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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FTA에 ISD 넣으면 당연히 한국에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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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FTA에 ISD 넣으면 당연히 한국에 유리?

[연속 기고 - 론스타 ⑨] '해외 투자 국가' 중국, ISD에 소극적이지 않다

2012년 11월 22일, 론스타가 결국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했다. 10년간 지속된 론스타 문제가 왜 생겼는지, 제2의 론스타 사태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짚어봐야 할 대목이 많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 공학이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듯한 대선에서 론스타와 ISD는 주요 쟁점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론스타 문제는 그렇게 적당히 묻어버려도 좋을 만큼 만만한 사안이 아니다. 찬찬히 쟁점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선은 끝났지만, 론스타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에 <프레시안>은 론스타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김익태 변호사의 글들을 게재한다. 김 변호사는 미국 변호사로서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통상교섭본부 민간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다. 2012년 8월 한미FTA와 ISD 문제를 다룬 <소송당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책도 펴냈다. <편집자>


[연속 기고 - 론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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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중FTA 위해서라도 한미FTA의 ISD는 필요하다?

1998년 베이징의 미국 로펌에서 잠깐 일한 후, 2011년 칭화대에서 중국법 석사(LLM)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다시 중국을 방문했다. 13년 사이 중국의 심장인 베이징의 모습은 거의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30년 정도는 흐른 듯해 보였다.

그중 주목할 변화는 중국 로펌의 괄목상대할 만한 성장이었다. 1998년만 하더라도 변호사 사무실 수준이었던 중국 법조계는 이제 외국계 로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그 규모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어냈다.

한술 더 떠 이제는 외국계 로펌과 합작을 통해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2012년 중국의 대형 로펌인 King&Wood(金社)는 호주의 Mallesons, Stephen&Jaques와 합병했다. 새로운 로펌은 2180명의 변호사를 보유한 아시아 최대 로펌으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다. King&Wood 베이징지사는 이미 이전부터 한국부와 한국인 파트너 변호사를 두고 한국에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중국 내부에 여전히 잔존하는 법치주의의 미성숙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적어도 국제 무역과 투자에 있어서는 법률 후진국이 아님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왜일까? 자본 수출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찬반 논쟁이 불거졌다. 당시 일단의 한미FTA 찬성론자들의 주장은 대체로 두 가지였다. 첫째, 대한민국은 ISD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최근 론스타의 ISD 소송으로 이미 힘을 잃었다. 두 번째는, 한중FTA를 위해서라도 한미FTA의 ISD는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주장은 한중FTA를 체결할 때 중국이 ISD 도입을 반대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이러한 전제는 한중FTA 체결 때, 중국이 기껏해야 값싼 공산품이나 농산물 정도를 수출할 것이며 대한민국은 중국에 많은 자본 투자를 할 것이라는 결론으로 연결된다.

다분히 왜곡된 전제와 결론이다. 중국은 더 이상 투자 대상만이 아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투자를 받는 동시에 이미 오래전부터 해외 투자를 시작한 투자 수출국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중국은 ISD에 소극적이지 않다.

중국은 1982년 스웨덴과 양자 간 투자협정(BIT)을 맺었다. 중국이 최초로 외국과 맺은 BIT였다. 여기에는 ISD와 국제투자중재재판소(ICSID) 제소에 관한 내용이 없다. 하지만, 이듬해 독일과 맺은 투자협정에는 ICSID 중재에 관한 부분이 언급돼 있다. 그리고 중국은 1998년 바베이도스(Barbados)와 맺은 BIT에서 투자자와 국가의 분쟁 시 ICSID를 이용하는 것에 합의한다. 그 후, 중국이 다른 나라들과 맺은 협정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ISD가 필요한 것이다. 이미 중국의 투자자가 페루 정부를 상대로 ISD 소송을 제기해 현재 계류 중인 점까지 고려할 때, 중국은 대한민국보다 ISD 관련 경험이 훨씬 풍부하다.

