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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묘한 판정, 언론정책도 전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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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감사원의 묘한 판정, 언론정책도 전환하나

"공정위 잘못했으나 언론사 과징금 면제는 그대로"

감사원이 언론사에 대한 과징금 취소결정을 내린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잘못'을 밝혀냈으면서도, 언론사들에 대해선 과징금 취소를 그대로 인정하고 공정거래위 관계자들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는 석연치 않은 결정을 내렸다.

언론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이같은 감사원 결정이 노무현 정부의 대언론 정책이 바뀌는 신호가 아니냐는 의혹어린 눈길을 던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공정위 취소결정은 부적정하나 재취소와 징계는 안하기로"**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15개 언론사에 대한 1백82억원의 부당내부거래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한 결정에 대해 감사원은 21일 "공정위가 일부 언론사에 과징금 면제청원서를 먼저 제출하도록 유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취소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해당사건 실무부서의 책임과 권한을 부당하게 제약했다"는 조사결과를 밝혔다.

감사원은 그러나 "공정위의 취소처분(수익적 행정행위)을 다시 취소(침익적 행정행위)하기 위해서는 언론사의 시위행위 등 그 행정처분을 취소할 만한 사유가 있어야 하며 취소에 따른 국가 공신력 실추 등을 고려할 때 취소의 취소는 불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과징금 취소는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사원은 또 "당시 과징금 직권취소 방침을 사전에 결정하는 등 모든 주요한 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확인된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직무상 책임을 물어야 하나 이 위원장이 지난 3월 7일 퇴임해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관련 공무원에 대한 직권남용과 배임죄 여부를 검토했으나 과징금 취소 최종결정이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할 때 형사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

'잘못'은 분명 존재하나, '책임질 이'는 어디에도 없는 기묘한 판정이 나온 것이다.

***공정위 결정의 세가지 문제점**

"감사원의 언론사 과징금 취소에 대한 공정위 감사는 지난해 12월 30일 공정위가 언론사의 경영난 등을 감안해 2001년 실시한 언론사 부당내부거래 조사의 과징금을 전격 취소한 후, 시민사회단체 등의 비판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과징금 취소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단하에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함에 따라 이뤄졌다.

감사원은 이날 발표한 '공정거래위원회 감사결과'를 통해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앞으로 과징금 미납업체에 대하여 과징금 면제청원서를 제출하게 하는 등 비정상적인 업무처리를 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간부회의에서 사건 처리방향을 사전 결점하여 실무부서의 조사ㆍ검토 책임과 권한을 부당하게 제약하고 위원회의 심의ㆍ의결 기능을 저해할 소지가 발생되도록 하는 일이 없도록 하며 ▲행정행위의 직권취소(철회)를 검토하고자 할 때에는 그 사유가 충분하고 명확한 경우로 엄격히 제한하여 행정처분의 신뢰성을 유지하고 행정기관의 자의적 처분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주의요구하였다"고 경고내용을 소개했다.

감사원이 공정위의 언론사 과징금 취소결정에 대한 감사를 통해 지적한 문제점은 세가지이다.

첫번째, 공정위가 과징금 미납언론사에 대한 과징금면제의지를 갖고 과징금면제 청원서 제출을 유도해 정당하게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두번째, 공정위는 '공정거래위원회 회의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른 심사관과 조사공무원 등의 조사ㆍ검토도 거치지 않은 채 간부회의를 개최해 언론사의 공익성과 경영악화 등의 면제사유를 실무부서에 알려주어 심사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고 간부회의가 이를 심의ㆍ의결하는 방식을 취했다.

세번째, 이제까지 공정위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나 법원의 판결취지를 반영하기 위한 것 외에는 이의신청의 재결까지 끝난 처분을 스스로 직권취소(또는 직권변경)한 선례가 없음에도 공정위 간부회의에서 언론사별 경영분석 등 구체적인 자료도 없이 주로 구두로 논의하여 언론사에 대한 과징금 납부명령을 직권취소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의 언론사 과징금 취소사유는 인정할 수 없는 것"**

감사원은 특히 공정위가 심사보고서를 통해 과징금 취소사유로 밝힌 언론사의 특수성과 최근 언론사의 경영악화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언론사가 공익적 기능을 최우선적으로 중시하고 있어 안정적 경영이 필요하다는 '언론사의 특수성'에 대한 심사보고서 요지는 과징금 부과 당시와 비교하여 달라진 것이 없었고, 또한 언론사도 경영상황에 따라 새로 생겨나거나 폐간될 수 있으므로 과징금을 직권취소할만한 사정변경이나 중대한 공익상의 요구로 보기 어려운 데도 이를 직권취소사유로 했다는 것이다.

또 감사원은 '2001년도 신문사의 경영상황이 악화돼 부도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방송사는 형평성 차원에서 과징금을 취소했다'는 공정위 주장에 대해 "일부 언론사의 경우 흑자경영을 할 정도로 경영상황이 양호했거나 과징금 납부가 불가능할 정도로 자금사정이 어렵지 않았고 다른 언론사도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있었으므로 경영악화를 이유로 과징금을 취소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경영사정이 좋은 방송3사에 대해서는 '집행의 형평성'을 들었으나 이는 직권취소 사유로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과징금 취소경위에 대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전격취소 과정은 이남기 당시 위원장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6일부터 9일까지 조선 동아 한국일보사에 경영상의 어려움 등을 담은 청원서를 제출토록 해 같은 달 11-13일 과징금 면제 청원서를 제출받았다. 공정위는 같은 달 18일 전체 언론사(15개사)의 과징금을 면제하기로 내부 방침을 이미 결정했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말해 과징금 취소는 언론사와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간 '사전 협의'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언론정책도 바뀌는가**

이같은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은 해당언론사에 대해선 과징금 취소를 그대로 인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해서도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는 대단히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감사원은 이같은 결정에 대해 나름대로 이유를 밝혔으나, 이번 결정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은 싸늘하다.'잘못'은 분명 존재하나 '책임지는 이'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또하나의 좋지 못한 선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언론단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노무현정부의 정책방향이 개혁보다는 통합을 앞세우며 정신없이 바뀌고 있는데 이번 감사원 결정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게 아니냐"고 해석하며 "향후 노무현정부의 언론정책 추이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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