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담담했다. 이 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현실이다"라며 "그냥 편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민주화의 토대 위에 세워진 '박근혜 정부'는 과거 총·칼로 세워진 정부와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좌우되는 만큼 "박근혜 정부는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세 사람도 의견을 같이 했다.
이들은 지난 27일 밤 취임식 열기가 채 가라앉지 않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언저리에서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를 녹음했다. (☞ 팟캐스트 바로 듣기)
▲ 또 한 명의 '박통'이 2013년 2월 25일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연합뉴스 |
절대강자 박근혜, 정말 셀까?
2월 말 현재, 박근혜 정부의 공식 구성원은 대통령과 국무총리뿐이다. 몇몇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됐지만, 공식 임명장이 수여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여기에 '낙마 0순위'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날짜조차 잡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도 '박근혜'는 힘이 센 대통령일까? 의견은 3대 1로 나뉘었다.
김윤철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은 세다"며 "지금 정부 구성이 늦춰지고 있는데도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박 대통령에게 가지고 있는 믿음이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다만 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진짜 (우리 사회에) 안정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임경구 팀장도 "박근혜 대통령은 강하다"라고 주장했다. 임 팀장은 "어떤 대통령이든 임기 초에 나타나는 기본적인 힘"을 포함해 "내각과 청와대 구성 등 박근혜 대통령이 던지는 메시지가 돌격형, 추진형"이라는 것이다.
서양호 실장 역시 "새누리당에 박근혜 대통령을 견제할 만한 세력이 없다"는 점을 들어 "강하다"라고 표현했다. 이어 서 실장은 "정치적 기반은 강한 것 같은데, 언론이나 국민에게는 점점 궁지로 몰리는 것 같다"며 취임식 날 쏟아진 비판 기사를 예로 들었다.
그러나 이철희 소장은 이들과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 소장은 "상당 부분 공감이 간다"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의외로 약하다'는 생각을 한다"며 이쑤시개로 허점 두 가지를 골라냈다.
그는 먼저, 취임 직전 발표된 지지율을 언급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직전인 22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4%에 불과했다.(1월 마지막 주 56% → 2월 첫 주 52% → 둘째 주 48%로 일주일에 4%씩 하락) 이 소장은 56.1%의 표를 모아준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의 상당수가 이탈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권력 자원 중 가장 중요한 대중적 지지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이 소장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시작된 보수 진영의 '복지 반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보수 또는 시장보수가 '안보 대 복지' 구도를 만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공약을 뒤집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들을 제압하는 방식으로 '나는 무조건 약속을 지킨다'라는 것만으로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보수의 저항을 극복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이철희 소장은 박근혜가 40%에서 50% 지지율에 갇힐 경우 결국 기댈 곳은 보수 진영이라며 "(그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선 기간에 내세웠던 복지 정책과 경제민주화 같은 공약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07년 대선에서 530만 표(정동영 후보와 24.6%p 차)로 승리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음 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을 마주하면서 "중도를 포기하고 보수로 갔다"는 점을 상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치 환경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미숙한 것 같다. 지금 대통령이 운신의 폭을 넓히는 쪽으로 가지 않고 좁히는 쪽으로 (가고 있다). 본인은 굉장히 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일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통치기반 자체가 넓어지는 게 아니라 좁아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박정희'? 아니고요~ '박근혜'입니다! 임경구 :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도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말이 어색하다. 과거 1대 '박통'이 자꾸 떠올라서 적어도 그 시절로만 돌아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제 마지노선이다. 이철희 : 그 얘기 들으니, 앞으로 '박통'이라는 말을 쓰겠네? 김윤철 : 우리는 '박'하면 '정희'라고 (말이) 따라서 나가잖아요? 어느 방송에서 '박'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정희'라고 나가는 거예요. 이건 시대적 상처이다. 5년 정부 출범에 즈음해서 비판, 말로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연구자들도 학자들도 그렇고, 사회 세력화 얘기도 했는데…. 박정희, 또 박정희라고 하네.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느냐 아니냐, 성공했으면 좋겠다 아니다'가 아니라, 그게 누구의 정부든 그 정부를 성공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사회적 힘을 구체적으로 만들 과제가 뭘까를 고민하고 있다. 옛날 용어로 '진지'라고 표현했는데, 향후 5년 동안 싸우기 위한 '진지'가 아니라 정부를 성공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사회적 힘-진지'를 만들 고민을 해봐야겠다. 이철희 : 마지막 발언은 박사님다운 말이었다. 오늘 유일하게…. 서양호 : MB 못한다고 우리가 많이 비판했는데, 국익에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기보다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지지보다는 설득, 동원보다 참여, 통치보다 정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정치를 박 대통령이 할 수 있도록 야당도 민생과 복지 정책을 견인해야 할 것 같다. |
* 보다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절대 강자 박근혜, 정말 셀까?"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http://pressian.iblug.com/index.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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