게다가 2003년 독일과 맺은 BIT를 기점으로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는 투자의 범위도 전격적으로 확대되었다. 예를 들면, 2003년 이전 중국의 ISD 관련 투자 범위는 직접 투자만을 포함했으나, 이후에는 간접 투자까지 확대했다. 이전에는 비교적 협소했던 투자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뉴질랜드와 맺은 FTA의 경우에는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의 매입까지 투자 대상으로 포함할 정도로 늘어났다. 이는 중국이 자국 기업의 해외 투자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든 계약서에는 분쟁 처리에 관한 조항이 있다. 대부분의 외국 기업은 이 조항의 경우, 중국의 사업 파트너와 계약을 맺을 때 중국 법원 대신 베이징이나 해외에 위치한 국제중재재판소를 선호한다. 한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중국도 그런 사정을 알고 있다. 그래서 분쟁 해결처를 중국 법원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우기지 않는다. 지금까지 외국과 맺어왔던 BIT를 봐도 그렇다. 더구나 이제는 자본 수출국이 되어가는 마당이라, 오히려 ISD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따라서 한미FTA에서 ISD를 삭제하면 중국과 FTA를 맺을 때 우리가 ISD를 주장하기 어렵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이미 우리가 중국과 기존에 맺은 BIT에도 ISD는 있으며 새롭게 맺을 FTA에서도 중국은 ISD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2012년 7월 6일, 최석영 당시 FTA 교섭대표가 외교통상부에서 한중FTA 2차 협상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2. 한중FTA 체결 시 대(對)중국 투자 산업의 영역과 ISD

(1) 중국의 해외 투자 관리 정책

중국은 자국 내의 저발전 산업 영역과 문화(文化)산업으로 분류되는 영역에 대해 강력한 보호 무역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해외 자본이 중국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합작회사(Joint Venture Company)와 같은 형식을 빌려야 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또한, 중국 정부는 외국인투자산업지도목록(外商投資産業指導目錄)을 통해서 투자가 가능한 영역과 정도를 분야별로 분류해 놓고, 선별적 허가를 내주면서 산업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유도한다. 문화산업으로 분류된 방송, 영화, 음악, 도서와 몇몇 서비스 업종 같은 민감한 영역의 투자는 여전히 제한되어 있거나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그러한 불리한 조건에도 중국에 대한 해외의 투자는 꾸준히 늘어왔다.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라는 엄청난 시장 규모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은 그러한 투자를 기반으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문화산업의 한 부분인 TV 드라마의 경우, 중국은 2010년 기준 436부를 생산해 세계 최대의 드라마 생산국으로 등극했다. 같은 해 기준으로, 영화 흥행 수익은 14.92억 달러로 세계 5위의 영화 시장이다. 중국에는 아직도 외국 영화에 대한 엄격한 스크린쿼터가 존재한다. 따라서 극장에 가면 대부분 중국 영화가 상영된다. 그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중국의 영화 시장 또한 대부분 국내 제작품으로 채워진다고 보면 된다. 최근의 한류 열풍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꾸준히 자체 콘텐츠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자체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는데다가, 외국 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의 보호주의 정책에 대해 외국의 투자자는 우회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실례로, 중국의 스크린쿼터제의 장벽에 막힌 할리우드 영화사가 중국 영화사와 합작을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2012년 2월 스티븐 스필버그의 드림워크 영화사가 상하이의 두 중국 영화사와 합작해 새로운 영화사를 만들었다. 중국 국내에서 영화를 생산함으로써 스크린쿼터를 피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머지않아 중국산(産) <쿵푸 팬더 2>를 보게 될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보호주의 정책은 자국 내 저성장 산업을 보호하고, 산업 간 균형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과다한 개방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중국은 여러 차례 미국이 제소한 WTO 법적 분쟁의 당사자가 되었다. 2007년 미국은 WTO 중재재판소에 중국의 지적재산권보호법이 WTO 조약에 위배된다면서 제소했고, 중국은 패소했다. 그리고 국내법을 개정했다. 한데 2009년에 미국이 또다시 중국을 제소했다. 개정된 지적재산보호법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이유였다. 중국은 또다시 패소했고, 또다시 법을 개정해야 했다. 2010년에 미국은 다시금 중국의 문화산업 분야에 대한 제약이 WTO 위반이라면서 제소했다. 중국은 또 패소했고 또 법을 개정했다.

