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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최후의 보루' 함락에도 "끝까지 싸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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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카다피 '최후의 보루' 함락에도 "끝까지 싸울 것"

"관저 내준 것은 '전술적 선택'일 뿐" 주장…행방 묘연

리비아 내전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최후 보루였던 수도 트리폴리의 바브 알아지지야 지구마저 반군의 손에 들어갔다. 나토(NATO) 공군의 지원에 힘입은바 크다. 이들은 트리폴리 전투 승리 선언을 발표하며 자축했다. 카다피군은 트리폴리를 벗어나 퇴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카다피는 라디오 연설을 통해 철수는 '전술적 선택'일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반군, '카다피의 요새'마저 장악

리비아 반군은 전날 수도 트리폴리에 입성해 도시 상당 부분을 장악한데 이어 23일(현지시간) 마침내 카다피의 관저가 위치한 정권의 심장부 바브 알아지지야 지구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미국 <AP> 통신과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 등은 반군과 동행해 현장에서 이같은 소식을 전해왔다. 이들에 따르면 지구 내에서는 간간이 교전이 이어지고 있고 일부 구역은 여전히 카다피군의 통제 하에 있지만 반군이 대부분의 지역을 손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진입에 앞서 카다피군과 반군 사이에는 5시간에 걸쳐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으나 결국 승리는 나토 공군의 지원을 받은 반군에게로 돌아갔다. 카다피군은 탱크와 박격포를 동원해 강력히 저항했지만 나토는 최근 들어 가장 높은 강도의 공습을 바브 알아지지야에 집중시켰다.

반군들은 진입 후 카다피를 찾았으나 그는 행방이 묘연했다. 지난 1986년 미군 공습 이후 바브 알아지지야 지구에 건설된 지하 시설물에 숨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패주하는 군대에 섞여 그의 고향이자 부족적 기반이 있는 시르테로 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다피를 찾지 못한 반군들은 그의 동상과 그를 상징하는 물건들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았다. 일부는 승리를 자축하는 약탈에 열을 올렸다. 이들은 카다피의 동상에서 머리 부분을 떼어내 발로 차며 즐거워했고 카다피가 외국 정상들을 영접할 때 사용하던 흰색 베두인족 텐트에는 불을 질렀다. 어떤 반군은 카다피의 침실에 쳐들어가 가져왔다며 트로피를 자랑하기도 했고, 카다피의 관저에서 빼앗은 것으로 보이는 고성능의 기관총과 금 도금을 한 소총을 든 반군도 목격됐다.

<AP> 통신은 이같은 자축의 분위기와 아직도 일부에서는 계속되고 있는 교전으로 인한 긴장이 결합된 묘한 분위기가 바브 알아지지야 지구 내에 감돌고 있다고 전했다.

▲ 23일 리비아 트리폴리의 바브 알아지지야 지구로 진입한 반군들이 카다피의 동상에서 떼어낸 그의 머리 부분을 발로 밟고 있다. ⓒAP=연합뉴스

반군 "72시간내 리비아 전역 해방" vs 카다피 "패배 아닌 전략적 후퇴"

반군은 승리를 선언했다. 새로 임명된 반군의 트리폴리 지역 사령관 압델 하킴 벨하지는 이날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카다피와 그의 친구들은 쥐떼들처럼 도주했다"며 "우리는 트리폴리 전투에서 승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반군이 요새의 90%를 장악한 상태라고 밝혔다. 반군 측 이브라힘 다바시 유엔 주재 대사는 "리비아 전역이 72시간 안에 해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카다피는 라디오 연설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그는 트리폴리 지역 라디오 방송을 통해 발표된 연설에서 바브 알아지지야 지구 철수는 "전술적인 이동"이었을 뿐이며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영국 <로이터>와 <가디언> 등이 시리아의 <알오루바> TV 방송을 인용해 전했다.

카다피는 알아지지야 요새가 64차례에 걸친 나토군의 폭격으로 무너졌다면서 나토군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거나 순교할 것"이라고 말해 최후까지 결사 항전할 것을 다짐했다. 카다피 정부 대변인도 <알오루바>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수 개월 또는 수 년 동안 나토군과 반군의 공격에 저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다피 측 대변인인 무사 이브라힘 리비아 정보장관은 또 지지자들을 향해 지난 6시간 동안 정권 수호를 위해 6500명이 자발적으로 트리폴리로 모여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트리폴리의 80%를 반군이 장악하고 있으며 "침략자들의 발밑에서 용암과 불길이 타오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후 전망은?

카다피가 결사 항전을 선언하면서 향후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우선 카다피군은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로 세력을 집중하는 듯한 모양새다. 트리폴리에서 퇴각한 카다피군 일부 세력과 동부의 석유수출항 라스 라누프에서 반군과 전투를 벌이던 세력들이 모두 시르테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근거로 시르테에서 카다피군-반군 간 일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군 대변인 아흐메드 오마르 바니 대령은 유혈충돌을 피하기 위해 시르테의 부족 지도자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면서도 반군이 라스 라누프를 완전히 장악했고 곧 시르테 동부 빈 자와드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4일 시르테에서 반군이 장악한 도시 미스라타를 향해 여러 발의 스커드 미사일이 발사되는 등 카다피군은 여전히 저항에 나서고 있다. <AFP>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새벽 1시 20분 경 시르테 인근에 주둔한 카다피군이 미스라타를 향해 복수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스라타의 반군 군사위원회는 "(미스라타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고 주장했다.

또 카다피군은 튀니지 국경 주와라와 트리폴리 서쪽의 아제라트 등 곳곳에서 산발적인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알아라비야> 방송은 카다피군이 주와라에 포격을 가하고 있으며 트리폴리 서쪽의 알제라트 또한 미사일과 탱크를 동원해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트리폴리의 바브 알아지지야 지구에서도 여전히 일부 지역을 장악한 카다피군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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