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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토 암살사태, 부시의 대테러전쟁 완전 실패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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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토 암살사태, 부시의 대테러전쟁 완전 실패 상징"

[분석]무샤라프에게는 정치적 사망선고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암살 사태로 파키스탄이 내년 1월8일로 예정된 '민주화 총선'은 물건너가고 내전에 휘말릴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부토 전 총리를 파키스탄의 차기 실권자로 세우려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대안을 갖고 있는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의 중동 전문가 후안 콜 등은 부토의 암살 사태는 부시의 대테러 전쟁의 완전한 실패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관련 기사:"파키스탄 테러, 부시에게 악몽의 시나리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0월 친미인사로 영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던 부토를 암살 위험을 무릅쓰고 파키스탄에 귀국을 허용했다. 그 이유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테러 전쟁의 파트너인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권력 기반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었다.
▲ 암살된 부토 전 총리 지지자들이 불을 지르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부토의 목숨은 시한부"

무샤라프는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보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 정도였다. 대테러 전쟁에서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알카에다 지도자보다 인기가 없는 장수가 이 전쟁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국민의 인기가 높은 부토 전 총리를 내년 총선에서 실세 총리로 등장시켜 '무샤라프-부토'의 권력 분점 정부를 구성해 파키스탄의 정국을 안정시키겠다는 게 부시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부토는 바로 그 배경 때문에 '미국의 앞잡이'라는 비난에 직면하며 정치적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또한 알카에다와 탈레반과 연계된 파키스탄의 이슬람 반군 세력들은 공공연히 '부토의 처형'을 공언했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부토는 8년만에 망명생활을 접고 귀국을 강행했으나, 귀국 당일인 지난 10월 19일 차량폭탄테러를 당했다. 140여 명이 사망한 이 테러사건에서 부토는 간신히 살아남았으나 이때부터 많은 보안전문가들은 "부토의 목숨은 시한부"라고 경고했다.

부토를 제거하려는 세력은 이슬람 반군뿐 아니라 '파키스탄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불리는 파키스탄 군부의 정보기관인 ISI가 이들과 내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부토가 암살된 후 알카에다 측에서 "우리의 소행"이라고 주장해도 여전히 ISI가 개입돼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이날 부토의 유세가 있었던 라왈핀디는 군사령부가 있는 군사도시로 무샤라프가 군 참모총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신변안전을 위해 계속 머물고 있을 만큼 파키스탄에서 치안이 어느 곳보다 철저한 곳이다.

자살폭탄테러범이 삼엄한 경비 뚫고 경찰복 입고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날 자살테러범은 경찰의 삼엄한 경비에도 불구하고 경찰복장을 한 채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부토 전 총리 가까이 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슬람 반군세력과 내통하는 ISI 내부 인사들의 개입이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무샤라프 또한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부토 전 총리 지지자들은 무샤라프를 '살인자'로 부르며, 최종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누가 부토 전 총리 암살의 주모자였는가보다 이제 부토의 빈자리를 메울 미국의 대안이 있느냐는 것이다. 후안 콜은 "부시는 아무런 대안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무샤라프는 이미 부토 전 총리의 죽음에 직접 개입을 했느냐 여부에 관계없이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샤리프 전 총리 "총선 거부, 무샤라프 즉각 퇴진" 촉구

부토 전 총리와 함께 야권의 가장 강력한 지도자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무샤라프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는 있을 수 없다"면서 총선 거부에 모든 정치권이 동참할 것과 무샤라프의 즉시 퇴진을 촉구했다. 또한 샤리프는 당장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이자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이미 부토 전 총리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모인 수천명의 군중들은 부토의 고향이 있는 카라치 등 파키스탄 주요 도시의 관공서를 습격하고 경찰을 향해 총격을 가해 수십명의 경찰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파키스탄 정계에서 부토의 유력한 후계자로 부토가 망명한 기간 동안 파키스탄인민당(PPP)의 부총재로 당을 이끌어온 아민 파힘과 아이트자즈 아산 의원을 꼽았다. 하지만 이들이 정국을 안정시킬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조건은 총선이 예정대로 치러진다는 조건이 붙는다.

PPP가 부토의 후계자를 선출하고 예정대로 총선이 치러지면, 파키스탄의 정국은 일단 안정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부토 암살 사태로 분출하고 있는 소요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이슬람 반군 세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한 국경 부근에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근거지가 있는 곳인데, 이곳의 이슬람 반군 세력이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세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후안 콜은 "그런 상황은 용납할 수 없는 정책 실패가 될 것이며, 이라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그는 부시 대통령이 무샤라프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해임한 초우더리 대법원장 등 비상사태 이전의 대법원을 복권시키고 예정대로 총선을 치를 것을 무샤라프에게 요구할 것을 권고했다.

민주주의를 주창하는 미국이 비상사태를 선포해 판사들을 멋대로 해임하는 군사독재정권을 지지하는 모습을 계속 보이면 파키스탄 국민들이 반미세력을 더욱 지지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후안 콜은 "무샤라프는 국민 대다수가 자기를 지지하지 않아도 군부가 끝까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기대하겠지만, 이란 혁명으로 무너진 샤 왕조가 기대했던 '절망적인 희망'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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