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선진당'에 '아파지신 정당' 되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전날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제시한 공약실천특위에 대해 "민주당이 먼저 선점한 경제민주화와 복지 문제를 박근혜 당선인이 찾아갔(가져갔)"지만, 그래도 "우리 국민 전체의 삶은 달라지고 대한민국은 좋아지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런 의미에서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어 "실제 선제적으로 우리도 하고 싶었던 것이고 박 당선인도 하자는 것이니까 (민주당이) 먼저 제안하고 (실행)하자, 도와주겠다"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뉴시스 |
그러나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의 견해는 달랐다. 이 소장은 "시비를 걸려고 하는 말"이라며 까칠하게 밀어붙였다.
"'민생에는 여야가 없다'라는 논리로 설명하는 것은 말은 근사해 보이지만, (야당으로서) 스스로 자기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 같다. 저쪽이 공약이든 뭐든 내 건 이상 '실천해라, 그것이 온당하다' 이렇게 압박해 들어가는 게 맞는 것 아닌가."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역시 "'같은 정책이 있었기 때문에 협력한다'라는 말은 별로 의미가 없다"며 공약실천특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 교수는 "복지 문제와 경제민주화는 합의 쟁점"이라며 "내용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합의해야지만 문제가 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당 간) 합의가 안 되면 강행을 하지 않았다"며 복지체제 건설에만 80년이 걸린 스웨덴을 예로 들었다.
이어 이철희 소장은 '야당(野黨)'의 뜻부터 바로잡았다. 야당은 '제도적으로 반대를 보장받는 정당'으로 '오포지션 파티(Opposition Party)'라는 것. 이 소장은 정당이 취해야 하는 '반대'의 의미도 다시 확인했다. 그는 "'반대'라는 것은 단순히 여당이 뭘 하면 '난 반대이다'라고 하는 게 아니다. 거기서 '반대'라는 것은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고, 이 대안과 저 대안이 부딪히면서 서로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용진 대변인 또한 물러서지 않았다. 박 대변인은 "공약실천위원회의 역할 중 하나가 민주당의 대선 공약을 정리하는 것, 그리고 박근혜 당선인 내놓은 것을(공약을) 정리하자는 것"이라며 "(여야 간 논의) 테이블을 형성하자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철희 : '테이블이라는 게 뭐냐'라는 말이다. 국회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장이 '테이블' 아닌가? 박용진 : 그렇죠. 이철희 : 그런데 테이블을 또 만들어? 김윤철 : 국가지도자연석회의, 이런 거 한다고 하던데 그런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 이철희 : 헌법적 질서 내에 그런 제도적 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되는 것이지, 그것을 왜 무력화시키고 자꾸 엉뚱한 기구를 만들려고 하는 것인가. 서양호 : 잘하려고 하는 건데…. 박용진 : 그것도 할게요. 이것도 하고. 이철희 : 민주당 별명이 뭔지 알아요? '선진당'이야. 김윤철 : '선거에서 진 당'. 아까 (야당은) '오포지션 파티(Opposition Party)'라고 했지만, 대선에서 져서 (야당은) '아파지신 파티'예요.(일동 웃음) |
"박근혜, 이동흡 인선…MB에게 당했다?"
▲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철희의 이쑤시개> 녹음 중이던 지난 23일 밤 11시, 일선에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연락이 두절됐다고 한다"며 "(임명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보수 진영과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부적격' 인사라는 쓴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야기는 '박근혜 당선자가 정부 첫 인사로 흠이 많은 이동흡 후보자를 왜 지명했을까'로 흘렀다. 여기에서 한두 가지,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이 제기됐다.
먼저, 이철희 소장은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번갈아가면서 하는데", 바로 여기에 노림수 하나가 작동했다는 것이다. 이동흡 후보자 인사청문회 위원장은 민주당, 다음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새누리당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총리 인선을 원하는 대로 진행하기 위해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권을 빨리 행사했다는 것이다. "(헌재소장 인선이) 전혀 급한 일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다음으로, 박근혜 당선인이 지명한 후보자가 당초 세 명이었다는 설이다. 이중 한 명인 이동흡 후보자를 박 당선인이 낙점했다는 것. 이 소장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라고 강조하면서도 "박 당선인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당했다"라고 표현했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나머지 두 사람은 평소에 박근혜 당선인이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사실 한 명으로 올린 것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이동흡 후보자는 2006년에 새누리당 추천으로 헌법재판소 재판관(2006년 9월부터 2012년 9월까지)을 했다. 또 TK(대구·경북) 출신이고 하니까 명분은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쉽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덧붙여, <채널A>는 23일 "이동흡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 후보군 세 명 중 2순위였다"며 1순위는 이 후보자와 같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퇴임한 목영준 전 재판관이라고 보도했다. 방송은 박근혜 당선인이 2순위 후보자를 헌재소장으로 지명한 이유에 대해 '목 전 재판관과 박지만 씨의 친분이 오해를 살까 우려해서'라고 전했다. 지난해 9월 9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이동흡, 목영준, 김종대, 민형기 전 재판관이 퇴임하면서 이중 세 명이 차기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군에 올랐다.
