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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특별사면은 권력남용, 공정위 조치는 적법"?

<미디어비평> '언론사 과징금 취소'와 조중동

공정거래위원회의 언론사 과징금부과 취소결정 파문 이후 언론계에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신문 하나 보는 데 자전거와 TV까지 경품으로 줄 정도로 돈이 많은 메이저신문사 '조중동'은 벌금을 없애준 공정위 조치를 반기고 있는 데 반해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가난한 신문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등은 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부자신문들은 빚 없애주겠다니까 채권자인 공정위 입장을 두둔하고 나선 것이고 가난한 신문들은 왜 근거도 없이 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냐며 오히려 채권자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상식적으로는 부자들의 자세가 자연스럽다. 그런데 왜 가난한 자들이 이를 비판하고 난리일까.

<사진 공정위의 언론사 과징금 취소결정을 두둔하는 부자신문 조중동.>

지난 2001년 공정위의 언론사 부당내부거래 조사 당시 공정위와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 비판에 앞장섰던 조선일보를 보자. 조선일보는 2001년 4월 12일 '기자수첩: 갈팡질팡 공정위'에서 전날 열렸던 공정위 기자회견이 '신문고시가 필요한 이유'와 '이남기 위원장의 불법 임기초과에 대한 해명'을 위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이날 회견은 앞뒤가 맞지 않는 '공정위식 논리'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비판했었다.

***조선일보: "특별사면은 권력남용, 공정위 조치는 언론의 공익성 배려한 처사**

공정위의 언론사조사와 신문고시가 추진되던 당시 조선일보의 비판은 사생결단식이었다. 2001년 4월 12일 하루에만 1면과 3면, 5면에 걸쳐 "李공정위장 임기초과" '기자수첩' ''이남기위원장' 임기논란' 등으로 공정위와 이남기 위원장을 궁지로 몰아갔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공정위가 과징금을 면제해주겠다고 하자 조선일보는 31일 '언론사 과징금 182억 공정위, 전액 취소'란 기사에서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 결과 이윤창출을 목표로 하는 일반기업과 달리, 언론사는 사실상 비영리기업으로 공익을 우선하고 있어 과징금 등으로 경영이 악화될 경우 공익적 기능을 수행할 여지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돼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고 간단하게 보도했다.

이후 노무현 당선자의 공정위 결정배경에 대한 경위조사 지시와 인수위 질책 등의 기사는 조선일보에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1월 1일 '대통령직 인수위: '언론사 과징금 부과취소' 문제제기 않기로'란 기사를 통해 애초 공정위 결정을 문제삼았던 인수위가 더 이상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는 기사만이 눈에 띈다.

조선일보가 본격적으로 벌금 없애주겠다는 공정위 감싸기에 나선 것은 9일 인수위가 감사원에 공정위 과징금 취소결정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청하면서부터. 조선일보는 10일 4면에 '법원, 이미 집행정지 결정-공정위, 절차 문제 없었다'는 기사와 '盧, 또 인터넷 정치?'라는 두 꼭지의 기사를 통해 인수위의 감사원 감사청구 자격에 대한 논란과 공정위의 '법집행 형평성 감안 일괄취소'라는 입장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또 인수위의 감사 요청이 네티즌들의 요구 때문이라며 노 당선자의 인터넷정치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요컨대 공정위의 과징금 취소결정은 언론의 공익적 기능과 법집행의 형평성을 감안한 훌륭한 결정인데 왜 노 당선자와 인수위가 문제삼느냐는 것이며 그 배경에는 기껏해야 인터넷과 네티즌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가 그토록 미워하던 공정위가 갑자기 예뻐진 것이다. 공정위가 불편해진 언론과의 관계를 청산하려고 과징금 취소결정을 내렸다면 이미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지난달 30일 김대중 정부가 권력형비리 사범과 경제·시국사범에 대한 사면령을 발표하자 지난 3일 '사설: 사면권 남발 그냥 둘 수 없다'를 통해 "임기 내내 무원칙한 사면의 남발로 비판받아온 김대중 정부가 임기를 불과 두 달여 남겨놓은 지난 연말 또 한번의 '깜짝 사면'을 발표했다. 웬만한 법 위반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풍조를 정부가 앞장서서 조장해온 꼴"이라고 준엄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특히 이번 연말사면은 권력형 비리 개입이나 국가경제 위기 원인 제공자로 지목돼 아직 국민의 지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경제인·고위공직자들을 다수 포함함으로써 전형적인 '정권말 손털기'의 양태를 보이고 있다"며 "더욱이 그 중 몇몇은 사면을 며칠 앞두고 스스로 상급심 재판을 포기해 사면요건을 갖춤으로써 정부와 '물밑 흥정'을 주고받은 혐의마저 짙게 풍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정권말기 깜짝 과징금 취소결정'은 칭찬받을 행동이고 정권 말을 틈탄 사면조치는 정부의 법 위반 조장이라. 조선일보의 잣대가 참으로 유연하다.

