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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복지부, 황우석 문제 최초제보자에 '보복'하려 해"

양삼승 前위원장 제안…"黃사태, 연구윤리 확립 계기 삼아야"

보건복지부가 11월 말 황우석 교수와 관련된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최초 제보자에 대한 모종의 조치를 논의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런 내용은 양삼승 전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복지부 최초 제보자에게 보복하려고 했다"**

23일 시민과학센터가 주최한 '연구 진실성(Research Integrity), 그 쟁점과 대책'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김병수 생명공학감시연대 정책위원은 "지난해 11월 26일 보건복지부 담당자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보낸 회의 자료 중에는 최초 제보자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며 "이는 보건복지부가 공익 제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보복 조치를 하려 했던 정황"이라고 폭로했다.

〈프레시안〉이 관련 자료를 확인한 결과 보건복지부의 담당 사무관은 11월 26일 오후 6시 41분 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들에게 "양삼승 위원장이 이전에 보내드렸던 회의 자료에 추가한 사항이 있어서 송부한다. 추가된 부분은 파란색으로 표시했다"며 이 자료를 송부했다.

해당 파일을 열어보면 파란색 글씨로 ①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 최초 제보자에 대한 조치 ②난자 부족 해결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런 정황은 은밀하게 황우석 교수와 연결돼 있었던 양삼승 전 위원장이 황 교수의 요청을 받은 뒤 보건복지부와 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이용해 최초 제보자에 대해 제재를 하려 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양 전 위원장은 11월 24일 난자 문제와 관련한 황 교수의 대국민 사과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 1월 위원장 직을 전격 사퇴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역시 토론자로 참석한 보건복지부 김헌주 생명윤리팀장은 "그런 내용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다만 보건복지부 차원에서는 최초 제보자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시도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를 통해 배포된 해당 안건은 별도로 논의는 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 상업화 등으로 연구 부정행위 증가 추세…법·제도 마련해야**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연구 진실성'과 관련된 여러 가지 쟁점들이 심도 깊게 논의됐다.

김명진 성공회대 강사(과학기술사)는 "과학 연구에 엄청난 국민 세금을 투자하고 있는 현실에서 연구 부정행위의 증가 추세는 많은 국가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덴마크, 독일, 미국 등 먼저 연구윤리 관련 법·제도를 도입한 나라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연구윤리가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성취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진 강사는 "외국의 경우에도 과학자들과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대형 부정행위 사건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연구윤리와 관련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섰다"며 "연구 부정행위가 극소수의 '정신 나간' 과학자들이나 저지르는 병리적 행동이 아니라 과학 활동의 환경 변화에 따라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최근에 과학계 내부의 경쟁이 심해지고 과학의 상업화가 가속화되면서 논문 발표에 대한 중압감과 이해 충돌(conflicts of interest)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런 경향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연구진실성관리국(ORI) 사례를 중심으로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규제 등을 검토한 김옥주 서울대 교수(의과대)도 "연구 부정행위는 국제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특히 연구비 배분 과정이 공정하지 않을 때 연구자들이 연구 부정행위를 해야만 하는 압박과 기회가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김옥주 교수는 "황우석 교수 관련 사건 역시 처음부터 연구비 지원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문제가 많았다"며 "연구비 지원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기에 관리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연구비를 지원하는 정부 부처가 연구자의 이해를 대변하며 연구 부정행위 조사를 회피하는 등 이해당사자로 활동했다"고 지적했다.

***국가 연구개발비의 투명 관리·집행이 최우선…해당기관부터 연구윤리 확립해야**

이런 지적과 김명진 강사는 "국가 연구개발비를 받은 연구기관과 연구자에 대해서 엄격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는 대학 등은 자체적으로 부정행위 고발을 접수하고 조사를 진행하는 공식 절차를 갖추도록 하고, 이를 갖추지 않는 기관에 대해서는 일정한 유예기간을 둔 후 국가 연구비 지원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도 높은 규제를 주문했다.

김명진 강사는 또 "서구에서는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규제를 넘어서 연구 수행 과정, 논문 발표, 실험실 생활, 생명윤리 등을 포괄하는 '책임있는 연구 수행(responsible conduct of research, RCR)' 또는 '훌륭한 연구 실천(good research practice, GRP)'을 지향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는 이런 흐름을 참고해 지침을 제정하고 젊은 연구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윤리 강좌를 필수로 지정해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옥주 교수도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가 과학 연구의 성과에만 치중하고 정당한 방법과 절차를 통해 연구 활동을 하는 문화적, 제도적 뿌리가 취약했음을 드러낸 계기가 됐다"며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연구윤리의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생명윤리심의위원회나 복지부 산하에 연구윤리국(가칭)을 둬 연구윤리 관련 규제·예방 활동을 담당하게 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가이드라인 제정·교육에 주력"…시민단체 "적절한 규제가 오히려 순기능"**

이런 발표자의 제안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한 과기부, 복지부, 교육인적자원부 담당자들은 기본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각각 강조점을 달리해 눈길을 끌었다.

과기부 조율래 평가정책과장은 "6월 말까지 연구윤리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배포할 예정"이라며 "이 가이드라인에는 연구자가 연구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기본 역할과 연구 정직성 확보를 위한 각 기관의 역할과 책임 등을 규정하게 될 것"이라며 "이 가이드라인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주요 내용을 법령에 별도로 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연구 진실성을 검증하는 기구를 상설화하는 방안은 과학기술계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야 할 일이고 이 문제는 생명공학 분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둔다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 두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연구윤리국의 상설화 제안에 대해 유보 의견과 함께 이견을 나타냈다.

교육부 노환진 학술진흥과장은 "해외의 연구윤리 관련 정책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 1차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고등학교 과학 교육 과정 또 대학의 정규 강좌에 연구윤리 관련 과목의 수강을 의무화하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나아가 2008년 병역특례 요원 설발 시험에서도 연구윤리 과련 과목을 출제 과목으로 선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김헌주 생명윤리팀장도 교육을 강조했다. 김 팀장은 "과기부의 가이드라인에 마련에 적극 협력하는 것과 함께 연구윤리 관련 교육이 강화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며 "특히 기존의 생명윤리심의위원회 활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내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병수 정책위원은 "적절한 규제가 병행되지 않으면 관련 정책이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며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서도 여러 가지 형태의 지침, 헌장 등이 마련돼 있었지만 정작 현장 과학자에게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한 데서도 규제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절한 규제는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 연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 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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