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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박근혜, '설득의 정치'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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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박근혜, '설득의 정치' 배워라"

[이철희의 이쑤시개]<9> "강한 의회가 성공한 대통령을 만든다"

"<링컨> 영화가 미국의 헌법 개정에 관한 노예제도 관련 내용이다. 전략적으로 판단을 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설득을 해서 대통령이 직접 하는 것도 포함해 그것을 이뤄내더라."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귀국길에 '링컨'을 언급했다. 이제 '링컨'을 검색하면 '안철수', '안철수'를 검색하면 '링컨'이 연관검색어로 나온다. 미국 노예제도를 폐지한 역사적 인물이 '안철수의 새 정치 문법'으로 등장한 것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2년 대선 출마를 1년여 앞두고 <노무현이 만난 링컨>(학고재 펴냄)을 출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책 소개에서 '링컨이 견고한 이상을 현실에 조화시킨 통합의 지도력을 갖춘 이'라며 '정의가 승리한다'는 모범을 보여준 것을 높이 평가했다.

'설득의 정치'와 '통합의 정치'를 동시에 보여준 에이브러햄 링컨은 미국의 16대 대통령이다. 링컨은 앤드루 잭슨,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함께 미국 민주주의에 기여한 대통령으로 꼽힌다.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65년 동안 18대에 걸쳐 열한 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역대 대통령 대부분은 '제왕적' 모습을 보였다. 행정부와 입법부 간 상호 견제와 균형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청와대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국회를 압박하기 일쑤였다.

최근 미국의 대통령제 역사를 살피고, 대한민국 대통령제의 개혁과 성공 조건을 모색한 <대통령제,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비르투 펴냄)이 출간됐다. 저자인 한신대 최형익 교수는 지난 12일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 출연해 대한민국 대통령제의 고질병인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강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가 강해야 대통령도 리더십을 발휘해 '정치'를 한다"는 것이다.

<이쑤시개>는 이날 '안철수는 대통령제를 감당할 사람인가'와 '박근혜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했다. 미래 권력으로 점쳐지는 자와 현재 권력을 쥔 자가 '민주주의와 대통령제'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고민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 팟캐스트 바로 듣기)

▲ 미래 권력으로 점쳐지는 자와 현재 권력을 쥔 자, 이들은 '민주주의와 대통령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까. ⓒ프레시안

안철수는 먹고사는 문제, 박근혜는 남북 문제 잘 풀어야…

최형익 교수는 먼저 4.24 재보궐 선거에서 안철수 전 교수가 당선될 것이라며 "안 전 교수는 대통령제를 감당할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정치인 안철수가 "하루아침에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며 2011년 9월 1일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왔을 때부터 "사람들 생각에 동의 구조가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교수는 대선 당시 안 전 교수의 '의원 정수 축소' 발언은 "정치인 안철수로 변화하는 데 장애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 주자가) 왜 입법부의 권한 사항인 국회의원 제도를 문제 삼느냐"며 "실수"라고 단언했다. 안 전 교수가 대의제 민주주의와 직접 관계된 의원 수를 언급할 생각이었다면 "'국회의원 수를 늘리고 국회의원의 능력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안철수 전 교수가 지난해 대선 당시보다 "(정치에 대한 관점이) 성숙했다"고 진단했다. 이철희 소장은 안 전 교수가 비행기에서 읽었다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폴리테이아 펴냄)을 언급하며, "개인적으로 안 전 교수가 노동에 대한 관심,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대단히 발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어 "그런 고민이 성숙해서 정말 먹고사는 문제를 잘 푸는 대안을 가진 정치인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최형익 교수는 일부에서 비판하는 '불통' 박근혜를 문제 삼지 않았다. "대통령이라는 직위와 직접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현 시대의 대통령 책무는 남북 문제와 한반도 문제를 잘 관리하는 것"이라며, 일촉즉발 상황의 남북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어 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의회를 존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대통령제가 민주주의적인 것만큼 의회도 민주적인 정치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는 책 서문에서 "대통령과 의회 사이에 실질적 권력분립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능력 또한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불통'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라는 주문이다.

"강한 의회가 성공한 대통령을 만든다"

의회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최형익 교수는 "의회 스스로가 권력의지를 갖추고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시퀘스터 해결을 위해 공화당 의원들과 '식사 정치'에 나선 것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 대통령도 이렇게 직접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대통령을 견제하는 강한 의회가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아등바등 살아보려고 하다 보니까 정치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역시 '강한 의회'를 주문했다. 특히 그는 대통령과 상하원이 중심이 된 미국 정치제도에서 "링컨 대통령이 여야를 전략적으로 설득하는 부분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링컨의 간교함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철 교수가 말한 '간교함'은 링컨이 브로커를 동원해 진행한 의원직 거래로, 그는 "DJ, YS의 리더십에도 '의원 빼 오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행위가) 굉장히 나빠 보이지만 사실은 대통령의 문제 해결을 위한 리더십의 작동 도구들"이라며 "(현재 국회는) 도덕성을 이유로 '정당 정치 안정화'라는 이름으로 못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정당에서 늘 문제가 되는 공천권 또한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마이너스 싸움 그만 해라"

최형익 교수는 현재 답보 상태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이 싸움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민주당에 마이너스"라도 말했다. 안철수 전 교수가 대선 당시 입법부의 권한인 국회의원 정수 문제를 언급해 실수한 것과 같이 정부 조각은 행정부의 권한이라는 것이다.

특히 쟁점이 되고 있는 종합유선방송국(SO) 인허가권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은 "정부조직법 개정 사안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민주당이 방송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나 지금 민주당이 내세우고 있는 '입법부 소관'이라는 명분은 모양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SO의 미래부 이관을 제외한 정부조직법을 우선 통과시키고,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인허가 소관으로 되어 있는 '방송법 9조 2항과 3항'을 개정해주는 식으로 합의를 도출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최 교수는 "지금 민주당은 지난 대선과 똑같은 원망을 듣고 있다"며 "국민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못 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차기 정권을 노리는 수권정당으로의 의지를 불태워야 한다"며 "하나하나 행보가 4~5년 뒤 어떤 심판이 내려질 것인가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민주당에는 전략적 거점과 이것을 배치하는 전술을 조율하는 지도부가 부재하다"고 비판했다.

▲ <이쑤시개> 출연진, 왼쪽부터 서양호 실장-김윤철 교수-최형익 교수-이철희 소장 ⓒ김대현

* 더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안철수·박근혜, '설득의 정치' 배워라"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http://pressian.iblug.com/index.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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