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일 사의를 표명한 서동구 KBS 사장의 사표수리 여부와 관련해 서 사장의 사표를 즉각적으로 수리하지는 않을 예정이며 KBS 사장선임과 관련한 문제를 대화를 통해서 풀거나 공개적으로 처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회 국정연설이 끝난 후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KBS 사장) 임명과정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으나 서 사장의 사표 수리 여부는 좀 더 대화한 뒤 결정하겠다"며 "아직 서 사장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고 이런 상태로 노조와 이해당사자들과 직간접적으로 대화하겠다. 대화를 통해 문제가 풀리면 그대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서 사장의 사표를 당분간 수리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노조나 시민단체와의 직접 대화를 통해 KBS 사장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의지표명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2일 저녁 KBS노조, 언론노조 및 시민단체 대표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함께 하면서 이번 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은 특히 "서 사장은 언론인에게 존경받는 몇 사람중에 들어가는 사람이며 여러 차례 만나 얘기했지만 존경하고 신뢰할만한 분"이라고 호평하고 "언론사를 경영하는데 있어 그 분의 역량은 모두 인정할 것이며, 정부를 대변할 것이라거나 낙하산 인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방송이라도 공정하게 해서 (일부 신문의) 왜곡 편파보도를 좀 상쇄해주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소망이 있다"며 "대화로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임명 절차를 다시 반복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이번 일은 하도 민감한 언론문제여서 공개적인 인사검증, 추천을 거치지 않았고 그것이 화근이 됐으며 모두 내 불찰이다. 앞으로 이 과정을 공개적으로 밟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방송법이 정한 시한을 한달 반 이상 넘기고 있는 방송위원 선임과 방송법 개정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이 방송법 개정을 통해 방송위원 6명을 압도적으로 좌우하게 된다면 상당한 문제가 될 것이다. 방송법 개정과 KBS사장 임명 문제는 동시에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KBS노조는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통해 "서동구 사장의 사의표명을 환영한다. 어려운 결단을 내려준 서동구씨의 깊은 뜻을 알겠다"며 "사장 추천위원회가 이미 제시했던 기준이 앞으로의 사장 인선에 유효한 방법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음은 2일 노 대통령과 청와대 출입기자들간의 일문일답.
***盧 "서동구 사장은 절대 낙하산이 아니다"**
Q: 후임 사장 임명 절차와 방법은.
A: 아직 사표를 수리하지 않는 상태다. 이 상태에서 노조 등과 대화하려 한다. 대화를 통해 문제가 풀리면 그대로 갈 수도 있고 풀리지 않으면 절차를 다시 밟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Q: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이 이런 사람이 좋겠다고 추천하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게 아닌가.
A: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KBS 사장의 경우 법적으론 제청을 거부할 수 있다. 저는 가급적이면 제청을 거부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제청 이후에는 의사표시를 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그 이전에 어떤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제는 이사회가 독자적 판단을 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다. 한국사회에서 KBS 이사회처럼 엄격한 절차를 거쳐서 선출된 중립적 인사들이 대통령의 추천을 그냥 비판없이 받아들였다고 보지 않는다.
Q: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지 않앗나. 어떤 분을 통해서 전달햇으며 그 분과 KBS 사장에 선임된 분과의 관계도 있지 않은가.
A: 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서동구 사장은 언론인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다. 능력 있고 공정하면 기용하는 것이다. 이사회에서 표결을 통해서 선택한 것은 이 분이 평소 가지고 있는 신망이 기반이 됐다고 생각한다.
Q: 능력과 신망이 아니라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소위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에 대해선.
A: 서동구 사장은 절대 낙하산이 아니다. 거부할 수 없어야 낙하산 아니겠나. 대통령은 공기업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운영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있다. 앞으로 대통령은 임명권을 최대한 행사하겠다. 하도 민감한 언론문제였기 때문에 공개적인 인사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공개적으로 추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으로 공개적으로 이 모든 과정을 밟아나가겠다.
Q: 대통령의 판단이 사회적인 판단기준과 부합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A: 이사회가 일시 고문직을 맡은 것이 하자가 되지 않는다고 본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 문제 때문에 이사회에 재고해주면 좋겠다는 뜻을 좀 전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는데 그 뜻을 제대로 전달할 분위기가 아니어서, 제 명을 받은 참모가 이사 한 개인이게 말하는 수준에서 더 나가지 못했다. 더 나가면 오히려 대통령의 간섭이 될 것 같다고 해서 물러섰던 것이다. 검증과정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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