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권상 KBS 사장(74)이 8일 오전 지명관 KBS 이사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박 사장은 이날 오전 지 이사장 등 KBS 이사들을 초청해 조찬간담회를 갖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며 오는 10일 이임식을 갖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간담회에서 "지난 5년간 공영방송 KBS의 위상을 다지고 물러난 것에 만족한다. 지금이 물러나야 할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의 사퇴는 오는 5월로 예정된 임기만료를 앞두고 제출된 것이지만 예상치 못했던 것은 아니라는 게 KBS측의 설명이다. 박 사장이 지난 98년 4월 사장 취임 이후 김대중 정부와 임기를 같이 해왔으며 새 정부가 들어선만큼 물러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던 것이다. 또 박 사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한국방송공사 창립 30주년 행사를 마치고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왔다.
KBS의 한 관계자는 "박 사장의 사퇴는 이미 예정된 것이었지만 조금은 갑작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 오는 12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사의 표명을 하고 후임 문제가 거론될 예정이었는데 박 사장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으로 후임 사장 인선이 다소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KBS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KBS 노조나 구성원들의 반응이 좋지 않아 후계구도에 대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현재 KBS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언론계의 반응과 의견 등을 수렴하고 있는 상태다.
***KBS노조 "후임 사장에 낙하산 인사는 용납할 수 없다"**
이에 앞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김영삼)는 지난 6일 'KBS 사장, 낙하산 인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성명을 내고 "KBS 사장 선임을 위한 최소한의 절차조차도 진행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KBS의 '낙하산' 사장으로 알려진 인사는 67세의 전 언론인 서모씨"라고 밝혔다. 노조측이 밝힌 서모씨는 원로언론인으로 경향신문 해직기자 출신인 서동구 전 한국언론재단 부이사장이다.
노조는 성명에서 "서모씨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뛰었던 '언론고문' 출신으로 한마디로 노 대통령의 측근인사에 불과하다. 이렇게 특정 정당과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한데다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 한 사람이 과연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생명인 언론사, 그것도 이미 반 개혁의 성향을 분명히 드러낸 일부 반동적인 신문언론과는 달리 가장 앞장서서 시대 개혁을 이끌어야 할 KBS의 수장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후임 사장 인선을 위해 사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던 노조측은 추천위원회 구성을 통한 사장 추천, 혹은 최소한의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후임 사장이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모씨의 경우 개혁적인 언론인이라는 점은 평가할 수 있으나 지금까지 드러난 인사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노조의 한 간부는 "서모씨가 올 경우 KBS는 박권상 사장 재임기간을 통해 경험했던 악순환을 다시 반복할 수밖에 없다. 서씨가 개혁적인 인사라고는 하지만 박권상 사장도 처음에는 개혁을 약속했다가 결국 특정고 출신을 우대하는 인사 등으로 실패에 그치고 말았다. 지금 KBS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개혁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는데 또다시 밀실에서 결정된 낙하산 인사가 반복될 경우 개혁은 물건너간다.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투명하고 공개적인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개혁성과 전문성, 정치적 독립성을 갖춘 인사가 후임 사장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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