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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의 역습'…경찰, '천안함 미네르바' 무차별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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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의 역습'…경찰, '천안함 미네르바' 무차별 조사

유인물 배포하면 연행, 인터넷 논객 소환… "도 넘은 재갈 물리기"

천안함 조사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시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정부의 행태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 경찰은 온라인에서 이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는 누리꾼들을 무더기로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공간에서 경제위기를 경고한 한 논객을 잡아들인 이른바 '미네르바 사건'이 천안함 사건으로 주제만 바꿔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 '공권력의 역습'이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등에서 천안함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글 30여 편을 올린 40대의 직장인 남성 박명진(가명) 씨는 지난 10일 경찰에 출두했다. 전기통신기본법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조사를 받은 것. 박 씨는 천안함 절단면이 매끄러운 점, 조사단이 공개한 천안함 내부에서 형광등이 깨지지 않은 이유 등에 관한 의혹 등을 제기했었다.

경찰은 박 씨가 쓴 글이 허위 사실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게 아니라 30여 편의 글이 자신에 의해 작성됐는지 만을 확인하는 조사를 진행했다. 박 씨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쓴 글은 허위 사실이 아니라 수치, 사진 등 분석 자료에 근거한 것"이라며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그런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씨는 경찰 조사를 받은 후로는 인터넷에 일절 글을 올리지 않고 있다. 박 씨는 "내 글에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도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다시 글을 쓴다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박 씨에 따르면 그동안 천안함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한 누리꾼들도 경찰에 조사를 받은 뒤 인터넷에 글을 올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난 5월 말께 경찰 조사를 받은 40대 자영업 남성 이명우(가명) 씨가 그런 사례다.

천안함 침몰 원인이 어뢰가 아닌 잠수함의 충돌로 인한 것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이 씨도 전기통신기본법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에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 씨에게도 조사 과정에서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본인이 실제 썼는지 만을 확인했다.

이 씨도 현재 인터넷에 글을 올리지 않고 있었다. 이 씨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추론한 것이 사실에 맞는지, 아니면 어떤 오류가 있는지를 알기 위해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며 "인터넷에서의 토론을 통해 이런 것이 가능하지만 정부에서는 이마저도 막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는 "내 글의 첫 부분에는 '여러 사실을 조합해 추론을 한 것임을 밝혀둔다. 이 점을 미리 고지한다'라고까지 밝혔다"며 "그런데도 내 글이 허위사실이라고 한다니 할 말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의 선체구조관리 분과위원장인 박정수 해군 준장이 8일 천안함 절단면을 보기 위해 평택 2함대사령부를 방문한 트위터 이용자, 블로거, 대학생 기자 등 55명에게 천안함 침몰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조사 결과에 대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희 시절 긴급조치 때가 지금의 수준이 아니었나 싶다"

경찰의 천안함 의혹 재갈물리기는 비단 온라인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주성(약대·4) 씨는 천안함 의혹을 제기하는 전단지를 거리에서 배포하다 경찰에 의해 제지를 당했다.

12일 김 씨는 서울 지하철 4호선 동대문문화역사공원역 앞에서 천안함 관련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 주다가 경찰에게 제지를 당했다.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전단지에는 천안함과 관련해 정부가 제시하는 조사 내용의 의혹점, 러시아 전문가의 천안함 조사결과 불신 발언, 언론 등에서 제기한 천안함 침몰 관련 의혹 등이 담겨 있었다.

이 씨를 포함한 당시 유인물을 배포하던 10여 명의 대학생들은 이에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경찰은 당시 현장에서 유인물을 배포하던 5명의 대학생을 강제로 연행했다. 하지만 연행 후 조사를 벌인 경찰은 이렇다 할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30여 분만에 이들 모두를 훈방 조치했다.

김주성 씨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박정희 대통령 시절 긴급조치라는 걸 겪어보진 않았지만 지금의 수준이 그때가 아닌가 싶다"며 "물불 안 가리고 천안함을 덮기 위해 이렇게 상식에 벗어난 탄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의 과도함이 민주주의 작동 못하게 한다"

경찰은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전국에서 천안함 허위사실 유포 행위 50여 건을 적발해 조사를 벌였다. 이 중에는 국방부 대표번호를 이용해 '예비군을 긴급 징집한다"는 허위문자를 발송한 건 등 명백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이도 있다. 하지만 드러난 정보를 수집 후 이를 토대로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건수가 상당하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을 모두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를 두고 수사기관들이 천안함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에 대해 온오프라인 구분없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천안함 진상조사 결과에 의혹이 있다며 그 근거로 러시아 조사 발언을 인용하고 언론보도 등을 정리해서 유포하는 행위를 허위 사실 유포라고 볼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또한 "언론에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해 해명을 해달라는 요구를 허위라고 하기는 어렵다"며 "공익을 해칠 목적이 아닌, 누구나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사항 등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허위라고 단죄하는 건 문제"라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현재 진행되는 일련의 탄압을 두고 "이런 식으로 국가가 가지고 있는 공식적인 견해와 반대되는 의견을 제기하는 걸 다 허위라고 치부하고 국가에 대한 실체 의혹을 풀지 못하게 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민주주의라는 건 언론의 자유 시장 속에서 여러 사람의 이야기 중 가장 타당한 이야기가 승인 받고 그것에 따라 맞춰 나가는 것"이라며 "지금의 정부 대응을 보면 논란이나 시비를 애초에 막아버리겠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언론 시장 자체를 형성되지 못하게 하는 건 민주주의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며 "현 정부의 과도한 태도는 민주주의를 작동시키지 못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심각한 일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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