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운동연합(이하 민언련)은 작년 12월3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15개 언론사에 부과한 불공정거래과징금 182억원 취소에 항의하는 1인시위를 6일부터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직무유기를 고발한다'**
첫 시위자로 나선 성유보 민언련 이사장은 동아일보 맞은 편 광화문 네거리에서 낮 12시부터 1시간에 걸쳐 '공정거래위원회의 직무유기를 고발한다'라고 쓴 피켓을 몸에 걸치고 공정위의 조치에 항의했다.
민언련은 이날 집회에 앞서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이번 취소 결정은"공정거래위원회의 지난해 과징금 부과행위가 잘못되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려는 정권말기의 타협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민언련은 과징금 취소결정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는 정권인수위원회의 결정에 대해서도 "인수위원회결정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노 당선자 측의 언론개혁 의지에 우려를 나타냈다.
성명은 또 "신문시장 정상화에 공정위가 나서는 것은 자본주의적 시장질서를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민언련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과징금 취소결정의 즉각 철회 ▲신문판매시장 정상화 ▲신문고시 개정 등을 요구했다.
성유보 이사장은 "이번 조치는 DJ정권이 물러가면서 언론에 선심을 쓰며 봐 달라고 하는 싸인을 보낸 권·언 유착의 표본"이라며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공정하게 '룰'을 지키는 것일 텐데 정부가 나서서 그 룰을 깨버린 것 이라고 말했다.
성 이사장은 또 "인수위 측이 '문제 삼지 않겠다'는 말을 하는 것은 월권이며 스스로의 개혁의지를 포기하는 발언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은 "조·중·동의 (경품)불공정거래를 못하도록 해결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판매시장의 정상화로 광고시장의 정상화가 뒤따르고 신문들도 독자를 상대로 공정성과 퀄리티로 부수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희 민주언론시민운동연합 사무총장 인터뷰**
프레시안 : 1인 시위에 나선 이유는?
최민희 총장 : 일단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가 더욱 심해졌기 때문이다. 동아·조선이 부수경쟁에 나서고 중앙이 가세했다. 자전거에 이어 비데, 김치냉장고까지 갈수록 경품도 심해지고 있다. 2백만-3백만 부의 본질을 외국에서 알까 부끄러울 지경이다. 얼마나 엉망이고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할 위기인지는 연세가 61살이신 (성유보) 이사장님이 이 추운데 서서 저렇게 항의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공정거래위 결정에 부당성을 지적한다면?
최 총장 : 공정거래위는 신문판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벌금을 부과했었다. 그리고는 자기의 결정을 부정하는 행위를 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자. 공정거래위원회 혼자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이 정권이 말기가 되고 다음정권에 자신들의 비리가 심판 받게 되니까 언론에 잘 부탁한다고 이런 짓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을 아직도 모르니까 그런 것 같다. 현 정권이 이런다고 하이에나 같은 언론이 자신들을 봐 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답답하다.
프레시안 : 성명에서 인수위에 대한 유감도 표명했는데 ?
최 총장 : 임채정 인수위원장이 무슨 자격으로 말을 했는지 궁금하다. '인수위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정도로 언급하면 될 것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까지 했다는데……. 맞지 않는 일이다. 공정거래위가 한 건 위법행위다. 앞으로 새 정권의 (언론)개혁에 뭘 기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노 당선자가 이번 일로 화를 냈다고 신문마다 보도해 주고 하는데 감정으로 화만 낸다고 될 일인가? 자세히 알고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야지.
프레시안 : 앞으로의 대응 방향은?
최 총장 : 우선 언론노조, 민언련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10일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와 공식면담을 하기로 약속했다. 또 21일부터 '언론개혁'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신문, 광고 문제는 물론 디지털언론 쪽도 다룰 것이다. 1인 시위도 계속할 것이고 집회도 예정하고 있다. 이번 결정의 불법성으로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을 고소하려고 변호사의 조언도 구하고 있는데 애매한 부분이 있어 계속 검토 중이다.
프레시안 : 언론개혁과 관련해 시민단체들이 너무 정부의 입장에 치우쳐 정치적 의도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반응에 대해서는?
최 총장 : 절대 아니다. 우리단체는 공식적인 성명이나 자료를 통해 순수한 언론개혁이 정치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문제를 계속 지적했다. 조선일보 이선민 기자도 기사에서 우리 단체가 유일하게 그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인정했다. 사실 언론과 권력이 싸워서 권력이 이기는 것만큼 큰 문제도 없다. 우리가 '홍위병' 논란이나 도덕적 위험까지 감수하고 고뇌 끝에 언론개혁을 지지한 것은 당시 언론권력이 누구도 손을 댈 수 없는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노 당선자도 마찬가지다. 어디서 무슨 칼을 언론에 휘두른다는 말인가? 그저 법조인 출신이니 법대로만 공정하게 개혁을 하라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프레시안 : 앞으로 언론개혁의 방향은 어떻게 돼야 한다고 보는가?
최민희 총장 : 먼저 조·중·동의 (경품)불공정거래를 못하도록 해결해야 한다. 다른 신문은 돈이 없어서 그런 거 하지도 못한다. 그렇게 되면 판매시장의 정상화로 광고시장의 정상화가 뒤 따라 공정성과 퀄리티로 부수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독자들도 거기에 따라 공정한 신문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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