중국은 자국의 보호주의 정책이 여타의 국제 무역과 투자의 분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FTA 협상 과정에서 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분명하게 명문화된 조항을 통하여 보호주의 정책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미중FTA는 여전히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센 놈은 당분간 피하겠다는 정책이다. 서구 열강이 중국을 점령했던 20세기 초, 상하이의 황푸공원에 붙어 있던 경고문인 "중국인과 개는 출입 금지"라는 치욕의 역사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까? 흑묘백묘론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적 개방에는 적극적이지만 신중함은 잃지 않는 듯하다.

(2) 한중FTA에서 제기되는 ISD 문제와 여타의 과제

우리의 경우, 기존의 FTA를 보면 이미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개방을 해 놓은 상태이다. 반면 중국은 아직도 많은 부분에 대해 제한적이고 폐쇄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한중FTA 협상 과정에서 우리가 요구해야 할 부분은 중국의 더 전향적인 개방 정책일 텐데, 쉽게 관철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데 만일 투자의 영역에서 이처럼 불균형적인 FTA가 체결될 경우, 중국 투자자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ISD 제소를 할 가능성은 없을까? 이런 점에서, 오히려 우리가 ISD와 관련하여 중국의 의도를 파악해야 할 때가 되었다. 한중FTA의 ISD와 관련하여, 대한민국 투자자가 중국 내에서 보호받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는 말이다. 그 반대의 경우 또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제일 먼저 ISD의 적용 범위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양국의 투자 개방 분야가 상이한 상황에서 ISD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우리 기업과 투자가 중국에서 보호받을 것에만 집중한 채 그 적용 범위를 필요 이상으로 확대했다고 가정하자. ISD라는 양날 선 검이 그때그때 어느 쪽을 벨지 모를 일이다. 이런 점에서 한중FTA는 한미FTA와는 또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꼼꼼하고 투명하게 검토를 해야 한다.

또한, 간접 수용과 같이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분야에 대한 새로운 정의(definition)가 필요하다. 기존 미국 주도의 FTA를 그대로 차용할 필요는 없다. 한국과 중국은 성문법 체계이며 미국은 판례법 체계라는 점에서 서로 법률 체계가 다르다. FTA라는 것이 양자 간 혹은 (소수의) 다자 간 협정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개개의 FTA는 각국의 이해와 요구에 맞게 변형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이런 점에서 한중FTA 협상을 계기로 양국이 간접 수용과 같은 미국식 법적 개념에 대해 추가적인 공동 연구를 통해 각국의 실정에 맞는 법적 정의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중FTA는 한미FTA나 한-EUFTA와 같이 최근에 맺은 FTA의 성과에 대한 평가를 동반하고 진행되어야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중국 간에 이미 체결된 투자협정(BIT)이 존재하고,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이미 중국 현지화를 구축한 상황에서 우리가 얻을 실익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발표에 의하면, 현재 한중FTA는 2012년 10월 제4차 협상까지 마친 후 "서비스·투자 분야의 경우 협상 기본 지침(modality) 문안 마련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였으며, 질의·응답을 통해 양측의 제도 및 정책에 대한 상호 이해 증진을 했다"라고 한다. 구체적인 내용이 가려진 상황에서 세부 사항에 대한 평을 할 수는 없으나, 전술한 부분에 대한 검토가 꼭 필요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곧 출범할 새 정부는 통상교섭본부를 해체하고 주무부처를 산업통상자원부로 교체했다.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라도 빼든 것일까? 어떤 의도로 이런 재편안을 내놓았는지 알 수 없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FTA는 무역과 투자가 결합한 협정인데, 산업통상자원부가 이 분야에 대해서 어느 만큼의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기존의 통상교섭본부 체제를 유지하면서 ISD 영역에서는 법무부가, 기타 영역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부분적인 결합을 하는 형태에 대해서는 고려해 볼 수 없는 것일까? 기존의 활동에 대한 평가와 재편에 대한 명확한 근거도 없이 산적한 FTA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새 정부가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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