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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론스타'로 가는 지름길 민영화, 박근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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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제2의 론스타'로 가는 지름길 민영화, 박근혜는…

[연속 기고 – 론스타 ④] 박근혜, ISD 본질 왜곡하고 있다

11월 22일, 론스타가 결국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했다. 10년간 지속된 론스타 문제가 왜 생겼는지, 제2의 론스타 사태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짚어봐야 할 대목이 많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 공학이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듯한 대선에서 론스타와 ISD는 주요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론스타 문제는 그렇게 적당히 묻어버려도 좋을 만큼 만만한 사안이 아니다. 찬찬히 쟁점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에 <프레시안>은 론스타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김익태 변호사의 글들을 게재한다. 김 변호사는 미국 변호사로서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통상교섭본부 민간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다. 지난 8월 한미FTA와 ISD 문제를 다룬 <소송당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책도 펴냈다. <편집자>


[연속 기고 - 론스타]
① "론스타 소송, 패소하면 전 국민이 5만 원인데…"
② ISD,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 투자금 내놓으라는 격
③ 전두환 정부는 미국 무기 회사에 얼마를 건넸을까?

2011년 중국 칭화대에서 한중FTA를 주제로 논문을 쓰며 중국 법을 연구했다. 일 년 동안 중국에 살면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바로 물이다. 온 국민이 물을 사 마신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가난한 도시 노동자부터 벤츠를 타고 다니는 부자까지 모두 그렇다. 나도 당연히 사서 마셨다. 물 한 병 값이 그리 비싼 건 아니었지만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중국에서 가장 기본적인 상수도 시설조차 국민에게 만족스럽게 제공할 수 없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서민 정책의 일환인 값싼 수도세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분석하기도 하지만, 전 국민이 물을 사서 마시는 마당에 성공한 서민 정책이라고도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국민이 세금을 내는 이유는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단지 외침을 막고 도둑만 잡으라고 내는 게 아니다. 국민들이 생활하기에 가장 기초적인 골격을 만들고 유지하라고 세금을 내는 것이다. 돈 있으면 택시 타지만 돈 없어도 버스 타고 지하철 탈 수 있어야 하며, 돈 있어서 에비앙 사서 마셔도 돈 없으면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있어야 한다. 나도 한국에서는 종종 수돗물을 마신다. 그래도 국가의 공공 서비스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믿음 속에서 국가는 운영된다.

그런데, 합법적인 국가의 공공 정책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바로 외국인 투자자가 제기할 수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때문이다. 론스타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가의 정당한 조치가 간접수용이라는 이름으로 소송의 도마 위에 오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 TV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가 "론스타의 ISD는 한미FTA하고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국제사회 협정에 있어 거의 모든 국가가 ISD를 기본으로 갖고 있다"며 ISD가 표준약관처럼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제도라는 주장을 했다. 앞선 기고에서 밝힌 바와 같이 ISD 소송이 FTA의 등장과 함께 비약적으로 성장한 마당에 이러한 해명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제2, 제3의 론스타 사건은 한미FTA의 체결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소송 대상은 국가의 정당한 공공 정책이다. 공공 정책에 대한 위험성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으니 새삼 재론하지 않겠다. 다만, 이러한 위험성의 불꽃에 자발적으로 휘발유를 붓는 일이 민영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는 기존의 ISD 소송을 분석해 보면 알 수 있다.
▲ 박근혜 후보. ⓒ연합뉴스

론스타 ISD는 한미FTA와 무관? 진실이 아니다

최초의 FTA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 www.citizen.org)이 2012년 1월 미국과 맺은 FTA를 통해서 발생한 ISD 사건을 요약한 자료(Table of Foreign Investor-State Cases and Claims Under NAFTA and other U.S. Trade Deals)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의하면, NAFTA 유형의 ISD 소송은 총 72건이다. 이 중 15건은 기각으로서 국가의 승소이며, 10건은 투자자 승소 사건이다. 나머지는 소송 미개시, 취하, 병합, 혹은 계류 중인 사건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투자자 승소 10건이 모두 미국인 투자자의 사건이라는 점이다. 미국 투자자는 캐나다를 상대로 4건, 멕시코를 상대로 5건, 그리고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1건을 각각 승소하였다. 퍼블릭 시티즌이 정리한 모든 소송의 내용을 요약해 소개하고 싶으나, 지면의 한계로 이 중 몇몇 사건들을 중심으로 민영화의 부작용에 대하여 살펴보자.

FTA 사건은 아니지만, 미국인 투자자가 개입된 사건 중 유명한 볼리비아 수돗물 사건이 있다. 볼리비아는 미국과 직접 FTA를 맺지 않았지만, IMF 재정 지원을 받는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실제로 대부분의 공공 서비스, 자원 산업을 외국 기업에 매각하였다. 그중 상수도는 IMF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미국의 다국적기업 벡텔사에 장기 시설운영권을 넘겼다. 수도가 민영화된 후에 수돗물 값이 4배 가까이 상승하자 국민들이 빗물을 받아쓰려 했고, 투자자의 항의에 경찰은 빗물받이 단속까지 하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민영화의 부작용이다. 공공산업이 민영화되어 자본의 논리에 따라 운영될 때 국민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 피해 사례이다.

NAFTA와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공공 산업의 민영화로 인해 발생한 ISD 사건들이 다수 존재한다. 2008년 발생한 탬파 일렉트릭(Tampa Electric Company Guatemala Holdings, LLC) 사건의 경우, 과테말라의 전력 공급 시스템을 사들인 미국 회사가 과테말라 정부의 전기세 인하 명령에 이의를 제기한 소송이다. 전기 사업의 민영화로 빚어진 사건이다.

