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의 새로운 분담 방식(Formula)을 놓고 한국과 미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2009년 이후 한국 측 방위비분담금도 주한미군 기지이전 사업에 사용(전용)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2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2007-2008년 방위비분담금협정을 통과시키면서 다음과 같은 부대의견을 달았다
"방위비분담협정과 연합토지관리계획협정(LPP협정)은 별개의 협정임에도 불구하고 분담금 예산이 미군기지이전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바, 정부는 향후 미측과 협의하여 개선방안을 강구할 것"
하지만 국회의 이런 의견이 지켜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전무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몇 가지 근거를 보자.
첫째, 그간 한미간 방위비분담협정에서 법률적 제한조항을 둔 적이 없다는 점이다. 2007-2008년 방위비분담금협정(제7차 협정)은 물론 1-6차 협정에서 분담금이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 자체가 없다.
둘째, 방위비분담금을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미 행정부의 주요 보고서나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의 발언 등을 통해 일관되게 합법화되고 있다. 2003년 7월 미국 의회 회계감사원(GAO) 보고서는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and Partnership Plan, LPP)을 통해 한국이 제공하는 방위비 분담금의 50%까지 (기지 이전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2005년 3월 리언 러포트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 하원세출위원회에서 '주한미군의 기지이전비용 80억 달러 가운데 미국 부담은 6%'라고 했다. 현 주한미군사령관인 벨 사령관 역시 지난 1월 기자회견 때 방위비 분담금의 50%를 2사단 이전비로 쓰겠다고 했다.
이런 증거들에 비추어보면 문제는 한국 쪽에 있었던 셈이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기지이전을 원하는 쪽이 이전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용산기지 이전은 한국 측이, 경기 북부에 있던 미2사단 기지이전은 서로 희망했던 쪽이 이전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설명해 왔다.(그렇게 되면 미 2사단은 각각 절반 정도씩 부담한다고 설명해 왔다.)
물론 필자의 일관된 입장은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용산기지 이전에도 미국의 필요성이 존재한다는 점, 분담금의 전용을 한국 측이 양해했거나 이면계약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미측 인사들의 일관된 발언은 정부의 거짓말을 확인시켜주는 자료임에 틀림없다. 정부는 이미 용산과 미2사단 이전협상 당시 전용을 '사실상' 허가해 준 것이다.
셋째, 이를 확인해주는 근거가 또 있다. 용산과 미2사단 이전협상 미측 대표를 지내고 지난 7월 6일 부차관직을 퇴임한 미 국방부 리처드 롤리스 아태담당 부차관의 2007년 8월 <신동아> 인터뷰 중 일부를 보자.
기자: 한국이 내놓은 수천억의 방위비 분담금을 주한미군이 부대 운영에 사용하지 않은 채 금융기관에 예치해 이자소득을 거뒀다는 논란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롤리스 차관보 : 한국민들이 '우리가 낸 돈을 주한미군이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하려면 세심한 답변이 필요할 것 같다. 이런 논란은 벨 장군을 포함한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래서 우리는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한국 정부에 전달했는데, 이에 대해 한국 측에선 이의가 없었다.
미국은 9.11 이후 세계전략변화에 따라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lobal Posture Review, GPR)을 진행해왔고, 그 일환인 YRP/LPP 비용으로 2002년부터 방위비분담금 8000억 원을 축적해 왔다. 지난 5월 8일 국방부는 브리핑을 통해 "방위비분담금은 구(舊)기지에 쓰든, 신기지에 쓰든 전투 긴요시설 및 병역 필수 시설에 합목적으로 쓰는 한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역시나 우리 정부도 2002-2006년 분담금의 '전용'에 대한 합법성을 인정해 준 것이다. 미국을 탓할 수가 없는 셈이다.
넷째, 한국정부는 이번에 통과된 7차 방위비분담금의 미군기지이전비용으로의 '사용' 또한 용인했다. 6월 2일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과 만나 "2007-2008년 방위비분담금을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사용하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며 "앞으로 외교채널을 통한 새로운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 나가자."고 했다. 국회 통외통위의 부대의견에 대한 고민은 어디에도 없다.
다음은 지난 2월 22일 2007-2008년 방위비분담금협정에 대한 국회 속기록 중 일부이다.
최재천 위원 : 더 말하고 싶지도 않아요. (중략) 이제 와서 방위비분담금을 기지건설비로 쓰건 어디에 쓰건 우리는 전혀 관여할 수 없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지 않나요? 어떻습니까?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 (중략) 그래서 사실은 미국하고 방위비분담 협상체결을 새로 하자, 이렇게 해서는 안 되고 우리가 기본적인 요인을 고려하고 거기에 변수만 투입하면 전체적인 액수의 레인지가 나올 수 있도록 그러한 협상을 하자고 미국에 제안을 해 놓았습니다. 그래서 미국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 이렇게 되어 있고, 지금 얘기하신 LPP 이런 문제도 바로 그런 차원에서 앞으로 우리가 방위비분담을 지원하는 그런 취지에 맞게 집행이 되고 또 그 결과가 투명하게 알려지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랬던 정부가 이제 와서 방위비분담금의 새로운 분담 방식을 협의하는 데 난항이 있다고 관계자의 입을 통해 정보를 흘린다. 불과 며칠 전에는 복수의 소식통의 입을 통해 '2009년도 이후에도 여전히 한국 측 방위비분담금도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에 사용하겠다'는 미국 측의 입장을 흘린다.
우리 정부는 새로운 분담방식에 대한 협의를 금년 중으로 마치고 이후 방위비분담금에 대해 협상을 하기로 했다. 한데 2007년이 다 지나가는 지금까지도 방위비의 새로운 분담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 결국 국회의 의견은 무시되고,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는 대신 변명을 위한 포석만 착착 진행된다.
지난 3월 국회 통외통위 법안심사소위에서의 필자의 의견이다.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장기적인 정책방향 없이 방위비분담 등 각론사항을 즉흥적으로 처리하는 정부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미군의 신속기동군화 등 전략적 유연성이 방위비분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LPP협정에 의해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 2사단 이전비용을 방위비분담금으로 충당하는 것은 문제이며, 아울러 LPP협정 당시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던 정부 당국자가 이제 와서 분담금은 미국 예산이므로 용도에 대해서 관여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명백한 책임회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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