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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보도 직전에 '최후통첩'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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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보도 직전에 '최후통첩' 받았다"

한학수 PD 증언…'권력 외압설' 다시 부각

'황우석 사태'와 관련한 문화방송(MBC) <PD수첩>팀의 취재 파일이 최근 책으로 출판되면서, 2005년 12월 당시 황우석 씨의 논문 조작 의혹과 관련된 방송을 막기 위해 권력 차원의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공개됐다.

이같은 의혹은 2005년 연말을 전후한 시점에도 제기됐었으나 그 실체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당시 <PD수첩>팀의 당사자가 구체적인 정황과 함께 '압력설'을 제기함에 따라 새롭게 쟁점화될 전망이다.

MBC의 한학수 PD는 황우석 사태의 취재 파일을 정리한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사회평론사 펴냄)에서 2005년 12월 3일 노무현 정부의 한 전직 장관이 찾아와 압력을 행사한 사실을 공개했다.

"참여정부 전직 장관, '줄기세포 진위 방송 하지 말라' 압력"
▲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한학수 지음, 사회평론 펴냄, 2006) ⓒ프레시안

한학수 PD는 이 책에서 "줄기세포 진위에 관한 방송을 준비하고 있던 12월 3일 밤, 최승호 팀장은 참여정부 전직 장관 모 씨를 만났다"며 "그는 '자신이 청와대 대리인의 자격은 아니라'고 운을 떼면서도 줄기세포가 없다고 해도 방송을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한 PD는 이를 두고 '최후통첩'이라고 표현했다.

한 PD는 "그는 황 박사는 어려운 상황에서 가정을 일으켜 세우는 아버지 같은 존재인데, 설사 아버지의 잘못이 다소 있더라도 <PD수첩>의 방송 내용을 받아들이겠느냐"며 "국민이 겪을 혼란을 이유로 들었다"고 덧붙였다.

한 PD는 이어 "(최 팀장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그는 취재 윤리 문제가 그냥 넘어가지겠느냐고 본론을 꺼냈다"고 말했다. 이날은 12월 4일 YTN이 한학수 PD 등의 취재 윤리 문제를 보도하기 바로 전날이었다.

한 PD는 "최 팀장이 '취재 과정에서 표현상 과한 점은 있었지만 본질과는 관계없고 법적으로도 문제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답하자, 그는 '그 정도 수준이 아닌 것 같던데…'라며 방송을 강행할 때 취재 윤리 문제로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것을 암시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 끝에 한 PD는 "모 씨의 인품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듣고 있었기 때문에, 이 발언을 전해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진보입네 개혁입네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박정희 패러다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을 때, 그가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등 권력 차원의 개입 있었나?

한학수 PD의 증언은 우선 <PD수첩> 방송 과정에서 권력 차원의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그간의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PD수첩>팀을 찾아 온 인사가 현직 장관도 아니고 "청와대의 대리인 자격은 아니다"고 전제했다 하더라도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가 청와대 또는 권력층과 연이 닿는 인사임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 PD가 '문제의 전직 장관의 신분을 밝히라'는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해야 해당 인사가 과연 권력과의 교감 하에 <PD수첩>팀을 찾아온 것인지 아닌지를 따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의 인사가 아직 방송되지도 않은 내용을 사전에 알고 방송 담당자와 접촉했다는 부분은 또 다른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최승호 팀장을 찾아 왔을 때, 그는 이미 <PD수첩>이 '줄기세포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해당 내용을 방송하기 위해 준비중이라는 사실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

이는 청와대 등이 국가정보원을 통해서든, MBC 경영진을 통해서든 <PD수첩>의 취재 및 제작 내용을 파악한 것은 물론 주변 인물까지 그 내용을 공유했음을 보여준다. 청와대 등이 관련 내용을 파악한 방식에 따라 '언론에 대한 사전 검열' 의혹이 제기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도 내용의 사전 유출에 따른 MBC 내부의 책임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세 번째, 4일 오후 3시에 방송될 YTN의 취재 윤리 보도 내용을 문제의 인사가 3일에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이것은 YTN의 이른바 '청부 취재'가 안규리 교수 등 황우석 박사팀뿐만 아니라 청와대 등 권력층과도 연루됐을 가능성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권력의 압력'과 '권-언 커넥션'의 의혹들이 새롭게, 그것도 훨씬 구체적인 정황 속에 제기됨에 따라 황우석 사태가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풍파를 일으킬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시 청와대와 노무현 대통령은 황우석 씨를 비호하고 사태를 키워 온 사실에 대해 전혀 사과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당시 청와대 측이 사과하지 않은 것은 물론 '압력'을 통해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해당 부분 전문

이렇게 제작진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을 때, 모 씨로부터 최후통첩을 받았다. 이날 밤, 최승호 팀장은 참여정부의 전직 장관 모 씨를 만났다. 물론 모 씨는 공식적으로는 '자신이 청와대 대리인의 자격은 아니라'고 운을 떼었다. 모 씨는 <PD수첩>이 왜 줄기세포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는지에 대해 캐묻고 난 뒤 본론으로 들어갔다. 설사 줄기세포가 없다고 해도 방송을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모 씨는 그 이유로 국민들이 겪을 혼란을 들었다. 그는 심지어 황 교수에 대해 '아버지'라는 표현까지 썼다. 많은 국민들에게는 황 교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가정을 일으켜 세우는 아버지 같은 존재인데, 설사 아버지의 잘못이 다소 있더라도 <PD수첩>의 방송 내용을 받아들이겠느냐는 것이었다. 따라서 <PD수첩> 방송은 혼란만 초래할 뿐 대한민국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논지였다.

최 팀장이 '방송을 보고 나면 결국은 국민들이 이해할 것'이라고 계속 주장하자 그는 드디어 본론을 꺼냈다. 취재윤리 문제가 그냥 넘어가지겠느냐는 것이었다. 최승호 팀장은 '취재 과정에서 표현상으로 과한 점은 있었지만 본질과는 관계없고 법적으로도 문제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답변했다. 모 씨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그 정도 수준이 아닌 것 같던데…'라며, 방송을 강행할 때 취재 윤리 문제로 인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리라는 것을 암시했다. 12월 4일 YTN 사태가 나기 전날 밤에, 우리가 받은 최후통첩이었던 것이다.

나는 모 씨의 인품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듣고 있었기 때문에, 이 발언을 전해 듣고 충격을 받았다. 진보입네 개혁입네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박정희 패러다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을 때, 그가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지 보여 주고 있었다. 최승호 팀장은 방송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하고 정중히 돌아섰다. 우리는 다음 날 어떤 극악한 암수(暗數)가 기다리고 있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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