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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 폭탄테러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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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 폭탄테러로 사망

내달 8일 총선 앞둔 정국 격랑 속으로

베나지르 부토 파키스탄 전 총리(54)가 27일 오후 과격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자살폭탄 공격으로 사망했다.

파키스탄 총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적인 인기를 받고 있는 주요 야당 지도자가 사망함으로써 파키스탄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의 대테러 전쟁을 지지해온 파키스탄의 유력 정치지도자인 부토가 사망함에 따라 전국적인 소요사태가 예상되는 등 다음달 8일 총선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 불투명한 극도의 정국 혼란이 우려된다.
▲ 부토 전 총리가 사고 직전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방탄차량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총격 후 자살폭탄 터뜨려

파키스탄 인민당(PPP) 총재인 부토 전 총리는 이날 라왈핀디에서 수 천 명의 군중들에게 총선에서의 지지를 촉구하는 유세를 가진 직후 자살 폭탄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내무부 대변인이 밝혔다.

자베드 이크발 내무부 대변인은 부토 전 총리가 라왈핀디에서 선거유세 직후 자살폭탄 공격을 받았으며, 파편을 맞아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PPP 치안보좌관인 레흐만 말리크는 부토 여사가 라왈핀디의 한 공원에서의 유세를 마치고 자동차에 올라 간선도로로 이동하던 중 두 발의 총격을 받았으며, 총격을 가한 테러범이 자동차 가까이에서 곧바로 자살폭탄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이크발 내무부 대변인은 그의 시신에서 총탄에 맞은 상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 테러범이 총격을 가해 차를 멈추게 한 후 폭탄을 터뜨린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직후 부토 전 총리는 라왈핀디 종합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사망했다. 병원 현장에 있던 PPP 관계자는 부토 여사가 "오후 6시 16분(한국시간 오후 10시 16분) 숨졌다"고 말했으며 부토의 대변인인 바버 아완 상원의원도 "의사들이 부토 여사의 순교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부토 외에 16명이 사망한 자살테러 현장은 시신이 곳곳에 흩어지고 유혈이 낭자한 참혹한 모습이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알자지라>는 사고 현장에서 최소 20명 구의 시신이 운송됐다고 보도했다.
▲ 부토 전 총리가 사고 직전 선거 유세 후 연단을 내려오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누구의 소행인가?

이날 공격은 부토를 미국의 앞잡이로 여기고 있는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의 소행인 것으로 추정되되고 있다. 부토는 집권하면 미군을 끌어들여서라도 알카에다 등 파키스탄 내 테러조직을 소탕하겠다고 다짐해 현지 무장세력들의 표적이 돼왔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부토를 반대하는 정치세력이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 가까운 세력에 의한 공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파키스탄 전문가인 M. J. 코헬은 이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과 알카에다 외에도 다른 많은 가능성이 있다"며 "부토와 불편한 관계에 있던 군부나 정보기관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의혹을 받고 있는 정보기관은 그간 정치인 암살에서부터 해외 무장세력 지원까지 파키스탄 주요 사건에 다수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 정보부(ISI)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무샤라프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사고 직후 긴급 내각회의를 소집한 뒤 TV 연설을 통해 테러공격을 비난했다.

무샤라프는 "부토와 다른 무고한 국민들을 사망케 한 테러 공격을 강력 규탄한다"며 "이는 우리가 싸워오고 있는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의 단결과 지지가 필요하다"며 "우리는 그 테러리스트들이 사라지고 뿌리가 뽑힐 때까지 가만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성명에서 3일간의 추모기간을 두겠다고 발표했지만 총선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처형당한 곳에서 사망

그러나 부토의 정적이자 또 다른 야당 지도자로 무샤라프 대통령과 맞서고 있는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무샤라프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무샤라프가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며 "무샤라프가 있는 한 자유로운 총선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1990년대 부토와 함께 번갈아 두 번씩 총리를 지낸 샤리프는 1999년 무샤라프가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하자 실각한 뒤 해외에 망명해 있다가 지난달 25일 귀국했다.

PPP의 고위 당직자인 파르자나 라자는 테러범을 직접 지목하지 않은 채 "이것은 파키스탄의 붕괴를 원하는 세력의 소행"이라면서도 "그들은 부토 가족을 파탄시켰다"고 말해 군부의 소행일 가능성을 암시했다.

부토의 아버지이자 파키스탄의 초대 민선 총리였던 줄피카르 알리 부토도 1979년 쿠데타로 실각한 뒤 라왈핀디에서 처형당한 바 있다. 이 도시는 파키스탄 군부의 핵심 근거지이다.

병원으로 몰려든 부토 지지자들도 무샤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일부 군중은 울음을 터뜨리며 병원 정문 유리창을 부수거나 자동차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부토 지지자들은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잇따른 테러 경고에도 불구하고 무샤라프 대통령이 부토 여사에 대한 경호를 소홀히 했다며 "살인자 무샤라프"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분노를 터뜨렸다.

페샤와르 등지에서는 부토 암살 소식에 분노한 군중들이 격렬한 시위에 나섰으며, 파키스탄의 최대 도시이자 부토의 고향과 가까이에 있는 남부 카라치에서는 수 천 명의 주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대도시에서는 상인들이 문을 닫는 등 불안에 휩싸였다.

부토는 지난 10월 18일 귀국하는 길에서도 카라치에서 폭탄테러를 당했으나 가까스로 화를 면했다. 당시 사망자는 150여명이었다.
▲ 지난 10월 18일 8년만에 귀국한 부토의 모습 ⓒ로이터=뉴시스

국가비상사태 다시 선포될 수도

미국은 군부를 배경으로 무력통치를 해온 무샤라프 대통령과 민간 출신으로 대중적 지지가 높은 부토 전 총리가 협력함으로써 알카에다 같은 과격세력을 막는 게 핵무기를 보유한 파키스탄의 안정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안으로 보고 부토를 지지해왔다.

그러나 부토는 무샤라프 대통령이 11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자 이를 강력히 비난했으며, 샤리프 전 총리와의 연대를 모색하며 1월 총선을 공정히 치러야 한다고 현 정부에 촉구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사고 후 성명에서 "미국은 파키스탄의 민주주의를 흔들려 하는 극단주의자들의 비겁한 행동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 부토의 사망 이후 자살공격이 파키스탄 전역으로 퍼지고 아프가니스탄 국경지대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저항세력이 이어진다면 선거를 치르는 게 불가능해 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런던 채텀하우스의 파르자나 샤이크는 "무샤라프가 사태를 관리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이달 15일 해제된) 비상사태를 다시 선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1988~1996년 사이에 두 차례 파키스탄 총리를 역임한 부토 여사는 10월 18일 8년간의 해외 망명을 마치고 귀국해 내년 총선에서의 정치적 재기를 노려왔으나 두 달 여 만에 암살당하는 비운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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