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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비상사태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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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비상사태 선포

미국 "민주주의 후퇴시키는 조치" 즉각 비난 성명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3일(현시시간) 파키스탄 국영TV를 통해 비상사태 선포에 이어 임시헌법 명령을 발동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무샤라프의 대선후보 자격에 관한 헌법소원을 심리 중이던 파키스탄 대법원을 포함한 모든 헌법기관의 기능이 중단됐다.

파키스탄 대법원에는 장갑차 등으로 무장한 군 병력과 경찰이 배치됐고, 이프티카르 초우더리 대법원장 등 모든 대법관과 고등법원 판사들이 가택연금됐다. 또 주요 도시의 TV와 라디오 방송국에도 방송송출이 중단되고 전국의 전화망도 전면 두절됐다.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모든 비정부기구(NGO)들도 활동 중단 통보를 받았다. 다만 내각과 상·하원, 지방의회의 활동은 유지된다.

대통령 자격에 대한 대법원 판결 앞두고 초강수 선택

이번 비상사태 선포의 배경과 관련해, 영국의 <BBC> 방송은 "파키스탄 정부는 대법원이 무샤라프의 대통령 자격에 대해 불리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었다"고 전했다.
▲ 3일 비상사태를 선포한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 ⓒ로이터=뉴시스

지난 1999년 무혈 쿠데타로 집권한 뒤 군 참모총장과 대통령을 겸임해온 무샤라프는 지난달 6일 의회에서 선출되는 대선에서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유효투표 수의 97%로 압승했으나, 군 참모총장직을 유지한 채 대선에 출마한 후보의 자격을 둘러싼 법정공방으로 인해 당선을 확정짓지 못했다.

파키스탄 대법원의 최종판결은 오는 5일 또는 6일로 예정되어 있었으며, 무샤라프 대통령 측은 대선 결과를 뒤집는 판결이 나올 경우 계엄령을 선포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혀 왔다.

이때문에 무샤라프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한 법원과 야권은 전면 투쟁을 선포하고 강력 반발했다. 파키스탄 대법원은 이번 비상사태 선포가 헌법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전면 중단 명령을 내렸다. 대법관연합회 의장으로 야당 지도자로 가택연급된 아이트자즈 아산은 "이제 무샤라프를 축출할 때"라면서 "그는 우리를 30일간 가택연금 했지만, 무샤라프가 30일 이내에 쫓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무샤라프의 정적으로 망명 중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측 대변인은 "패배한 독재자의 무모한 행동"이라며 "대법원이 재선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라고 비난했다.

부토 "내년 1월 총선 1-2년 연기하려는 의도"

또 무샤라프와의 '권력 분점' 파트너로 지난 달 귀국했다가 최근 가족을 만나기 위해 두바이로 일시 출국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는 비상사태 소식을 듣고 급거 귀국길에 올랐다. 부토 전 총리는 "이번 조치는 내년 1월로 예정된 총선을 최소한 1년 내지 2년 연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테러전쟁의 파트너로 지원을 받았던 무샤라프에 대해 미국마저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미국은 즉각 공식성명을 통해 무샤라프의 비상사태 선포는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비난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든 존드로 대변인은 "무샤라프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조치는 매우 실망스런 일"이라면서 "무샤라프 대통령은 내년 1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기 전에 육군 참모총장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파키스탄의 비상사태 선포는 민주주의의 갑작스런 후퇴로 아주 곤혹스런 일"이라며, "무샤라프 대통령은 당초 약속대로 내년 1월 자유 선거를 실시할 것을 미국은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터키를 방문 중인 콘돌리아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비상사태 선포가 자유, 공명선거를 실시하기 위한 것이길 바란다"며 내년 1월 예정대로 자유 선거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영국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비상사태 선포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파키스탄은 현재 안팎으로 극심한 정정 불안과 치안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7월 '랄 마스지드(붉은사원)' 무력진압 사태 이후 평화협정 파기를 선언한 파키스탄-아프간 국경지대 무장단체들과 정부군과 치열한 교전을 치르고 있으며, 지난달 18일 8년 만에 망명생활에서 귀국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를 노린 폭탄테러가 발생해 140여명이 사망한 바 있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무샤라프 대통령 집무실 근처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7명이 목숨을 잃는 등 내년 초 총선을 앞두고 파키스탄에서는 정정불안이 계속돼 왔다.

이번 비상사태 선포로 내년 1월 총선이 예정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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