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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사령관, 자기나라 사람들 앞에선 아무 소리나 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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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사령관, 자기나라 사람들 앞에선 아무 소리나 해도 되나?

<기자의 눈> 돈타령 앞서 탈세부터 해명해야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 수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집요하고 노골적인 '돈타령'이다. 방위비분담금을 뜯어내겠다는 조폭적 발언과 무기 거간꾼의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2007~08년 방위비분담 협상이 끝난 지 5개월밖에 안 됐는데 벌써부터 2009년 이후 분담률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보니 주도면밀하기도 하다.

한국의 국방개혁을 우려한다며 내정간섭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한국의 방위비분담액을 늘려야 한다고 생떼를 썼던 게 엊그제(3월 7일 미 하원 군사위)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방위비분담금을 늘려주지 않으면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발언을 선보였다.

24일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 이번에도 제 나라에서다. "미2사단 평택이전 비용의 50% 가량이 방위비분담금에서 집행될 것"이라는 문제의 발언도 1월 18일 서울 외신기자클럽 강연에서 나왔고, '미군기지 이전이 지연되면 싸울 것'이란 말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했던 걸 보면 눈앞에 미국 사람들이 앉아 있을 때만 저런 말이 나오나 보다.

한국 안보에 대한 눈물겨운 염려?

24일 서면발언을 통해 내놓은 그의 의견 중에서 중요한 몇 가지는 이렇다.

벨 사령관은 방위비분담에 대해 지난해 한국의 분담률이 38%였고 올해는 41%라며 50대 50 부담원칙에는 여전히 이르지 못했다는 '후렴구'를 먼저 노래했다.

그리고 "한국이 더 공평한 부담을 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 계획 재검토를 포함해 미국 정부에 정부회계상의 조치를 건의하도록 강요받을 수도 있다"는 초강수의 발언을 내뱉었다.

벨 사령관은 이어 한국은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패트리엇 미사일인 PAC-3를 구매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또 "최근 법이 통과돼 주한미군의 잉여탄약 및 군장비를 한국에 판매하거나 양도할 수 있게 됐다"면서 "탄약과 장비를 판매할 경우 미군의 전시비축 부담을 줄이고 한국이 자주국방 능력을 달성하는 것을 고무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형 다연장로켓시스템(MLRS), 정밀유도폭탄, 공대지 및 공대공 미사일 등 최신예무기를 주한미군에 우선 배치해 달라고 의회에 건의하는 한편 주한미군사령부와 미 육군은 한반도에 전개될 중무장전투여단이 사용할 무기와 장비를 현재 78%에서 오는 2007년 6월까지 100% 구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미군의 병기·탄약을 사야 한다는 말은 그가 무기브로커가 아닌지를 의심케 하며, 최신예 무기를 주한미군에 우선 배치해야 한다는 말은 한반도를 '화약고'에서 '신형무기고'로 바꿀 셈이냐는 촌평 정도로 넘어가자. 방위비분담금을 안 늘리면 미군 재배치를 재검토하겠다는 '중대발언'에 대해 짚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동맹은 그런 거였나?

우선 적반하장이다. 주한미군은 왜 평택으로 내려가는가. 전략적 유연성 때문이다. 쫓겨 가는 게 아니라 자기들이 필요해서 제 발로 가는 것이다. 위험한 휴전선 부근에 빡빡하게 있으며 북한의 남침만을 막는 붙박이군이 아니라 보다 좋은 환경에서 보다 넓은 시야로 동북아 신속기동군이 되기 위해서다.

미군 재배치(GPR)라는 거시 전략이, 한국이 돈을 좀 '덜 준다'고 여반장으로 바꿀 수 있는 가벼운 것이었던가. 한국과 맺은 기지이전협정도 방위비분담금이 '적으면' 언제든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그런 것이었나. 눈물 속에 고향을 등진 대추리 주민들은 미군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이리저리 옮겨다 놓을 수 있는 '장기판의 졸'이 아니다.

