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부르짖었던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되어야 한다'는 것을 거꾸로 하고 있다. '옳은 일을 한 사람이 억울해지고 나쁜 일을 한 사람은 잊히고, 그것에 협조한 사람은 영전되는 역사가 반복된 한 장면이다'라는 말씀 꼭 드리고 싶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14시간 전,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민주노동당 활동을 하던 2006년부터 노회찬 대표를 봐왔다며 "꼭 필요한 사회적 고발을 했다고 공감했는데 여기까지 온 것을 보니 어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자정께 한 자리에 모인 <이쑤시개> 출연자들은 노회찬 대표의 법원 판결에 대해 긍정적으로 기대하진 않았다. 허위사실 유포 등 핵심 공소 내용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벌금형이 없는 통신비밀보호법 상 지난해 10월 선고된 징역형이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결국, 14일 오후 노회찬 대표는 대법원의 유죄 판결과 함께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문재인·이재오 의원 등 국회의원 159명의 탄원서도 소용없었다.
<이쑤시개> 진행자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결국 대선에서 져서 이렇게 된 것 아닌가"라며 민주당에 화살을 돌렸다. 박용진 대변인은 "만일 집권했으면 통신법 개정 의지를 밝혔을 것"이라며 무거운 마음을 전했다.
▲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1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년 전 그날, 그 순간이 다시 온다 하더라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민주당, '노원병'에 후보 내지 마라"
이날 언론은 공석이 된 노회찬 대표의 지역구(서울 노원병)를 놓고, 일제히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거론했다. 4월 재보궐 선거와 안 전 원장의 '2말 3초(2월 말·3월 초) 귀국설'이 맞물린 것이다.
<이쑤시개> 역시 안 전 원장의 출마를 조심스레 점쳤다. 이철희 소장은 박용진 대변인에게 "민주당은 4월 재보궐 선거 준비 하는가"라고 물으며, 민주당에 "(대선 패배를) 반성하는 의미로 이번에는 후보를 내지 말" 것을 권유했다. 이 소장은 "민주당이 대범하게 가는 것도 방법"이라며, "차라리 '안철수 정치할 거면 (4월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라'라고 하는 게 더 좋아 보인다"고 제안했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도 "국민들은 '민주당이 안철수 전 원장을 주저앉혔다'는 여론이 많고, 그게 (이번 대선) 패배의 한 요인으로 이야기되고 있다"며 "민주당이 그렇게 제안하면 멋있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기회를 통해 '안 전 원장과 그 세력이 선거에 출마했을 때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철희 소장은 최근 선거에서 지지부진한 민주당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이라며, 김 교수의 의견에 동조했다. 이 소장은 미국 클린턴 대통령 시절 힐러리 여사의 사례를 들어 "만약 민주당이 과도하게 '안철수 현상'에 거품이 있다,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그 기회를 왕창 주라"고 주문했다. "국민들이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박근혜 대북정책, 스멀스멀 후퇴하고 있다"
<이쑤시개>는 북한 3차 핵실험 문제로 더욱 강화된 박근혜 당선인의 안보 중심 국정에 우려를 나타냈다. 김윤철 교수는 김장수 청와대 국방안보실장 내정자와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로 이어진 박근혜 당선인의 인선이 '군의 특정 집단에 소속된 외교·안보 라인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철희 소장도 김장수 내정자가 박근혜 당선인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수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언급하며 "걱정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또 '안보 예산 깎아서 복지 예산 늘리냐'는 안보 세력의 접근법을 지적하며 "(이번 인선은) 거기에 충실한 사람이 발탁됐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마디로 "그렇다면 남북관계도 썩 좋아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정리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안보보수·반공보수(또는 애국보수)의 목소리를 얼마나 제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정권의 승패나 향배가 걸렸다고 보는데, 초반 게임에서 박 당선인이 조금 밀리는 것 같다. 의도와 달리 밀리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 생각과 일치하니까 같이 가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선거 때 내걸었던 노선에 비하면 많이 좀 후퇴했다. 스멀스멀 후퇴하고 있다."
