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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주민파워…보육조례 개정에 7천명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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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주민파워…보육조례 개정에 7천명 서명

주민들 "꿀꿀이죽 상처 딛고 이제 다시 시작한다"

일명 '꿀꿀이죽' 사건이 일어났던 서울 강북구의 주민들이 지난해 10월 15일 시작한 '보육조례 개정 청구 주민발의 운동'이 결실을 맺었다.

꿀꿀이죽 사건은 지난해 6월 초 서울 강북구 수유2동의 사립 어린이집인 고려어린이집이 먹다 남은 음식으로 '영양죽'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먹여 온 사실이 일부 보육교사들의 양심선언으로 폭로된 사건이다.

그 당시 강북구청 앞에서 "구청장이 직접 꿀꿀이죽을 먹어보라"며 눈물을 흘리던 학부모들이 16일 7250명의 보육조례 개정 청구 서명을 들고 구청 앞에 다시 섰다. 주민들의 분노가 반년 만에 '제도개선' 요구로 진화한 것이다.

강북구에서 주민발의 청구에 필요한 서명인원은 6900명이다. 이는 매해 연초에 지자체장이 지방자치법에 따라 공고하게 돼 있는 주민발의 요건 인구수에 따라 계산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강북구 주민들은 서명 시작 후 3개월만에 주민발의에 필요한 서명을 확보한 것이다.

발의안을 접수한 지자체에서는 7일간 서명자 이의신청 기간을 둔 뒤 2주 간의 명부대조 기간을 거친 후 구청장이 이 기간을 포함해 2개월 안에 발의안을 구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구청에서 조례안 심사에 소요되는 기간이 최소 3주에서 최대 2개월인 셈이다.

〈사진 1〉

학부모들은 "추운 겨울에도 7000여 명의 강북 주민들이 보육조례 개정 서명에 참가한 것은 열악한 보육환경 개선에 동감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강북구에서는 202개 전체 보육시설 중 국공립 어린이집이 22개뿐이고 나머지 89%의 사립 어린이집들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강북구청에 제출한 개정안에는 △모든 보육시설에 대한 연 2회 구청의 정기점검 실시 △동별 1개소 이상의 구립 보육시설 확충 △보육정보센터 설치 및 보육정책위원회 공개모집 △20인 이상 보육시설별 운영위원회 설치 의무화로 학부모 참여 보장 △보육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 △강북구 중장기 보육발전 종합계획 수립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학부모 염정아 씨는 "이번 주민발의 운동은 강북구 개청 이래 처음 이뤄진 것으로 뿌듯하고 자랑스럽지만 이번 청구안 제출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점"이라며 "주민들의 뜻이 주민들이 뽑은 구청장과 구의원들에 의해 묵살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발의안은 구청의 '명부대조'를 거쳐 구의회에 정식으로 제출된 뒤 상임위와 본회의를 차례로 통과해야만 비로소 조례로 성립돼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강북구청 가정복지과 관계자는 "명부대조를 통해 유효 서명수 확보가 확인되면 특별히 구의회 제출을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의회는 이달 말께 운영위를 열어 올해 의사일정을 정할 예정이다. 의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2월 초쯤 열리는 첫 의회를 시작으로 두 달에 한 번씩 일주일 동안 구의회가 열린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오는 18일 보육조례 개정법안과 함께 서명자료를 강북구청에 정식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사진 2〉

***학부모대책위 최수정 씨 "여기서 안심할 수 없다"**〈박스기사〉

'꿀꿀이죽' 사건이 터진 뒤로 줄곧 해당 어린이집의 구립 어린이집화, 양심선언을 한 교사들의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해 온 학부모대책위의 최수정 씨와 만났다.

-주로 어디서 어떻게 서명을 받았나?

"학교나 병원, 유치원 앞에서 엄마들 중심으로 서명을 받았다. 같은 엄마 입장에서 호소력 있게 설명할 수 있고 그만큼 동의도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 지하철역에서 젊은 사람들을 상대로 그들도 앞으로 학부모가 될 수 있다는 점에 호소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반반이다. 내 아이는 이미 유치원을 졸업했으니 상관없다는 사람도 있었고,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다른 아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기꺼이 서명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많은 이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왜냐하면 꿀꿀이죽 사건 이후로 광주 등 다른 지역에서도 '급식 사고'가 많았고 그만큼 보육조례 개정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힘들었던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이번 조례 개정이 꿀꿀이죽 사건과 관련된 민형사 소송에 유리하려고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와 민주노동당에 대한 선입견이었다. 첫 번째는 이 개정안이 어떻게 주민 대다수의 보편적 이익을 위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설명해서 이해를 받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특정 당의 이익 추구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설명을 했지만 선입견은 무시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이 터졌던 사립 어린이집을 구청이 매입해 구립 어린이집으로 전환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오는 1월 31일자로 구립 어린이집이 개원할 예정이다. 그동안 임시 어린이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31명의 아이들이 우선순위로 승계되고 나머지 원아들은 지원을 통해서 뽑게 된다. 위탁업체는 인근 수유성당이 맡기로 했다."

-강북구의 개청 이래 첫 주민발의 운동이라고 하는데 소감이 어떤가?

"굉장히 뿌듯하지만 현재 양심선언을 했던 교사들의 고용 승계를 구청 측이 반대하는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도 있다. 구립 어린이집으로 됐다고 안심할 수 없다. 주민발의 운동으로 그칠 게 아니라 학부모 운영위원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서 투명운영이 이뤄지는지 볼 예정이다. 다른 구에서도 관심을 가지셔서 보육조례 개정 운동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하나씩 변하다 보면 큰 변화도 이뤄지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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