***중앙·동아일보의 이중잣대도 마찬가지**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또한 매일반이다. 중앙일보는 10일 2면 '언론사 과징금 취소 특감-인수위, 감사원에 요청' 스트레이트 기사에 이어 8면 '네티즌 여론따라 特監하나'에서 "네티즌들의 요구를 국민의 요구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또 인수위가 일반 국민들을 대신해 감사를 청구할 수 있는지" 의문이며 공정위가 감사대상인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지난 3일 '분수대: 사면공화국'이란 칼럼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그동안 여섯차례의 특별사면.복권으로 국민 다섯명당 한명 꼴인 1천37만여명에게 '은사'를 베푼 데 이어 지난달 31일 또 사면을 실시했다"며 현 정부의 사면남발로 "법원과 검찰의 모양새가 말이 아니게 됐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를 보자. 동아일보는 10일자 신문에서 열독률이 높은 편인 2면(일반적으로 정치기사가 많다)에 3단짜리 큰 상자기사를 싣고 '공정위 "적법처리… 문제될 것 없다'는 큰 제목에 '인수위, '언론사 과징금 취소' 감사원에 특감 요청'이라는 소제목을 붙였다.

동아일보는 인수위의 감사원 특감 요청에 대해 "공정위측은 이날 각 언론사에 부과한 과징금 취소결정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만큼 취소결정을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취소결정은 공정위의 고유권한이라는 해명에 무게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또 공정위 결정은 과징금 부과에 대한 언론사들과의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인수위 특감요청 배경에 네티즌들이 있었다는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의 말을 인용했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의 임기말 특별사면에 대해 가장 선두에 서서 비판을 시작한 것은 다름아닌 동아일보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31일 사면결정이 발표된 직후 '명목없는 사면 '反부패' 공염불…12월31일이 기념일도 아닌데'라는 기사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임기 막바지에 또 다시 고위 공직자와 경제인 등에 대한 특별사면 및 복권을 단행하기로 해 '정권말 봐주기 사면'이라는 비난과 함께 법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2001년 공정위가 언론사 조사와 신문고시를 추진할 때 보여준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모습은 조선일보와 대동소이했다.

***한겨레·경향신문은 공정위 과징금 취소결정 신랄하게 비판**

반면 조중동의 반대편에서 공정위의 언론사 과징금 취소결정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신문들은 특이하게도 수년째 적자경영에 허덕이고 있는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이다.

<사진 공정위의 언론사 과징금 취소결정을 비판하는 가난한 신문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한겨레신문은 지난 1일 '인수위 "언론사 과징금 취소 유감"'과 '공정위 '언론사 과징금 취소' 파문 /"언론개혁 후퇴" 비난 확산'이란 두 꼭지의 기사부터 시작해 3일 '공정위의 어이없는 자기 부정', 6일 '언론사 과징금 일괄 취소/공정위, 내부규칙 어겼다', 등으로 공정위 결정을 크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9일 '공정위 언론사 과징금 취소 감사원특감 요청 지시'를 1면 머릿기사로 전한데 이어 10일자 신문에서도 1면에 '공정위 특감 내부 착수'라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실었다.

한겨레는 김대중 정부의 특별사면에 대해서는 지난 3일 '한나라, 사면 관련법 개정 추진 /"남용금지 위해 심사위 설치도 검토"'란 기사에서 "한나라당은 앞으로 판결 확정일 기준으로 형기의 3분의 1 이상이 경과되기 전에는 사면할 수 없도록 하거나,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관련 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특별사면에 대한 한겨레의 비판강도는 조중동에 비해 약했다.

경향신문을 보자. 경향신문은 지난 1일 ''정권말 선심행정' 논란'이란 기사를 통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청와대가 정권 이양을 앞두고 막판 선심 행정을 펴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0일 법무부가 발표한 122명에 대한 사면복권과 공정거래위의 언론사 부당내부거래 과징금 전격 취소결정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발표한 언론사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과징금 1백82억원 취소 결정은 '선심 행정의 극치'며 "언론사 세무조사 등으로 집권 내내 일부 언론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했던 현 정부가 막판 타협책의 일환으로 이들에 대한 과징금을 면제해 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또 7일 '언론사 이해따라 '두얼굴의 보도''란 기사에서 "현 정권의 잇단 임기말 '봐주기' 조치를 놓고 그 수혜자가 누구이냐에 따라 언론의 보도 행태가 춤을 추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며 "경제인과 고위 공직자 등 비리사건 연루자에 대한 사면에는 맹비난을 하면서도 자신들의 부당행위에 대한 특혜 조치에는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외면하는 이중적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공정위 조치가 원칙을 저버린, 정치적 고려에 의한 '선심'이라는 점에서 봐주기 사면과 궤를 같이하고 있지만 바로 언론사 자신들이 수혜자라는 점을 의식한 탓인지 보도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는 것이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지난 2001년 공정위의 언론사 조사와 신문고시 추진에 대해 언론개혁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찬성입장을 밝혔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일관성이다. 언론보도의 잣대가 공익적 기준을 토대로 일관되게 이뤄져야 함은 자명한 당위인 것이다. 똑같은 김대중 정부의 정권 말기 선심조치를 놓고 사면복권에 대해서는 '정부가 법 위반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공정위 조치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해명만을 강조하는 조중동의 보도자세는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지나친 아전인수로밖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빚을 탕감해준 채권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왜 가난한 신문들이 언론개혁이 우선이라며 빚은 탕감 안해줘도 좋다고 하는지 '조중동' 부자 신문들은 돌이켜봐야 한다. 언론의 공익성은 부자들의 사리사욕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매일 지면에 독자가 주인이라며 언론의 공익성 운운하는 신문들이 양 99마리 가진 부자가 1백마리 채우려는 심보를 본받아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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