한편, 박용진 대변인은 정부 고위공직자 인사에 대한 야당의 고충을 토로했다. 민주당이 2010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한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를 낙마시키고 난 뒤 거론된 한상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면서 "두 번 연속 낙마시키는 대참사를 만들기에는… (부담이 컸다)"며 "그다음엔 사람이 좀 모지리가 와도 야당으로서는 통과시켜줘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검찰총장직을 거친 인사는 모두 세 명이다. 2007년 11월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임채진 검찰총장은 이명박 대통령으로 정권이 이양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과 관련된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했다. 그러나 수사 도중이었던 2009년 6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사퇴했다.
다음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김준규 검찰총장은 한화그룹과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등을 지휘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국회에서 번복되자 2011년 7월 사표를 제출했다.
세 번째는 한상대 검찰총장으로 파이시티와 저축은행 비리 수사, SK그룹 비자금 사건 등을 수사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 출신의 한 검찰총장은 검찰 수뇌부 내분에 책임을 지고, 지난해 12월 사퇴했다. 김준규 검찰총장과 한상대 검찰총장 사이에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가 있었다. 2009년 7월 천 내정자는 개인 스폰서와 위장전입 의혹 등의 문제로 인사청문회 도중 자진 사퇴했다.
'택시법', 그리고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
이명박 대통령이 거부한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 일명 '택시법'에 대해 여론은 대체로 우호적이다. 그러나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22일 '택시법' 재의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후보 당선 이후, 국회의원 222명이 법안에 찬성해 사실상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며 "거부권 행사는 사회적 합의를 깨고 갈등을 촉발시킬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철희 소장은 "어떻게 MB가 한 일에 대해 박수 치게 만드느냐"며 답답해했다. 이 소장은 민주당이 '택시법을 재의결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윤철 교수는 "(정부 측이 마련한) '택시발전지원특별법'은 '택시법'에 비해 합리적"이라며 "잘하면 박수도 쳐줘야 한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녹음 내내 박 대변인 편을 들었던 서양호 소장마저 "'회초리 투어'하며 큰절할 게 아니라, 이런 것부터 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용진 대변인은 "여당과 합의해서 갔는데 이렇게 되면 여당 책임"이라며 꼬리를 살짝 내렸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가 발표된 17일, 박용진 대변인은 "감사원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고 논평했다. 박 대변인은 또 감사 결과가 이날 오후 6시 30분에 발표된 것에 대해 "보도가 축소되고 국민이 가능하면 이 사실을 알지 않기를 바라기나 한 것인가"라며 "정치적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바로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시설물 품질 및 수질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17일 감사위원회에서 확정했다"며 "확정 당일 감사 결과를 최대한 신속하게 공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앞서 9일 감사원의 4대강 사업 2차 감사 결과를 보도하며 양건 감사원장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관련 보도가 나간 후 "감사원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감사 결과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박용진 : 감사원이 일종의 조선시대 암행어사 아닙니까. 그런데 암행어사가 밖에서 눈치 보며 서성이다가 변학도 생일잔치 다 끝나고, 춘향이는 곤장 맞아 초주검이 돼서 광에 다시 갇혔는데, 설거지하는 부엌에 뛰어들어서 "암행어사, 출두야"라고 떠들어봐야 뭐하냐고. 서양호 : (<이쑤시개>에서) 이렇게 좀 하라고. <민주뉴스> 같은 식으로 하지 말고. 너무 좋아! 박용진 : 이따위 감사를 하는 감사원, 이따위 짓을 하는 암행어사 감사원을 누가 좋아해요. 이철희 : 옛날에 '이따위 짓 하는' 암행어사 많았어요. 김윤철 : (암행어사가) 박문수만 있었던 게 아니에요. 우리가 왜 박문수 전기를 읽고 그러겠어요~ 박용진 :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한마디로 얘기하면, '총체적 부실'이고 '범죄'로까지 해석될 수 있는 일이다. 여기서 조금만 뒤지면 뭐가 나올지 모른다. 그런데 이런 감사 결과를 세상에 공표하지 않고 넘어가 버렸을 때, 박근혜 정부에 와서 (발표)했을 때 전 정권에 대한 탄압 비슷하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이것을 임기 말에 이것을 절묘하게 딱 펴줘서 사실상 박근혜 당선인 앞에 '설날용 종합선물세트'가 도착한 겁니다. 뭘 뜯어도 다 자기가 먹을 수 있는 거에요. (감사원이) 이명박 정부-구(舊) 정권 세력에 대한 확실한 통제, 확실한 줄을 하나 쥔 것이라고 본다. 감사원으로서는 최고의 줄을 섰다고 본다. 정치적으로는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
▲ <이철희의 이쑤시개> 출연진, 왼쪽부터 박용진 대변인-김윤철 교수-이철희 소장-서양호 실장 ⓒ김대현 |
* 보다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시즌2 "박근혜, 이동흡 인선...MB에게 당했다!"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http://pressian.iblug.com/index.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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