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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조건6, 박원순 시장에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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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조건6, 박원순 시장에게 말한다

[김상수 칼럼]<137>노무현의 실패를 딛고 나가야

서울시장 2주일째, 잠잘 시간도 없이 바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2주일째다. 박 시장은 숨 둘릴 새도 없이 달려가고 있다. 선거 내내 이래저래 흑색선전, 낯선 선거환경에서 오는 심적 쇼크, 사람이 기계가 아닌데, 많이 피곤하고 지쳐 있을 터인데, 막상 서울시정이라고 들여다보니, 기가 막힐 것이다. 이명박, 오세훈 전 서울시장 9년의 낭비와 상실 앞에 박 시장은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질 것이다. 25조 넘는 서울시 빚은 끔찍하기도 하다.

그런데 바로 시장 된 날부터 <조선일보>는 박 시장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오세훈이 남긴 빚더미에 대해서는 입 한번 뻥긋하지 않던 <조선일보>다. 덩달아 <동아일보>, <중앙일보>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는 박원순 시장이 "대기업에서 뜯어먹기의 천재"라는 '인격 살인'에 가까운 막말 표현까지 해댄다. 이 정도면 박 시장 '죽이기', 또는 '흠집 내기'를 통한 서울시장 '고립전략'을 펼치자는 것이다. 시장과 시민을 이간질하겠다는 아주 '더러운 수'다. 물론 박 시장,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물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서울시 관료층의 거대한 벽도 결코 만만치 않다. 9년간 관료의 잘못된 관성은 하루아침에 지우기 쉽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박 시장은 쉬지도 못하고 계속 달리고 있다. 좀 쉬어야 할 때다. 밀린 잠도 좀 자고, 쉬면서, 시정 전체를 종합할 수 있는 시야를 가질 시점이다. 잠 좀 잔다고 뭐라고 할 시민은 아마 없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오전 관악구 서원동에서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쓰레기 청소를 하고 있다. ⓒ서울시

서울시 인사를 보면서

박 시장이 시청 정무라인을 민주당 쪽 인사로 채운 건, 민주당이 다수당인 시의회와 원만한 관계를 맺고 야당과의 공동정부 운영 등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이와 함께 서울시장 정책특보에 선거 캠프 정책단장을 맡았던 서왕진 환경정의연구소 소장을, 대변인에는 류경기 한강사업본부장을 내정했다.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진행된 인사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선거에 참여했던 캠프 인사들의 참여가 비교적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인사를 보면서 박 시장의 시정인사 원칙이 보인다. 서울시 관료들과 같이 시정을 바꾸겠다는 온건한 태도를 나는 읽는다. 박원순답다.

그러나, 그러나, 나는 말한다. 한강르네상스 사업 본부장을 대변인으로 앉힌 건 크게 잘못됐다. 당연히 공무원노조 서울시청지부도 문제를 지적할 수밖에. 이 지적은 박 시장도 이미 내심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인사 패착은 적절하지 못할뿐더러 박 시장의 운신을 스스로 좁힌다. 서울시 관료층을 마구 부정하자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이명박, 오세훈 9년 인사의 적폐(積幣)를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은 곧 사람이 한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처지에서, 어떤 시정 일을 그간 서울시 관료들이 9년간 해왔는가는 꼼꼼하게 따지고 책임도 물어야 한다.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에게 새로 일을 맡기는 것은 본말의 전도다.

서울시 인사, 혁명적이어야

줄여서 말한다. 서울시 인사, 전면적인 혁파(革罷)가 있어야 한다. 9년 폐단의 원인을 찾을 때, 과거 인사폐단에서 먼저 그것을 읽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고건으로 앉히고 훗날 공개적으로 후회했다. 참여정부 초대 총리로 고건 전 총리를 임명했던 것을 "실패한 인사'라고 노무현 스스로 규정지었지만 이미 늦었다.

선거해서 정권을 바꾸었는데, 과거 정권의 국무총리를 앉힌다면 뭣 때문에 힘들게 새로 선거를 했을까? 어리석었다. 이렇듯 노무현 실패는 반면교사(反面敎師)다.

앞으로 3개월 안에

미국에서 빌려 온 얘기를 좀 하자면,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은 선거전에서 매파의 흉내를 내진 않았지만, 임기가 진행될수록, 그리고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문제에서는 매파에 가까운 우익 입장을 취했다. 카터는 진보진영에서 뽑아준 대통령임에도 대통령이 되자 점차 진보적 정책과 행동을 회피했다. 외교정책 수뇌부에도 진보파 인사를 기용하려 들지 않았다.

결과는? 지미 카터의 철저한 국정 실패다.

오바마는 선거운동 당시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면서 동시에 아프간전의 확대를 지지했다. 외교정책에서 진보적인 입장을 지키고자 했지만, 자꾸 보수 쪽으로 기울어지는 정책을 펴면서 서서히 고립되어가고 있다. 국무장관 클린턴에 대한 진보의 알량한 기대마저 전쟁 담당 보좌관을 육군 부참모장 출신인 잭 킨으로 임명하면서 '우경화'됐다. 오바마 외교는 지금 여러모로 딜레마에 빠져 있다.