대북 문제 주도권 놓친 민주당, "이게 뭥미?"
문제의식은 '이 상태를 제어해야 하는 민주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로 모아졌다. 서양호 실장은 "평화·통일 문제만큼은 민주당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새누리당에 내줬다며, "그러다 보니 정몽준 의원 같은 여당 내 강경파 의원들이 '무력으로 자체 핵무장하자'라는 얘기가 들어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용진 대변인은 대선 당시 'NLL 논쟁'을 말하며, "민주당이 안보에 무능하거나 무관심하다는 이미지가 있다"고 인정했다. 박 대변인은 '이런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안보에 대해 강하게 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핵 실험 발표 후 '(정부는) 전쟁과 무력으로 해결하려는 것을 아예 버려라'"라고 논평했다며 "민주당은 한반도 안정을 위해 햇볕 정책과 평화 기조를 깨트릴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철희 소장은 민주당이 안 좋아진 대북 관계 이미지를 "엉뚱하게 풀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박근혜 당선인의 대북 정책에 끌려갈 게 아니라 "차라리 북한에 대해 할 말은 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북한) 인권 문제에 할 말 없으면 그냥 가만 있고, 북한과 가깝게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정당이랑 선을 긋지도 못"해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윤철 교수는 "(국민은)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요구가 더 크다"며 '핵을 쐈다 안 쐈다, 인권을 탄압했다 안 했다가 아니라 (북한 문제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이냐'하는 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부터 민주당의 독자적인 대북정책이 무엇이 있고, 북핵문제와 안보 상황에 대한 무슨 묘책이 있으며, 대북라인을 복원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그런 중에 가서 박 당선인과 '그냥 협력하겠다'라고 하니까 민주당 지지자들이 보기에는 '이게 뭥미?'라고 하는 것이다."
"민주당 내홍, 인류학적 연구 대상" 이철희 : 새누리당이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고, 12월에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홍준표 대표가 물러나고 비대위를 꾸렸다. 당시 당권파는 절대 다수를 자랑하는 친이(이명박 계)였다. 대통령이 자기편이었다. 그런데도 공천권까지 똘똘 말아서 박근혜 (당선인)에게 줬다. 그렇다면 공천에서 친이가 박살 날 것은 충분히 예견됐다. 그래도 아무 소리도 안 하고 전권을 줬다. 그래서 당을 살려냈다. 그게 공당의 자세 아닌가. 예를 들 당이 없어 새누리당을 들었지만…. 그런데 민주당은 그런 상황에 직면해 있는데도 권한을 안 주고 제한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 못 하겠다. 서양호 : 정권을 맡은 여당이 역할을 못 하면 야당이 정권을 맡는 것처럼 당도 책임 정치를 하다가 총·대선에 실패하면 당권 교체를 통해서 새로운 대체 세력이 나타나야 한다. 상호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는 긴장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런 것을 용인 못 하는 것이다. 김윤철 : 민주당의 그런 모습은 정치학적 분석 대상이 아니라, 인류학적 분석 대상이다. (일동 웃음) 가서 '왜 정치를 그렇게 하는가' 필드 업(현장 경험)을 하면서 봐야 한다. 민주당 비대위면 강한 야권-수권 가능성이 있는 제1야당을 만들기 위한 야권 재편의 가능성을 열겠다고 하면서, 전대를 통해 강한 야당을 만들 수 있는 권한까지 줘야 한다는 문제로 다퉈야 한다. (그런데) 지금 얘기하는 것을 보면,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민주당은) 정말 인류학적 연구 대상이다.
|
* 보다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지못미 '노회찬'…"민주당, 4월 재보선에 후보 내지 마!""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http://pressian.iblug.com/index.jsp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