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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글리츠 "FRB의 경제위기 대응, 음주운전식 좌충우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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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글리츠 "FRB의 경제위기 대응, 음주운전식 좌충우돌"

[해외시각]"불평등에서 초래된 총수요 부족 해소가 근본적 해법"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미국의 경제위기에 대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대응을 '음주운전'에 비유하면서 "경제회복을 추진한다면서 좌충우돌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미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펼치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그 첨병으로 전락한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등을 강력히 비판해온 경제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 스티글리츠 교수. ⓒ로이터=뉴시스

그는 8일 영국의 진보성향 일간지 <가디언>에 게재된 'Drink-driving on the US's road to recovery'라는 칼럼(원문보기)에서 현재 미국 등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는 근본적으로 '글로벌 불균형'에서 초래된 총수요 부족"이라고 진단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시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면서 "총수요 진작을 위한 불균형 해소 정책, 해외원조 확대, 달러나 유로 등 특정 국가의 통화가 아닌 국제통화를 통한 글로벌 총수요 확대 등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이다. <편집자>


미국의 경기침체가 길고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로 인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제 합의가 이뤄졌다.

과도한 유동성과 느슨한 규제로 문제를 야기시키는데 일조한 FRB가 수습에 나서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 공급이 그 수단이다. 하지만 이 수단은 기껏해야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았을 뿐이다. 이제 경기하강 추세가 완연해지면서 사태는 더 악화될 것이다.

"유동성 공급 확대는 미봉책"

어떤 면에서 FRB는 도로를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갑자기 깨닫고 이리 저리 운전대를 돌리는 음주운전자와 비슷하다. 유동성 부족에 대한 대응을 더 많은 유동성 공급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가 회복되고 은행이 대출을 시작하면, 과잉 유동성을 충격없이 제거할 수 있을까?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게 될까? 또는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으로, FRB가 과잉 유동성을 해소하기 위해 서둘러 나서다가 경기회복의 싹을 잘라버리는 우를 범할까?

지금까지 보아온 서투른 솜씨로 볼 때,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서 당국의 대처에 대해 그리 신뢰가 가지 않는다. FRB가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글로벌 경제가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충분한 인식이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런 인식이 없이는 현재 글로벌 경기침체가 견조한 성장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은 오랜 기간 동안 세계 경제가 성장을 계속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미국의 과도한 소비는 종종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이것이 아니었다면 글로벌 총수요는 부족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개발도상국들이 감사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미국에 문제가 생기면 글로벌 총수요가 부족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개발도상국들이 과소비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으나, 혹독한 대가를 치르면서 이제는 보수적인 재정과 통화정책이 일반화됐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막대한 달러를 외환보유고에 쌓아두고 있다. 게다가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불평등이 커져가고 있다. 불평등은 이미 잘 사는 사람들이 돈을 더 많이 가지게 되고, 이들이 쓰려고 해도 다 쓰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고유가로 인해 산유국들로 돈이 많이 빠져나갔다. 현재 유가가 많이 하락했지만, 경제회복세가 완연해지면 다시 치솟을 수 있다.

과도한 차입, 리스크 테이킹이 발생한 근본 이유

그동안 사람들은 유동성 공급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케인즈가 우려한 총수요 부족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수익을 찾다보니까 과도한 차입과 위험을 무릅쓴 투자행위가 만연한 것이 오늘날 위기의 원인이 된 것이다.

미국 정부는 미국 소비자들이 저축을 늘리면서 줄어드는 총수요를 메우려 들 것이다. 하지만 제로 수준의 저축률이 GDP의 4~5%로 늘어난다면, 게다가 투자, 수출, 지방정부 지출 등의 감소까지 고려할 때 수요위축은 사상 최대의 정부 지출 계획으로도 충분히 상쇄되지 못할 것이다.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이른바 '글로벌 불균형'에 따른 결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불균형을 초래한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별 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일시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수요가 부족한 진짜 이유는 수요를 하려는 사람들이 돈이 없기 때문이다.

"국제통화체제가 필요하다"

따라서 악화되고 있는 불평등 추세를 되돌릴 필요가 있다. 진보적인 조세정책은 경제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선진국들이 GDP의 0.7%까지 해외원조 규모를 늘려 세계의 최빈국들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두번째, 지구온난화에 대처할 의지가 있다면, 전세계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유통체계와 생활양식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세번째, 글로벌 통화체제가 필요하다. 세계 최빈국들이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에 저금리로 돈을 대출해주고 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이런 체제는 불안정하다.

달러 기축통화 체제는 약화되고 있지만 달러/유로 또는 달러/유로/엔의 복수 기축통화체제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체체는 더욱 불안정하다.

국제통화인 방코르(Bancor:케인즈가 주창한 것으로, 금을 기준으로 한 일정한 가치에 고정된다)나 IMF의 특별인출권(SDR) 같은 국제통화를 통해 글로벌 총수요를 확대하고, 개발진흥, 지구온난화 문제 등에 대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올해의 경제상황은 개선되기 힘들 것이다. 문제는 궁극적으로 견조한 경기회복을 이끌어낼 가능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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