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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어린 왕자' 아닌 '조르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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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어린 왕자' 아닌 '조르바'를 기대한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8> 안철수 귀국 후 숙제는…

11일, 그가 돌아온다. 18대 대선이 치러진 지난해 12월 19일, 홀연히 미국으로 떠난 뒤 두 달여 만이다.

두 차례의 후보직 양보와 이어진 미국행. 정치권 진입 1년여 만에 '대선 주자급 정치인'으로 몸값이 높아진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11일 귀국할 예정이다. 오는 4월 24일 열릴 재보궐선거는 그의 정치 복귀 첫 무대가 된다.

한때 대한민국 정치판을 뒤흔들었던 그가 이제는 '힐링의 대명사'가 아닌, 진정한 '정치인 안철수'로 돌아올 수 있을까?

노원병 출마가 '안철수의 길'?

예상보다 빠른 복귀에, 송호창 의원(무소속)이 '대독'한 출마 선언만으로 정국은 요동쳤다. 긴장감이 큰 쪽은 대선에서 승리한 새누리당보다는 대선 이후 열패감에 사로잡힌 민주통합당 쪽이다. 당장 안 전 교수가 출마를 선언한 서울 노원병에 후보를 내야 할지, 독자 완주를 해야 할지 아니면 단일화를 해야 할지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진보정의당은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안기부 X파일' 폭로로 노원병 지역구를 잃은 노회찬 전 의원은 안 전 교수를 향해 "식구들 먹을 것을 빼앗는 가난한 집 가장"이라고 질타했다. '가난한 집'을 자처한 민주통합당이나 진보정의당이나, 안 전 교수를 향해 "부산 영도에 출마해 김무성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겨루라"는 요구가 높다.

▲ 한때 대한민국 정치판을 뒤흔들었던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 그는 이제 '힐링의 대명사'가 아닌 진정한 '정치인 안철수'로 돌아올 수 있을까? ⓒ프레시안(최형락)

왜 하필 노원병일까? 지난 7일 늦은 오후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녹음 현장에선 이 질문이 가장 먼저 나왔다.

안철수 전 교수의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이날 <이쑤시개>에 특별 출연해 "일부에선 애플과 삼성의 대결 같은 '빅 매치'를 보고 싶어 하는데, 안 전 교수는 시장에서 잘 팔릴 아이템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포장마차에 천막도 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지금이 과연 빅 매치를 하겠다고 나서야 할 단계냐"라는 반문이다.

이밖에도 김 교수는 "안철수 전 교수가 말하는 '새 정치'는 여야 정당만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변화해야 할 변곡점을 뛰어넘는 것이기도 하다"며 "노원병 출마에는 안기부 X파일로 상징되는 '부패의 카르텔'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의미도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진보정의당의 비판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노회찬 전 의원이 안기부 X파일을 폭로하면서 보여준 정신을 노 전 의원의 부인이 계승한다고 하는데, 비유하자면 기업을 꼭 아들이 이어받아 2세, 3세 경영을 해야 하나. 그 정신을 더 잘 실현할 전문 경영인이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쑤시개> 패널 서양호 실장은 더 나아가 노회찬 전 의원의 부인 김지선 씨가 노원병에 출마키로 한 것을 두고 "진보정의당의 대응이 너무 후지다"라고 일갈했다. "무슨 봉건당도 아니고, 노 전 의원이 못 나간다고 부인이 나가느냐"는 것인데, 김 씨의 출마가 진보정의당의 '지역구 사유화'라는 지적이다.

반면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안철수가 '노무현의 길'을 보여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안철수의 길'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안철수 전 교수가 부산 영도에 출마를 안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노원병에 나가는 게 과연 '안철수의 길'이냐"고 반문했다. 과거 16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 지역구를 버리고 부산 출마라는 '불모지'를 택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가 어떤 정치적 메시지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어린 왕자'가 아닌 '조르바'가 돼라"

<이쑤시개> 진행자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현재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을 볼 때 안철수 전 교수가 출마할 호조건이 만들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평했다.

이 소장은 "이런 상황에서 민주통합당이 후보를 내기 어렵고, 진보정의당이나 통합진보당의 변수는 안철수 전 교수 본인이 관리하고 정치적으로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야권 재편을 둘러싼 민주통합당과 안 전 교수 간의 팽팽한 긴장 관계를 두고서도 "누구도 60년 전통의 민주통합당을 폄하할 자격이 없다. 중앙당의 구태는 분명히 비판하고 혁신해야 하지만, 60년 동안 민주통합당을 중심으로 민주화를 이룬 기층 지지층 역시 민주통합당이다. 그들의 자존심에 상처가 되어선 안 되며, 거기에 바로 안 전 교수의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귀국하는 안 전 교수를 향한 주문도 이어졌다. 서양호 실장은 "이제 '개인 안철수'가 아니라 야권의 리더로서 사람 냄새 나는 리더의 역할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윤철 교수는 "안 전 교수가 아직까지는 새 정치의 대명사인데 고유명사는 아니다"라며 "그 존재 자체를 '새 정치'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제 안철수의 길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민전 교수는 "혁신과 융합이야말로 이제 안철수 전 교수가 풀어야 할 숙제"라며 "지난 대선에서도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했는데, 안 전 교수뿐만 아니라 야권 전체를 위해서도 이 숙제를 푸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철희 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에 빗댄 '창조정치'를 주문했다. 그는 "야권 지지자들에게 선택과 옵션을 여러 개 주는 것은 좋지만, 불편한 선택을 강요해선 안 된다"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잘 달래서 가는 것도 지도자의 역할이고, 안철수에게 필요한 것은 일종의 '창조정치'"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더 나아가 "'어린 왕자' 안철수가 아니라 <그리스인 조르바>의 조르바와 같은 안철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제된 '힐링의 대명사' 안철수가 아니라, 이제는 안정감과 창조성, 야성이 공존하는 '정치인 안철수'를 기대한다는 얘기다.

▲ 지난 7일 <이철희의 이쑤시개> 녹음을 위해 모인 출연진들. (왼쪽부터) 서양호 실장, 김민전 교수, 이철희 소장, 김윤철 교수. ⓒ김대현


* 더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안철수, '어린 왕자' 아닌 '조르바'를 기대한다"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http://pressian.iblug.com/index.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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