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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무기사찰 수용으로 부시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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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무기사찰 수용으로 부시 진퇴양난

이라크 공격 명분 사라져, 미 강ㆍ온파 내분 조짐도

미 부시 행정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유엔 무기사찰을 무조건 수용하겠다는 이라크의 제안을 시간끌기 전술이라며 일단 일축했으나 내심으로는 크게 당황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 12일 유엔 연설을 통해 유엔의 동의를 얻어 이라크 공격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이상 이라크의 무기사찰 제안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이라크 공격의 명분이 설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중국, 프랑스 등이 이라크 결정을 크게 환영하고 나섰고 유엔은 무기사찰단의 이라크 복귀를 위한 구체적인 절차에 들어가 미국이 일방적인 이라크 공격을 강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에 처했다.

유엔 결의를 통해 이라크 공격을 위한 국제사회 지지와 정당화 명분을 찾으려던 부시 행정부로서는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사진>

미국은 일단 외견상의 동요는 보이지 않은 채 최대우방국인 영국과 함께 유엔의 대 이라크 강경결의안 채택을 주장하고 나섰으나 내부적으론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등 강경파들 사이에서조차 대 이라크 정책을 둘러싼 미묘한 갈등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강경파 안보담당 보좌관들은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무기사찰 수용제안은 예견됐던 것이라며 왜 후세인을 제거하려는 미국의 프로그램에 유엔을 개입시켜 국제사회 비난을 자초했느냐고 투덜거리고 있다. 지난 12일 부시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최후결의를 촉구한 것이 결과적으로 외교적 해결방법 모색이란 장애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미국의 계획을 망쳐놓은 사담의 무기사찰 수용"**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18일 '미국의 계획을 망쳐놓은 사담의 스패너(무기사찰 수용제안)'란 논평에서 "사담 후세인의 무조건 유엔무기사찰단 복귀 허용은 미국의 전술을 분산시켜 군사행동을 위한 국제사회 지지를 얻으려는 미국의 노력을 복잡하게 꼬이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후세인은 미국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으나 무기사찰을 수용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과 군사적 위협에 직면한 상태에서 전격적인 제안을 통해 유엔 안보리내의 의사결정과정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계산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후세인의 전략은 성공했다.

현재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 즉 러시아 중국 프랑스는 모두 적어도 후세인의 마지막 약속을 검증해보자는 입장이다. 이미 유엔을 대표해 이라크 무기사찰을 담당할 한스 블릭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이라크 특사간 사찰 절차에 대한 협의가 진행중이다. 또 러시아는 먼저 무기사찰단의 복귀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단적으로 유엔안보리를 통한 이라크 공격 결의는 불가능한 상황이 돼버린 셈이다.

***러시아 "어떤 다른 유엔결의도 더 이상 필요치 않다"**

18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우리는 이라크 무기사찰을 위한 다른 어떠한 유엔 결의도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파월이 제안한 보다 강도 높은 무기사찰의 기준과 조건 요구를 거부했다.

지난 주까지 최후통첩 이후에도 이라크가 유엔 무기사찰단의 무조건적 복귀를 거부할 경우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불가피하다며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을 상대로 로비작업을 펼쳤던 미국의 전략이 이라크의 예상치 못한 전격 수용에 의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백악관은 일단 '이라크의 제안은 유엔안보리의 강한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전술에 불과하다'며 거부의사를 밝힌 상태지만 유엔에 넘겼던 공을 돌려받은 상황에서 새로운 처리방법을 고민해야만 하게 됐다.

아랍세계를 포함한 제3세계 국가들 또한 미국이 이라크에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려 할 경우 강한 반발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 제3세계 외교관은 "유엔사찰단에 기회를 주자. 만일 이라크가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그 때는 보다 강력한 제재를 위한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미국은 이라크 정권교체라는 애초의 목적을 유엔 결의와 관계 없이 강행할 것인지 아니면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유엔무기사찰단의 복귀를 통해 후세인의 무장해제에 만족해야 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만일 이라크가 무기사찰단의 복귀를 거부했을 경우 미국은 유엔결의를 통한 이라크 공격이라는 명분과 지지를 얻을 수 있었겠지만 예기치 못한 후세인의 반격카드로 자중지란에 빠지게 된 것이다.

***가디언 "사담이 부시의 빈틈을 제압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8일 '사담의 획기적 제안이 부시의 빈틈을 제압했다'는 기사에서 전략국제연구센터(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주디스 키퍼 연구원의 말을 빌어 "나는 부시 행정부가 후세인이 무기사찰단 수용을 허용하는 제안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토록 빠르게, 이토록 전면적일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상당히 많은 질문들이 제기되고 있다"며 "매우 매우 유동적인 상황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후세인의 반격카드는 현재 유엔 안보리는 물론 11월 중간선거를 7주 앞둔 미국 의회내에도 상당한 혼란을 야기시켰다. 부시 대통령이 1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엔안보리를 통한 이라크 제재를 시사한 것은 미국 의회내에서 미국 행정부가 아니라 유엔안보리가 앞으로의 상황을 책임져야 한다는 충격적 제안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공화당은 현재 부시 행정부의 남은 임기동안 의회의 균형을 조정할 선거를 앞두고 주도적으로 의제를 설정해 나갈 통제능력을 상실했다. 현 사태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며 상황반전을 노리고 있는 민주당은 일단 선거일까지는 이라크 공격을 위한 무력사용 의결에 필요한 시간을 벌었다고 볼 수 있다. 최소한 민주당은 이제 이라크가 아니라 당면과제인 경제문제 등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혼란은 시작됐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이보 달더(Daalder)는 "후세인의 제안은 왜 딕 체니가 이라크 문제를 유엔에 가져가기를 원치 않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이제는 얼마나 많은 사찰이면 충분할 것인지에 대해 당황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상황이 시작됐다. 이것은 바로 부시의 유엔연설이 만들어 놓은 길이다. 하지만 그들은 상당히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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