나는 앞으로 3개월 안에, 박 시장의 시정을 서울시민들이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 시장은 서울시민들에게 서울시 비전과 시정을 '들리고 보이고 체감시켜야' 한다. 언제까지? 앞으로 3개월 안에. 이 시기를 넘기면 수구 기득권 세력들이 트집을 잡기 시작하고 지난번 선거 때처럼 쓸데없는 공세에 일일이 대답하거나 끌려가는 형국에 처할 수 있다.

▲ 지난달 29일 연설을 마치고 자기 자리에 돌아가는 박 시장. 다른 참석자들이 무대를 보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허리를 숙이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

성취 가능한 목표를 위한, 가능한 능력을 동원

문제는 3개월 안에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다. 박 시장이 지금처럼 일일이 따지고 챙기고 나다닐 수 없다. 박 시장이 지금까지 만나 왔던 능력 있는 인사들을 삼고초려해서라도 적재적소에 파고들게 해야 한다.

박 시장은 서울 시정의 근본적인 문제를 살피는 사람들, 그들의 말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은 행정기술자가 필요한 시기가 아니다. 시정의 원칙을 세워 그것을 수행할 능력인사가 필요한 때다. 성취 가능한 목표를 위한, 가능한 능력을 동원하기 위한 과감한 기존인사 파괴가 먼저다.

서울시 빚 25조5363억 원에 대하여

이명박, 오세훈의 서울시장 재임 동안 부도 위기에 처한 서울시를 직시해야 한다. 서울시 총부채 25조5363억 원을 따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하루빨리 철저하게 공론화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해당 사법책임도 하나하나 물어야 한다.

진보, 좌파, 빨갱이

나는 이 땅에서 보수니 진보니, 우파니 좌파니 하는 말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보수를 가장한 뿌리 뽑힌 수구기득권 세력들, 이기적 욕망을 위해서는 어떤 구실도 차용할 수 있고, 국가공동체도, 역사도, 민족도 얼마든지 배반할 수 있는 세력들, 반공을 허울과 빌미로 악행도 서슴지 않고 민주주의를 끊임없이 훼손하려는 세력들, 전두환을 구국의 영웅이라 받들었고, 시간을 거슬러 일본 제국주의 시절엔 천황폐하의 신민(臣民)이 되자고 주창하는 기사를 대문짝만 하게 내고도 오늘까지 전혀 부끄러움도 일말의 반성문도 발표한 사실이 없는 대형신문들, 이들이 박원순 시장을 진보니 좌파니 심지어 빨갱이니 하는 말들로 헐뜯고 몰아세우고 마구 물어뜯는다. 우습다. 이 땅에서 우파니 좌파니 진보니 보수는 아직 명확한 개념 자체가 없다.

차라리 박원순은 '온건보수'

내가 보는 박원순 시장을 굳이 말하자면 나는 그를 '온건보수'라고 말한다. 그는 천천히, 차근차근, 형편과 사리를 따지면서 한국사회를 보다 인간적인 사회로 진보시키려는 입장에 서 있는 온건한 성품의 '보수'로 보인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보수'는, 군사독재시대 때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사람으로의 박원순, 개인의 일신보다는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고 행동했던 독립 운동가들을 핍박하고, 패권주의에 매몰되어 이데올로기로 동족을 압살했던 세력들에 분연히 일어났던 사람들의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보수'로의 박원순, 개인의 자유와 인권의 가치체계인 헌법을 존중하는 '보수'로의 박원순, 지역, 국가, 전통문화,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존중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보수주의자' 박원순, 사람으로 지키고 가꾸어야 할 가치들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되고, 지키고 가꾸어야 할 대상이 무엇인가에 대한 가치판단에서 엄격하고 완고한 태도로의 '진짜보수'인 박원순을 나는 본다.

▲ 1일 당선 후 첫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박원순 시장. ⓒ연합

항상 깨졌다. 그러나

언필칭 이 땅에서 말하는 진보와 보수, 우파니 좌파니 하는 분류를 잠시 빌려서 생각해본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이 땅의 진보파와 좌파는 거의 항상 판판이 깨졌다. 이 땅에서 진보파와 좌파, 그리고 종종 진보온건파까지, 이 땅의 정치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경우란 아주 희소했다. 1970년대 이후만 보자면 박정희 피살 이후 전두환 쿠데타 이전까지 잠시 동안,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10년간 언필칭 진보와 좌파는 목소리를 조금 높일 수 있었지만, 이내 기득권 수구언론과 오랫동안 국가를 좌우지해 온 기득권층으로부터는 늘 공격의 대상이 되면서 무기력하게도 지금 이명박이 대표하는 가짜 보수 기득권층 앞에 깡그리 무너지기가 경각(頃刻)이다. 하지만 그런 억측과 편 나누기와는 상관없이, 지금 현재 한국의 제반 사회상황은 한국사회 문제를 제기하고 질문하는 세력으로 진보파 또는 좌파의 역할, 또는 '가짜보수'가 아닌, '진짜보수'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 이제 한국사회의 대중들은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고, 서울 시장 박원순은 좌고우면(左顧右眄)할 것이 아니라 원래의 자기방식으로 더 당당하게 나가면 된다. '진짜보수'의 진보를 내용으로.

(☞바로 가기 : www.kimsangso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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