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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죽고 사는 문제'를 독점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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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죽고 사는 문제'를 독점하려 하는가"

[기고] 참여연대 마녀사냥, 국제사회 상식 맞게 행동하라

요즘 참여연대가 천안함 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들에게 보낸 것이 세간의 이슈가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유엔 안보리를 평화와 안보에 관한 정부 사이의 논의장으로만 인식한다. 여성·환경·인권에 대한 유엔 공식회의에서 NGO들은 주체로서 회의에 공식적으로 참여해 성명서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에 반해 안보리는 여전히 정부만의 공간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엔에서 가장 폐쇄적인 안보리조차 NGO의 활동 공간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여성단체와 평화단체의 경험을 예로 들어보자. '여성·평화·안보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는 평화와 안보 영역에 있어서 여성 문제를 다룬 최초의 안보리 결의안이다. 이 결의안 채택은 평화 과정에서 여성의 역할과 평화·안보 분야에서 성인지적 관점을 포함시키는 유엔의 결정을 요구한 여성들의 지속적인 주장, 로비활동의 성과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

2000년 여성단체들과 평화단체들은 무력분쟁과 갈등이 있을 때 여성들이 성노예를 비롯한 다양한 희생자가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1000개나 넘는 수많은 안보리 결의안 중에서 여성과 관련한 결의안이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 단체들은 초안을 작성하고 유엔 안보리 회원국 대표들을 만나 로비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2000년 10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여성, 평화, 안보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를 채택했다.

결의안 1325는 "평화와 안보의 유지, 촉진을 위한 모든 노력에 여성의 동등한 참여와 완전한 관련(full involvement)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첫째, 모든 수준의 의사결정에서 여성의 참여를 보장한다. 둘째, 여성과 소녀들의 인권존중과 보호를 포함하고 있다. 셋째, 평화유지 활동과 성인지적 관점을 담고 있다. 넷째, 갈등 이후 과정에 성인지적 관점을 포함하고 있다. 다섯째, 유엔 사무총장 보고와 안전보장이사회 활동에 성인지적 관점을 포함하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여성단체와 협력과 관련해 결의안 15항에서는 유엔 안보리가 남녀 문제(gender consideration)와 여성권리 문제와 관련하여 현지 여성단체 및 국제여성단체와 협의할 의지도 표명했다. 2010년 현재 유엔 회원국 18개국에서 국가행동계획을 작성해 유엔안보리 결의안 1325 이행을 위해 활동한다. 이 국가행동계획에서도 평화안보에 대한 활동에 여성단체들과 협의할 것을 포함하고 있다.

NGO들은 '여성, 평화, 안보에 대한 NGO 워킹크룹'을 만들어 결의안 1325 이행을 검토하는 보고서를 만들고 유엔 안보리 회원국들에게 현안 관련 로비를 한다. 결의안 채택 10년을 맞아 이 NGO 워킹그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게 보내는 여성·평화·안보에 대한 월간행동초점'(Monthly Action Points on Women, Peace and Security for the UN Security Council)을 발표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가 갈등에 직면한 여성들에게 안보리 의무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제안을 제시한다. 2010년 6월호의 경우 아프가니스탄, 브룬디, 기니, 수단에 대한 제안을 했다. 이 자료는 유엔 안보리 회원국, 시민사회 구성원, 유엔 회원국, 유엔 기관에 널리 배포되고 있다.

▲ 경찰들이 보수단체들의 시위에 대비해 참여연대 앞을 지키고 있다. ⓒ뉴시스

"평화와 안보 논의, 정부의 독점물 아니다"

평화와 안보 논의는 더 이상 정부의 독점물이 아니다. NGO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만드는데 개입하고, 결의안 이행을 검토하고, 회원국들과 협의하는 위치에 있다. 여성, 평화, 안보에 대한 NGO 워킹그룹만 있는 게 아니라 '유엔 안보리에 대한 NGO워킹그룹'도 있다. 다양한 NGO들이 평화, 안보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평화와 안보의 문제는 죽고 사는 것에 관한 문제다. 누구나 자신의 생명과 타인의 생명에 관한 문제에 대해 말할 권리가 있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한반도는 언제든지 무력분쟁이 있을 수 있는 불안정한 지역이다. 천안함 문제는 한반도 무력분쟁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국 NGO가 평화와 반전의 관점에서 의문점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글로벌 코리아의 품격을 높이려면

글로벌 코리아를 주장하는 정부는 분쟁과 관련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정보의 투명성을 요구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안보리 회원국들에게 보고서를 보내는 NGO의 행위를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10년 전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를 통과시킨 유엔 안보리 회원국과 그 뒤에 있었던 NGO의 활동을 기억하기 바란다. 한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의 친구(Friends of 1325)에 소속되어 있었다.

유엔에서 NGO의 활동을 존중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상식과 관례로 자리 잡았다. 정부가 진실로 글로벌 코리아의 품격을 높이고자 한다면 국제사회의 상식에 맞게 행동하기를 절실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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