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라크 사찰수용 제안' 거부

<속보>백악관 "회피전술 불과" 논평

이라크의 유엔 무기사찰단 무조건 사찰수용 제안에 대해 백악관이 "회피 전술에 불과하다"며 "(이같은 전술이) 사담 후세인을 반드시 축출하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의지를 바꿔놓지는 못할 것"이라고 거부의사를 밝혔다.

스콧 맥클레런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밤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라크의 제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결의안을 회피해 보려는 일종의 전술적 기도"라며 "그런 식의 기도는 결국 실패하고 말 전술"이라고 말했다.

맥클레런 대변인은 "이는 사찰의 문제가 아니라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해체하고 이라크 정권이 모든 안보리 결의안을 준수해야 하는 문제"라며 "부시 행정부는 후세인이 파기한 16개 유엔결의안을 집행할 수 있도록 여전히 유엔의 명령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백악관 성명은 언제, 어디서든 무조건 사찰을 수용하라는 종전의 요구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후세인이 이라크 국민과 주변지역, 그리고 세계에 드리우고 있는 위협에 대처할 새롭고 효과적인 유엔 결의안을 강조해 앞서 이라크에 요구한 무조건 사찰수용 요구가 사실상 공격 정당화를 위한 명분쌓기에 불과했음을 드러냈다.

이에 앞서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어떠한 의심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사찰단의 귀환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수행한 국무부의 한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라크의 사찰단 복귀 수용 서한은 이라크내 모든 금지된 무기개발 시설과 프로그램을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결함이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라크가 무조건적인 무기사찰을 수용한 상황에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전쟁상황을 피하려는 국제사회의 여론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 유엔안보리나 총회가 이라크의 무기사찰단 복귀가 이뤄진 상황에서 미국의 이라크 군사공격을 승인하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판단돼 미국이 어떤 카드로 다시 국제사회를 압박해 나갈지 주목된다.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부시 행정부내 강경파들은 이라크가 국제사회에 어떤 조치를 내놓기에는 이미 늦었다며 무기사찰 수용과 관계없이 이라크와의 전쟁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