벨 사령관이 방위비분담과 미군기지 재배치를 이처럼 무리하게 연계하는 이유는 뭘까. 방위비분담금을 기지 이전에 쓰겠다는 방침 때문이다. "미2사단 평택이전 비용의 50% 가량이 방위비분담금에서 집행될 것"이라는 1월 18일 발언이 미국의 진짜 입장임을 다시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이게 두 번째 문제다.

시민단체들이 수없이 지적했듯 방위비분담금을 기지 이전에 쓰는 건 협정 위반이다. 용산기지이전협정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 개정협정에 따르면 기지 이전 비용은 미국이 부담키로 규정됐다. 한국의 예산인 방위비분담금을 미국의 필요에 따라 추진하는 미2사단 이전에 쓰는 것은 '이전을 요구한 측에서 비용을 분담한다'는 원칙에도 어긋난다. ( ☞관련기사 : "국회 파행이 '차라리 다행'이었을 어떤 안건" )

방위비분담금을 기지 이전에 쓸 경우 한국의 부담액은 공식 발표액인 5조5000억 원을 넘어 총 이전 비용 10조 중 9조5000억 원까지 늘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벨 사령관의 초강경 발언은 그런 추정이 추정으로만 그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셋째, 미국이 그토록 강조하는 '동맹정신'의 문제다. 2003년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문제로 미국과 협상하던 때를 언급하는 게 가장 상징적일 것 같다. 당시 미국을 찾은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은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한국이 이라크에 파병을 할 테니 북한 핵문제에서 협력하자고. 그러자 파월은 일그러진 얼굴로 저 '거룩한' 동맹정신을 설파했다. "동맹은 그런 게 아니다."

동맹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관계라는 것이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것이다. '일체화'에 가깝다는 미일동맹에 있어서도 주일미군 재배치, 분담금 등의 협상에서 수없이 계산기를 두들겨 대고 밀고 당기기를 반복한다. 그렇지만 그건 협상 테이블에서나 그렇게 하는 것이다. 동맹군의 수장이, 공개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돈타령을 하고 저러지는 않는다. 동맹정신에 흠집을 내는 자 누구인가.

벨 사령관이 국세청에 고발당한 까닭은?

벨 사령관은 미군기지 이전이 지연되면 "싸울 것(I will fight this)"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군인에게 싸움이란 무엇인가. 너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사생결단의 논리다. 그렇게 비장한 각오라면 미국 사람들 앞에서만 그러지 말고 한국인들 앞에서 당당히 싸우길 바란다.

방위비분담금으로 문제제기를 해 왔던 시민단체 대표들, 돈 문제로 기지이전을 재검토하겠다는 말에 속이 뒤집어질 대추리 주민들과 심야토론이건 100분토론이건 공개적으로 나와 싸우는 게 군인다운 모습 아닌가.

외교부, 국방부 등 우리 정부의 대미 협상 파트도 나설 때가 됐다. '당신이 원하는 걸 다 들어줄 테니 제발 그만 좀 하라'고 이면합의라도 해서 벨 사령관의 입부터 틀어막아야겠다. 한국인들의 자존심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유린하는 주한미군사령관의 모습은 부당하기에 앞서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때 한나라당도 좀 거들어 주는 역발상이 필요할 것 같다. 이러다가는 대선 앞두고 또 반미열풍 불라.

벨 사령관은 방위비나 기지 이전을 논하기에 앞서 한국 여성에 대한 성추행 혐의로 조사받은 후 집에 돌아가다가 여경을 성폭행을 하려고 했던 엽기적인 성 도착증 환자들을 주한미군으로 데려오지 않는 일부터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을 위해 쓰라고 준 방위비분담금 중 7000억 원을 몰래 축적하고, 이자수익을 본국으로 살뜰하게 송금까지 했던 사실에 대한 해명부터 해야 한다. 의회에 자극적인 의견을 내 놓은 직후 벨 사령관은 한국의 시민단체에 의해 탈세 혐의로 국세청에 고발당했다. ( ☞관련기사 : 주한미군에 준 방위비분담금이 이라크전 비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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