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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스스로 법과 원칙을 저버렸다"

노 당선자 '언론사 과징금 취소경위 알아보라' 지시

지난 3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언론사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과징금 1백82억원을 전격취소한 데 대해 31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공정위 취소 조치에 대한 "경위를 알아보라"고 인수위원회에 지시, 커다란 파문이 예상된다.

이에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31일 유감을 공식표명하고 철저하게 경위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언론계에서도 이번 과징금 취소 결정은 공정위 스스로 원칙을 저버린 조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 당선자 "과징금 취소처분에는 이유가 있어야"**

노 당선자는 "처분을 할 때도 이유가 있어야 하듯이 처분을 취소할 때도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경위를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고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이 전했다.

인수위는 31일 정순균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인수위는 공정위가 2001년 부당내부거래조사결과 부과한 1백82억원의 과징금을 취소한데 대해 스스로 원칙을 저버린 이해할 수 없는 조치로 받아들이고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이번 공정위의 조치에 대해 오늘 오전 간사회의에서 이 문제를 심도있게 조사했으며 모든 행정은 원칙있게 결정되고 원칙있게 집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또 "임채정 인수위원장이 '철저한 경위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하고 그러나 공정위가 이번 결정을 인수위에 사전통보하지 않았으며 인수위가 공정위에 경위조사를 직접 요구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언론계 "공정위 스스로 원칙을 저버리면서 무슨 법과 원칙을 운운하는가"**

언론계 또한 공정위의 과징금 전격취소 결정은 정부기관으로서의 공신력을 스스로 무너뜨린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용백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공정위 스스로 원칙을 저버리면서 무슨 원칙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 회의적이다. 언론개혁을 위한 신문시장의 불공정실태 조사 등은 이미 지난해 국민의 지지를 받은 것인데 일부 정부부처가 정권말기에 정치적 고려로 인해 국민 여망을 저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같이 원칙 없는 공정위 처신 때문에 지난해 언론사 세무조사 등이 언론개혁을 위한 시대적 요구 때문이 아니라 정권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는 의구심이 더 커지는 것"이라며 "이번 공정위 조치는 언론개혁을 위해 법과 제도를 실질적으로 지켜야 할 정부부처들이 공신력을 상실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내년에도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상적인 시장조사가 이뤄지고 불법행위에 대해선 정상적인 과징금과 추징금을 징수해야 법과 원칙이 바로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신문사 관계자는 "지난 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조중동 등 신문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클린마켓'을 위한 조치라며 조사를 단행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던 공정위가 정권 말기에 불편해진 언론사와 관계를 슬쩍 무마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공정위 "언론사 경영상 어려움 감안한 결정"**

이에 앞서 공정위는 30일 지난 2001년 15개 신문ㆍ방송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부당내부거래조사결과 부과된 과징금 전액을 전격 취소시켰다. 그러나 이번 과징금부과 취소에도 불구, 부당내부거래사실에 대한 법 위반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30일 전원회의를 열고 언론사의 공익성과 경영상 어려움을 감안해 2001년 7월 11일자로 부과된 총 1백82억원의 부당내부거래 과징금 전액을 취소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결정으로 과징금을 면제받게 되는 회사는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 디지틀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대한매일신보사, 한겨레신문, 경향신문사, 미디어칸, 국민일보와 국민일보판매, KBS, MBC, SBS 등이다.

그러나 이날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들 언론사의 관계기업인 대기업 등에 부과됐던 과징금은 취소되지 않으며 기납부된 언론사들의 과징금은 절차를 거쳐 반환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으로 지난 7월 이후 각 언론사들이 공정위에 분할 납부신청 등을 하는가 하면 일부 신문사들은 이달 초 공정위에 경감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결과 이윤창출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일반기업과 달리, 언론사가 사실상 비영리기업으로 공익적 기능을 우선하고 있어 과징금 등으로 경영상태가 악화될 경우 공익적 기능을 수행할 여지가 축소될 우려가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부과처분 취소에 대해서는 "처분대상기업의 경영상 어려움과 공익성을 감안한 불이익처분취소는 법적 제한이 없고 과거 공표명령 등 일부 제재처분에 대해서도 취소한 전례가 있다"며 "그러나 이번 과징금부과취소에도 불구하고 부당내부거래 자체의 법위반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공정위의 언론사 불공정거래행위와 부당내부거래 등에 대한 조사결과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해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특히 신문사들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관행으로 인정해 과징금 부과대상에서 제외한 데 정치적 외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 바 있다. 일부 신문사가 정부 고위관계자를 통해 공정위의 과징금 규모 결정과정에서 강하게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언론계, 공정위 조치에 청와대 개입 의혹 제기**

정권 인수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위의 언론사 과징금 취소결정은 공정위가 원칙이 아닌 정치적 고려에 의해 시장조사를 실시했으며 통제하려 했다는 의혹만을 가중시킬 뿐이다. 현재 언론계 일각에선 이번 공정위 조치에 현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당선자가 철저한 경위조사를 실시한 상황에서 공정위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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