2007년 사건인 레일로드(Railroad Development Corporation) 사건의 경우, 과테말라의 철도 운영권을 사들인 미국 회사가 당초 약속한 5단계 시스템 재건 중 1단계를 시행한 후 추가 이행을 하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한 과테말라 회사가 운영권을 매도할 것을 요청하였고, 미국 회사가 매도를 거부하자 과테말라 정부는 미국 회사의 행위가 공익을 해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미국 회사는 미국인 투자자의 자격으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공공 교통의 민영화로 인한 사건이었다.

앞의 두 사건은 현재 계류 중인데, 합의가 된 사건도 있다. 2007년 티시더블유 그룹(TCW Group et. al) 사건의 경우, 도미니카공화국으로부터 국가의 전력 시스템 지분을 사들인 미국 회사가 간접수용 소송을 제기하자 도미니카공화국은 한화 약 270억 원에 합의했다. 소송을 더 진행하는 것보다 싸게 먹힌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공공 교통 민영화, 제2의 론스타 사건 발생시킬 가능성 많다

이들 피소국들이 대부분 상대적 빈국이므로 우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면 다른 예를 들어보자. 선진국인 캐나다 또한 민영화로 인해 미국인 투자자로부터 ISD 소송을 당했다. 2007년 캐나다 정부는 "국제 교량과 터널에 관한 법(International Bridges and Tunnels Act)"을 제정하였다. 미국과 인접한 국가로서 미국과 캐나다를 연결하는 다리와 터널의 안정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이 법은, 교량의 소유권 이전이나 구조 변경 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과 통행료 부과를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자 2010년, 미국 투자자인 디트로이트 국제 교량 회사(Detroit International Bridge Company)가 캐나다 정부를 제소하였다. 국제 교량인 앰배서더 국제 교량에 대한 회사의 투자자 권리가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국책 사업의 민간 이양 시 발생할 수 있는 소송의 또 다른 예이다.

민영화로 인한 이러한 ISD 소송에 대해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2012년 봄에 발생한 서울시 지하철 9호선의 요금 인상 발표가 한 예이다. 당시 서울시는 요금 인상 신고를 허락하지 않았다. 국민들의 여론을 의식한 9호선 운영 회사인 서울시 메트로 9호선은 인상을 보류하는 대신 두 차례에 걸친 요금 인상 신고를 반려한 서울시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민영화로 인해 지방자치 정부의 요금 정책 안정을 위한 어떠한 규제도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는 현실이 된 것이다. 당시 맥쿼리의 주식 매각 등을 들어 ISD 소송 가능을 일축한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ISD 소송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성질의 사안이다. 다만, 서울시 메트로 9호선 측이 국민 여론에 대한 부담과 소송비용에 대한 손익 계산 때문에 ISD 소송 대신 국내 행정소송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공공 교통의 민영화는 특히 한미FTA 체결로 우리에게 더 심각한 문제로 발전하게 되었다. 공공 교통에 대한 투자의 경우, 한미FTA 부속서 11-나에 의하면, ISD 소송 예외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즉 ISD 소송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공공 교통의 민영화가 지금과 같이 진행될 경우, 제2의 론스타 사건은 이 분야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최근 논란이 있었던 인천공항 민영화 논의도 마찬가지이다. 49%의 지분을 매각하고 정부가 51%의 지분을 쥐고 있으면 경영권 행사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 49%의 주식 중 일부라도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각될 경우, 인천공항의 미래는 외국인 투자자의 손아귀에 놓이게 된다. 비록 소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에 의거하여 51% 대주주인 정부의 정책 변화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인천공항 면세점. @연합뉴스

민영화에 대한 태도에서 MB와 궤를 같이하는 박근혜

MB 정부의 실정과는 일정한 선긋기를 하며 당명까지 바꾸고 대선가도를 달리는 박근혜 후보의 정치공학의 기술은 일정 정도 설득력을 얻은 듯하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박근혜 후보의 민영화에 대한 입장은 CEO 출신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과 그 궤를 같이하는 것 같아 우려가 크다.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보수 정당의 정책이니 그 한계는 이미 노정되어 있으나, 다소 무차별적 경향성을 보인다.

청주공항을 민영화하겠다고 하며, 논란이 되고 있는 인천공항은 슬그머니 면세점부터 민영화에 착수했다. KTX 민영화에 대해서 입을 다물자 오히려 국토부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재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한 영리병원 도입에 찬성하며 의료 민영화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물 민영화와 관련해서 <시사IN>에 보낸 답변서에 의하면, "상수도 민영화 정책은 현재 검토한 바가 없으나 지방 상수도 경영 효율화를 위해 현재의 민간 위탁 제도 등을 비롯해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면적인 민영화가 국민적인 반대에 부딪히자 MB 정부가 단계적 추진으로 선회한 입장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막히자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재추진하는 MB 정부의 대표적인 옷 갈아입히기 사업 방식이 현재 진행 중인 민영화 사업의 특징이라고 볼 때, 박근혜 후보 역시 그 연장선장에 있다고 보인다.

무엇을 위한 민영화인지는 둘째 치고, 그 폐해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자본은 국적이 없다. 얼마 전 한전이 전기세 인상과 관련하여 대한민국을 상대로 ISD 소송을 검토한 사실이 입증하는 바와 같다. 외국인 투자는 국내 기업의 주식 소유 형태로 이미 상당 부분 국내 진입이 완료되어 있으며, 그 지분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소송 당사자의 적격성을 인정받는다. 혹세무민(惑世誣民)하여 집권해도 그 기간은 유한하다. 하지만, 실정(失政)의 책임은 무한하며 그 책임은 결국 국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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