 될 것이다. 어느 쪽이 됐든, 반군과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진 시르테는 리비아에서 가장 흥미로운 도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럼 이제 카다피가 생각하고 있는 건 뭘까? 우린 그가 자포자기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우린 과거에 그에 대해 많은 형용사를 붙였다. 성미가 급한, 미친, 정상이 아닌, 매력적인, 지칠 줄 모르는, 고집 센, 특이한, 정치력이 있는, 아리송한, 이국적인, 정신 나간, 색다른, 그리고 가장 최근엔 야만적인 살인자이며 폭군으로까지 불렀다. 그러나 카다피는 삐딱하긴 하지만 리비아에 대한 정세를 잘 파악하고 있기에 단순히 살아남는 것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부족 간 갈등을 지속시키면서 게릴라전으로 서방 측에 선 리비아 세력을 소모시킬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새 '과도' 정부의 신뢰성을 무너뜨릴 것이다.
그러나 리비아 전쟁이 전례가 없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렇게 쓰는 것이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아마도 카다피는 릭소스 호텔 밑의 지하 터널, 혹은 [짐바브웨 대통령] 로버트 무가베의 별장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
* ( )는 원저자의 표기이며 [ ]는 옮긴이가 추가한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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